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도 빠짐없이 브런치에 글을 쓰던 날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로부터 2년 반동안 더는 이곳에 글을 남기지 않았고 다시 돌아오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다. 더는 글을 남기지 않았던 이유는 마음이 힘들었기 때문이고, 다시 글을 남기게 된 것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더 성장한, 멋진 모습으로 언젠가 컴백 글을 남기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그러지 못했다. 지금 마음이 쓰지 않고는 건딜 수 없을 만큼 너무 절박하고 간절해서. 그래서 초라함을 무릅쓰고 다시 글을 끼적인다.
난 글의 치유 효과를 믿는다. 복잡한 마음, 허공을 부유하는 과잉 생각이 언어라는 시민권을 입고 활자화되면 생각이 정리된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지만 그나마 좀 나아진다. 물론 절대 활자화시켜선 안될 생각도 있다.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마구 쏟아낸 정제되지 않은 생각이 그럴 것이다. 물론 그런 마음도 글로 정리하는 게 좋을 때도 있다. 근데 그런 글을 비공개로 써두는 게 낫다. 알려서 좋을 생각과 아닌 생각이 있다. 부정적인 생각은 후자 쪽이다.
그래선지- 한동안 브런치에 쓰지 않은 마음을 휴대전화 메모장에 가끔 기록해뒀다. 트위터가 만만해서 거기다 올릴 때도 있었다. 트위터에도 올리기 부적절한 마음은 휴대전화 메모장에 남겼다. 트위터에 올렸다 지울 때도 있었다. 비공개 계정이지만 어쨌든 뉴스피드로 전파되는 게 두려웠다. 비공개 계정이라고 해서 정제되지 않은 마음을 남기는 게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지는 않는다. 후회가 돼서 뒤늦게 또는 금방 수습한다. 나이가 들어선 그나마 나아진 게 이정도의 자세인 듯하다. 그건 다행일까. 다행이다.
브런치에는 업을 다룬 글을 주로 쓰고 싶었다. 이런 식의 감정 찌꺼기가 아닌 업의 전문성을 주제로 한 이야기. 2년 반만의 컴백작도 그런 이야기였으면 했다. 근데 지금 당장 절박한 마음은 그쪽이 아니다보니 평소 마음 먹은대로 행동하지는 못하도 있다. 그래도 나쁜 이야기를 쓰는 건 아니고 그저 갑갑하고 못난 마음을 간접적이고 애매한 문장으로 표현할 뿐이니 잘못된 건 아닌 것 같다. 올해를 회고하는 글을 여러 개로 나눠 쓸 듯한데 아마 그 중 하나는 업을 이야기할 듯하다.
본론을 제대로 꺼내지도 않았고 속 시원하게 뭔가를 풀어놓은 건 아니지만- 오늘은 여기까지만 해보려 한다. 글을 올리지 않는 동안 신기하게 구독자 수가 늘었다. 독자 확보가 브런치 활동 목적은 아니었지만- 새로운 콘텐츠가 없는데도 꾸준히 이 계정의 글을 관심갖고 구독해주는 분들이 진심으로 감사했다. 그런 분들이 뭔가 얻어가야 할텐데. 실천하지 않은 행동에 책임감도 느꼈다. 앞으로는 독자에게 의미있을만한 글도 써보면 좋겠다. 기다려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