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글을 쓰고 싶다
오늘은 '데이터 레이크'를 주제로 쓴 글을 회고한다. 데이터 레이크는 '조직에서 수집한 정형·반정형·비정형 데이터를 원시 형태로 저장하는 단일한 데이터 저장소'다. 2010년 미국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기업인 ‘펜타호’ 공동창업자인 제임스 딕슨이 소개하면서 알려졌다. 그는 데이터 저장소인 ‘데이터 마트’와 비교하면서 데이터 레이크 개념을 설명했다. 데이터 마트는 "a store of bottled water - cleaned and packaged and structured for easy consumption", 데이터 레이크는 "a large body of water in a more natural state".
이전에는 기업에서 전통적으로 데이터베이스와 데이터 웨어하우스를 데이터 저장소로 활용했다. 이 글은 회고글이라서 데이터 레이크와 데이터 웨어하우스를 자세히 다루지는 않으려고 한다. 다만 핵심만 언급하자면- 데이터 웨어하우스는 정형 데이터에 최적화돼 있어서 그 외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저장, 분석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기업에서 수집하는 데이터 약 80%가 비정형 데이터라고 한다. 이는 이미지, 영상, 오디오 같은 형태가 많고. 데이터 레이크는 이를 다 저장할 수 있어서 데이터 웨어하우스 한계를 일부 보완한다. 빅데이터 시대에 걸맞은 차세대 데이터 관리 플랫폼이기도 하고.
데이터 레이크를 주제로 글 쓴 이유는 업체 요청 때문이다. 이 글은 IT 솔루션 업체에 기고했다. 업체 요청으로 주제를 정했더라도 이 시점에 이 주제로 글을 쓰는 저자 나름 이유도 필요하다. 데이터 레이크는 트렌디한 개념이라고 하기에는 뭣하다. 2010년에 개념이 소개됐고 이를 제공하는 기술기업도 많다만. 기존 데이터 저장소인 데이터 웨어하우스와 비교하면 한계도 많다. 요즘은 데이터 레이크와 데이터 웨어하우스 장점을 아우른 데이터 레이크 하우스 개념이 떠오르기도 하고. 지난해 상장한 '스노 플레이크' 같은 기업이 이와 관련해서 주목받기도 한다.
그렇다 보니 데이터 레이크를 주제로 글을 쓰는 게 조금 겸연쩍기도 했다. 데이터 레이크 한계가 많이 지적되고, 보완 개념이 트렌드가 되는 마당에 데이터 레이크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뭘까. 뭐여야 할까. 서두에서 그런 걸 은근히 보여줘야 하는데 고민스러웠다. 뭐, 그래도 데이터 레이크를 알아야 할 이유는 있다. 데이터 레이크에 한계가 있더라도 그걸 아예 안 쓸 건 아니고. 필요한 곳에서는 이를 활용할 수 있다. 또 데이터 레이크 하우스를 알려면 결국 데이터 레이크를 알아야 할 거 아닌가.
관련 키워드로 조사해보니 비교적 최근에도 조직 전체 시너지를 도모하는 차원에서 데이터 레이크를 구축하려는 거대 기업도 제법 있었다. L 모 기업, S 모 기업, 또 다른 S 모 기업 등. 셋 다 대기업인데 그렇다고 특별히 더 의미 있는 건 아니지만- 아직 데이터 레이크에 효용이 있다는 걸 보여주기에는 괜찮았다. 그런 내용을 서두에 언급하면서 지금 이 시점에 데이터 레이크를 주제로 글을 쓰는 당위성을 보여주고자 했다. 나중에 가서 이야기하겠지만 굉장히 영향력 있고 중요한 모 기업에서도 데이터 레이크로 제법 재미를 보고 있다.
이 글을 쓰면서 참고한 자료는 다음과 같다. 국내외 보도, 책, 기술기업 글, 기술 업계 관계자 글, 공공기관 보고서, 컨설팅 기업 글, 연구자문회사 글, 회계 기업 글, 사전 등. 외신은 실리콘 앵글 기고글, AI&데이터 애널리틱스 네트워크를 봤다. 실리콘 앵글 기고글은 아마존닷컴 최고기술책임자인 워너 보겔스가 썼는데 아마존에서 데이터 레이크를 도입한 배경과 효과를 자세히 다뤘다. 서두, 데이터 레이크가 주목받는 이유를 서술할 때 큰 도움이 됐다. AI&데이터 애널리틱스 네트워크 글은 워너 보겔스 글을 해설했는데 아마존 이야기를 이해하기에 유익했다. 아마존에게 데이터 의미를 다룰 때는 '아마존 미래전략 2022'라는 책을 참조했다.
국내 보도는 ZD넷코리아, 매일경제, 서울경제, 테크M을 참고했다. 이는 국내 기업 가운데 데이터 레이크를 도입했거나 이를 추진하려는 기업 계획이나 기술 트렌드를 조사하는 데 활용했다. 테크M 기사는 2019년 '아마존웹서비스(AWS) 데이' 행사 때, 아마존 관계자가 데이터 레이크에 대해 한 말을 파악하는 데 참조했다. 클라우드가 데이터 레이크 미래라는 취지로 한 발언이었다. 이는 데이터 레이크를 어디에 구축할 수 있는지를 다룰 때 참고했다. 대세가 클라우드라는 점을 설명할 때 근거로 이 어록을 활용했다.
기술기업 글은 이 글을 작성할 때 가장 많이 참고하고 도움받은 콘텐츠다. AWS, IBM, bmc, 레드햇, 오라클, 어도비,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데이터브릭스, 스노 플레이크, 스티치 등 글을 봤다. 데이터 레이크를 설명한 글도 있고, 자사 데이터 레이크 서비스를 소개한 글도 있다. 아마 그들 콘텐츠가 아니었더라도 이 글을 쓰지 못했을 거다 싶을 정도로. 어려운 개념을 쉽게 잘 설명한 데서 기술기업 내공을 실감했다. 비록 시장 내 위치는 예전 같지 않아도 기술을 쉽게 전달하는 데 정말 잘 훈련돼 있구나.
기술 업계 관계자 글은 앞서 언급한 제임스 딕슨 글이다. 그가 자신의 블로그에 데이터 레이크 개념을 데이터 마트와 비교해서 쓴 내용이 있다. 데이터 레이크 개념과 어원을 설명하는 데 이 글을 참고했다. 그가 처음부터 명확한 비교, 비유를 들어준 덕분에 데이터 레이크를 이해하기가 비교적 나았다. 쉽지는 않지만 그림을 그려졌달까. 어려운 개념을 쉽게 설명하는 건 정말 대단한 능력이다. 공공기관 보고서는 한국데이터진흥원,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자료를 봤다. 한국데이터진흥원 자료는 데이터 레이크 운영사를,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자료는 오늘날 생성되는 데이터 규모를 파악하는 데 참조했다.
컨설팅 기업 글은 맥킨지 글을 봤다. 데이터 레이크와 데이터 웨어하우스를 비교하는 내용에서 데이터 레이크 장점을 참고, 글에 인용했다. 연구자문회사 글은 가트너 글을 참조했다. 데이터 레이크 한계를 참고해서 글에 인용했다. 회계 기업 글은 삼정 KPMG 보고서를 봤다. 데이터 레이크 개념과 데이터 웨어하우스와의 차이점, 유의사항, 전망을 참고하는 데 활용했다. 사전은 매일경제 용어사전, 위키백과, IT용어사전, 정보통신용어사전, 테크노피디아, HRD용어사전, 네이버 국어사전 등을 봤다. 개념을 설명할 때 주로 참조, 인용했다.
이번에 참고자료가 지난 글보다 좀 많았다. 43개. 부끄럽게도 이번 주제는 평소 전혀 몰랐던 주제였고 0에서 시작했다. 아무것도 모르다 보니 자료를 많이 볼 수밖에 없었다. 많이 의지했다. 난 참고자료에 내가 보고 도움받았던 자료는 다 넣는다. 글에 이를 일일이 표시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건 내가 글 쓰는 과정에서 도움받은 이들에게 헌정하는 의미도 있다. 내 생각과 지식만으로 글쓰기 어렵고 늘 참고자료에 빚진다. 그게 없으면 이런 글 쓸 수 없다. 전문가도 아니고 내 지식과 기술로 뭔가 개발하는 것도 아니니까.
작업순서는 이렇다. 자료조사-초고 작성-퇴고 1-퇴고 2-퇴고 3-이미지 편집-마무리-퇴고 4. 전체 작업시간은 굉장히 오래 걸렸다. 진도도 잘 안 나가고. 부끄럽지만 나도 잘 모르는 주제였고, 내게 어려워서 이해하고 소화해서 글로 풀어내는 과정이 굉장히 힘들었다.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스스로 확신이 부족하다 보니 쓰면서 계속 확인하고 의심했다. '내가 제대로 이해한 걸까?' '정확히 쓰고 있는 걸까?'. 퇴고 1에서 거의 새로 쓰다시피 뜯어고쳤고. 이 과정에서 60~70%는 완수한다. 그러나 퇴고 2 이후 작업도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글 개요는 시티즌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글과 비슷하다. 서두-본론 1(데이터 레이크 개념, 어원, 데이터 웨어하우스와의 차이점, 기능, 구축 플랫폼, 활용 분야)-본론 2(데이터 레이크 대두 배경)-본론 3(데이터 레이크 한계, 전망, 구축할 때 유의사항)-마무리(전체 내용 요약). 서두는 데이터 레이크를 도입한 기업 사례로 시작했다. 데이터 레이크 개념을 간략히 설명하고 해당 기업에서 이를 도입한 이후 효과와 이 플랫폼이 지금도 시의성 있는 이유, 의의와 더불어 이 주제를 다루는 이유를 압축해서 담았다.
앞서 언급했지만 서두에서 인용한 사례는 아마존이었다. 우연히 워너 보겔스 아마존닷컴 CTO가 한 매체에 아마존의 데이터 레이크 도입 사례를 기고한 글을 봤다. 내겐 정말 행운이었다. 데이터 레이크를 이해하는 데 도움됐고 이를 도입했을 때 실질적 효과를 파악하기에 유익했다. 글에도 인용하기 좋은 내용이었고. 그렇잖아도 (내겐) 어려운 주제고, 이 개념이 익숙지 않은 이들도 마찬가지일 텐데 아마존 같은 글로벌 대기업 사례를 언급하면 좀 더 잘 읽힐 수도 있고 관심도 가지 않을까 싶었다.
아마존 사례를 이야기할 때 다짜고짜 데이터 레이크 도입 이야기로 시작하지는 않았다. 아마존하면 빅데이터 이야기를 많이 하고, 아마존과 데이터 활용방식을 두고 나온 자료도 많으니까. 아마존 미래전략 2022를 참고해서 '아마존에서 데이터가 왕'이라는 어느 전직 직원 코멘트를 인용하고, 그들이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하고 활용하는지 설명하는 걸로 서두를 시작 했다. 그런 내용으로 글을 시작하면 아마존과 데이터 관련성을 환기하면서 데이터 레이크 이해를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내용도 별로 어렵지 않고.
그다음 워너 보겔스 글에서 '아마존이 데이터를 관리하는 데 어떤 어려움이 있었고, 이게 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을 서두에 인용했다. 이어서 아마존이 데이터 레이크를 도입한 사례를 설명했다. 아마존이 데이터를 관리하는 데 따른 어려움을 언급한다는 건 데이터 레이크 필요성을 논하는 것과 같다. 이는 이 글을 왜 쓰는지와 연결될 수 있고. '우리에게 필요한 플랫폼이니 알아야 한다'와 같은. 그다음에 또 이어서 아마존이 데이터 레이크를 도입하고 어떤 장점이 있었는지 썼다.
그다음에는 이 개념의 시의성을 다뤘다. 이게 언제 대두돼서 지금 왜 의미 있는지. 사실 최근 나온 개념은 아니고 주목받은 건 10년도 더 된 데다가 이것도 한계가 있어서 보완하는 새로운 플랫폼이 이것저것 나오고 있다. 그렇다 보니 이 개념을 다루는 게 뒷북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앞서 이런 이야기를 했던 것 같은데- 그래도 최근에도 데이터 레이크를 도입해서 조직 내 시너지를 강화하고 빅데이터 활용 역량을 높이려는 곳이 많기 때문에 국내 기업 사례를 서두에서 간략히 언급하면서 이 개념이 유효하다는 걸 보여주려 했다.
사례만 언급하는 걸로 끝나선 안 된다. 그 의미를 명시적 문장으로 써줘야 한다. 그래야 이 사례를 언급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고, 이 글에서 이 개념을 다루는 당위성을 더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다. 그게 서두 5 문단에서 이들 기업이 데이터 레이크에 관심 갖는 이유를 쓴 이유다. 기업이 데이터 레이크에서 기대하는 효과도 언급하고. 데이터에 어떤 특성이 있어서 이를 데이터 레이크에 저장하는 게 좋고, 그게 기업에는 어떠한 가치를 줄 수 있다고. 기업처럼 이러저러한 수요가 있다면 데이터 레이크를 알아두는 게 좋다고. 그러면서 이글에서 다룰 내용을 간략히 언급하며 서두를 마무리지었다.
본론 1은 개념 설명으로 시작했다. 이 개념을 누가 소개했고, 그가 소개한 내용은 어떤 내용인지 따로 다뤘는데- 이를 소개한 제임스 딕슨이 굉장히 좋은 비유를 들어 이 개념을 설명했다. 앞서 언급했지만 덕분에 데이터를 잘 모르는 사람도 이해하기 수월할 듯했다. 머릿속에 이미지가 그려지니까. '데이터 마트는 물병, 데이터 레이크는 호수' 이런 식으로. 데이터 레이크는 데이터 웨어하우스와 늘 비교되고, 그게 개념을 이해하는 데 도움되기 때문에 내 글에서도 데이터 웨어하우스와의 차이점을 한 단락을 할애해서 다뤘다.
기능도 한 단락에 걸쳐서 설명했다. 원래는 간략히 썼는데 다른 파트를 정리하다 보니 내가 너무 약식으로 썼고 중요한 기능인데 빠뜨린 것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기능 내용을 더 보완했다. 데이터 레이크는 데이터 저장소이지만 데이터를 저장만 하지 않는다. 분석도 할 수 있고 머신러닝도 수행할 수 있다. 그전에 데이터 분류, 거버넌스 기능도 있고. 다 중요한 기능이고 이걸 빠뜨리면 개념을 온전히 이해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넣었다(이런 중요한 내용을 빠뜨리면 내 글이 이상해 보일까 봐 염려됐다).
데이터 레이크를 구축하는 플랫폼도 한 단락 분량으로 썼다. 이것도 원래 약식으로 간단하게 썼는데- 그럴 내용은 아니었다. 아니, 이건 그래도 나쁘지 않을 듯했다만- 원래는 기능을 간단히 쓰면서 이 부분과 한 단락에 함께 다뤘다. 기능보다 이 부분이 한 단락 안에서 비중이 더 컸다. 그러나 기능을 별도 문단에 따로 자세히 다루면서 구축 플랫폼을 다룬 문단도 따로 한 문단을 꾸려야 했고 내용을 검토하다 보니 좀 더 설명이 필요한 내용을 내가 너무 간단히 썼다 싶었다. 하둡 이야기도 써야 하는데 언급조차 하지 않았고.
주요 구축 플랫폼 3가지가 있는데 간략히 쓰고 특징과 트렌드를 쓰는 데 분량을 많이 할애했다. 뭐가 가장 흔한데 요즘 트렌드는 뭐라고. 그 이유는 이 플랫폼에 이러저러한 장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이어서 어느 기술 업계 임원 멘트를 인용했는데 이 플랫폼이 트렌드이자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걸 권위 있는 사람의 입을 빌려 말하면 더 신빙성 있어 보일 것 같아서 그랬다. 데이터 레이크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도 이 단락에 같이 다뤘는데 업체명만 간략히 언급했다. 크게 중요한 내용이라고 생각지 않아서.
데이터 레이크 활용분야도 한 단락에 걸쳐서 썼다. 이건 좀 수정을 많이 거쳤다. 처음에는 한 단락으로 썼다가 다른 자료를 보다가 내가 너무 약식으로 다룬 것 같아서 한 단락 더 썼는데- 퇴고하다 보니 내용과 문장이 어색하고 잘 읽히지 않는 데다 본론 1이 너무 길었다. 활용분야 단락이 하나 빠져도 크게 문제없을 듯해서 결국 한 단락을 빼버렸다. 새로 쓴 게 아깝긴 하지만 이상한 문단을 그대로 둘 수 없고, 그게 대세에 지장을 주는 것도 아니기에. 더 매끄럽게 수정해볼 생각도 있었지만 좀 막막해서 그냥 빼버리고 한 단락만 남겼다.
본론 2에서 데이터 레이크가 떠오르는 배경을 5가지로 정리했다. 방대한 데이터 생성 규모와 데이터 레이크 관련성, 기업이 다양한 데이터 소스를 토대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이유와 데이터 레이크 관련성, 조직 내 시너지 강화 필요성과 데이터 레이크 관련성, 데이터 웨어하우스 대비 경쟁력, 기타 데이터 레이크 장점을 근거로 활용했다. 거시적 배경으로 시장환경과 기업 상황을 언급했고, 데이터 레이크는 이를 어떻게 풀 수 있는지 보여주면서 이 개념을 폭넓게 이해하는 데 도움되고자 했다.
본론 3에서 한계를 다룬 건 이 개념을 균형 있게 이해하고, 글의 시의성을 강화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앞서 언급했지만 데이터 레이크 한계를 지적한 콘텐츠도 많고, 이를 보완하기에 새로운 개념이 제시되기도 한다. 그런 상황에서 데이터 레이크가 요즘 떠오른다거나, 마치 기업 데이터 관리의 문제점을 일거에 해소해줄 것처럼 읽히고 싶지 않았다. 그런 식으로 글 쓰면 뭘 모르고 글 쓰는 게 티가 나니까. 내가 잘 모르긴 하지만 이 글을 쓰는 입장에서 난 이 개념을 잘 아는 사람처럼 글을 풀어가야 한다. 마치 연기하듯.
누군가의 시선으로는 갑자기 데이터 레이크를 이야기하는 게 생뚱맞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나도 데이터 레이크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고 있음을 글에서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그건 글쓴이와 글에 대한 신뢰도와 연결될 수 있고. 데이터 레이크 대두 배경을 5가지로 정리해서 쓴 터라 한계도 5가지로 다루는 게 균형 있을 수 있는데 내용을 정리하다 보니 내 입장에서는 3가지가 최선, 최적이었다. 자료를 보니 겹치는 내용도 있고. 다른 내용도 다뤄야 해서 5가지로 늘이면 분량이 너무 길어질 것 같기도 했다.
아울러 시티즌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글에서 이게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임을 강조했던 것처럼 데이터 레이크도 데이터 웨어하우스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임을 보여주고자 했다. 마침 이를 뒷받침할 좋은 자료가 있어서 도움됐다. 앞서 언급했듯 데이터 레이크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나온 개념 또는 데이터 관리 플랫폼이 있어서 본론 3에서 이를 다루는 게 글의 시의성을 강화하고, 글이 생뚱맞아 보이지 않도록 하는 데 도움된다고 판단했다. 데이터 레이크 하우스를 다룬 건 그런 이유 때문. 그러나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았고 개념과 주요 특징만 언급했다.
데이터 레이크를 구축할 때 유의사항으로 본론을 마무리 지으면 보다 완결성 있어 보일 듯했다. 본론 3이 긴데도 이 내용을 굳이 다룬 이유다. 시티즌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글에서도 이런 내용을 넣기도 했고. 유의사항을 다룬 자료도 많은데 여러 자료에서 공통되게 언급한 내용, 공통되게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의미 있고 중요하다고 생각한 내용을 넣었다. 유의사항은 총 6가지. 주제가 어렵고 업계 관계자가 아니면 낯선 개념이 많아 주석 형태로 개념 설명을 본론 1~3에 전반적으로 많이 담았다.
이 글을 작업하는 과정에서 느낀 점은- 사실 위 내용까지 써놓고 5달 가까이 회고에 손을 놓은 터라 느낀 점이 기억나지 않는다. 이 작업 되게 힘들고 시간도 많이 걸려서 작업 당시에는 마음이 너무 절절했는데 역시 힘든 일도 시간이 지나면 어떤 일은 감정이 무뎌지는 것 같다. 현재로서는 인상밖에 남지 않는 듯하다. 그래도 기억을 떠올리자면- 첫째, 처음 들어보는 낯선 개념, 기술을 소재로 글을 쓰는 게 처음은 아닌데 이 주제는 정말 어려웠다. 이해하는 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한 문장 한 문장 쓰는 게 너무 조심스러웠다.
돌아보면 올해 했던 작업이 대체로 그랬다. 내 뇌가 소진됐기 때문인지, 심신이 지쳐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갈수록 내용이 어렵고 낯설기만 했다. 개인적으로는 주제 난이도가 전보다 더 높아졌다는 생각도 든다. 할만한 건 일찌감치 다뤘고, 이 주제는 내가 선정한 게 아니라 전달받은 주제라서 더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 없고, 인프라에 가까운 내용이라 더 익숙지 않고 올라가기 어려운 나무처럼 보였다. 그러나 글에서 그런 티를 내면 안 된다. 비록 처음 접하는 주제라도, 내가 이 주제를 잘 아는 사람처럼 글을 써야 한다.
둘째, 주제는 낯설고 어려운데 이걸 자료 그대로 그냥 옮겨 쓰면 안 되고 최대한 쉽게 풀어써야 하다 보니 더 어려웠다. 이 주제만 그런 게 아니고 모든 작업이 다 그렇다. 쉽게 쓰려면 내가 이걸 씹어먹다시피 이해해야 한다. 근데 그 과정이 너무 오래 걸리고 지난하다. 내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해야 하고, 여러 자료를 검토해서 쓰지만 자료마다 내용이 조금씩 달라서 그 균열을 메워야 한다. 이 과정을 거쳐 최대한 쉽게 쓰려고 하니 한 문장 한 문장 쓰는 게 더 조심스럽고 어려울 수밖에 없다.
셋째, 어렵지만 완성하고 나니 작업 과정도, 결과물도 보람됐다. 어려운 작업을 완성했기 때문에 그렇게 느낄 수도 있고, 시티즌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작업을 할 때도 그렇고, 이 주제도 그렇고 '데이터'를 주제로 다룬 콘텐츠가 유용하고, 수요도 제법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주제 때문인지, 플랫폼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글을 여기저기 올렸을 때, 공유도 좀 더 잘 되는 편인 것 같았다. 데이터 사이언스가 어느 분야에든 다 필요하다 보니 수요가 높아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데이터를 주제로 다양한 콘텐츠를 계속 만들면 좋겠다 싶기도 했다.
완료한 지 몇 달 지난 작업 과정을 다시 떠올리려니 시간도 많이 지났고, 다른 작업을 하면서 구체적인 과정을 많이 잊었다. 되게 느낀 점이 많았던 것 같은데 최종으로 아우르려니 떠오르는 게 얼마 없어 많이 아쉽다. 이 글도 보니까 거의 다 쓴 것 같은데 빨리 마무리하지 않고 왜 여태 끌었나 싶다. 다른 작업 회고도 쓰다 말았고, 발행하지 않은 채 쓰다만 회고가 더 있다. 7월 말에 쓰기 시작한 글을 12월 중순 가까이 돼서 마무리하다니. 브런치에 글을 200개 넘게 썼는데도 5달 가까이 손을 놓았더니 어색하고 이런 내가 당황스럽다. 회고는 제때 하자. 기억하려고 기록하는 건데 기억을 잃으면 기록도 못하고, 다시 기억도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