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은 아니지만 올초부터 좀 이르게 몇몇 화분을 분갈이했다. 하나는 사무실 화분, 나머지 두 개는 우리 집 화분. 아직 분갈이하지 않았지만 하려고 대기 중인 화분이 두 개 더 있다. 봄은 분갈이하기에 좋은 계절인데 꼭 봄이라서 분갈이했다기보다 상태가 영양 공급+더 넓은 서식지가 필요해 보여서 일단 쌀쌀한 날씨에도 실내 공기 믿고 진행했다. 생존에 도움이 됐는지 모르지만 아직은 괜찮아 보인다.
흙과 마사토는 롯데마트 페이지 그린과 다이소에서 두 번 샀다. 사무실 화분은 금전수였는데 굉장히 큰 화분에 옮겨 담아서 가져간 흙과 마사토를 모두 썼다. 금전수는 돈나무라고 불리는데 보통 개업할 때 많이 선물한다. 사업을 잘 운영하란 의미로 주는데 그렇다 보니 관리할 때 책임감도 드는 식물이다. 내가 속한 공동체를 축복하는 선물이기도 하고, 회사가 잘 되는 게 중요하기에 주술적 의미는 담지 않아도 식물이 잘 자랐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사진=딱정벌레
집에 있는 화분들도 분갈이가 필요해서 다이소에서 마사토와 흙을 더 샀다. 가격은 저렴했다. 각 1000원이고, 분갈이할 화분을 2000원에 샀으니 분갈이에 4000원이 들었다. 집에 있는 화분들은 스파티필름과 멜라닌 고무나무였는데 올 겨울에 페이지 그린에서 샀다. 모종 상태로 산 거라 어디든 옮겨 담아야 했다. 스파티필름은 안 쓰는 화분에, 멜라닌 고무나무는 다이소에서 산 화분에 옮겨 담았다.
화분이 작아서 마사토나 흙은 많이 쓰지 않았다. 아직 좀 남았다. 남은 건 다른 스파티필름을 분갈이할 때 쓰지 않을까 싶다. 집에 기적의 화분이 하나 있는데 5년 전에 산 스파티필름이다. 예전 출입처 부장님이 추천해 주셔서 3000원 주고 페이지 그린에서 샀는데 크게 성장했고 끈질기게 생존했다. 분갈이는 두 번 했는데 꽃은 한 번도 피우지 않았지만 지난해 살던 집을 자주 장기간 비우면서 물을 잘 주지 못하고 관리도 잘 못해 거의 말라죽을 뻔했다.
사진=딱정벌레
죽은 잎과 뿌리는 따로 분리해 버리고 숨이 겨우 붙은, 아주 작고 얇은 뿌리만 기존 화분에 그대로 남겨 옮겨왔다. 그런데 추운 날 베란다에 뒀더니 얼어 죽을 뻔했다. 잎도 많이 상하고 그나마 심긴 화분 속 흙은 오래됐고 양분도 없어서 더 이상 소생하기는 어려울 듯했다. 4년 동안 특별히 챙겨주지 않아도 알아서 잘 자라고 1인 가구인 내게 소소하게 생명의 기쁨과 경이를 선사했던 반려식물인데 아쉽고 미안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 스파티필름은 순순히 숨을 거두지 않았다. 따뜻한 실내에 뒀더니 양분도 거의 남지 않았을 법한 오래된 흙 속에서 다시 뿌리를 내리고 새로운 싹을 틔웠다. 겨울만 해도 잎이 네 장 정도 있었던 것 같은데 기존 잎도 좀 커지고 줄기도 높아지고 새로운 잎도 자라서 이제는 잎이 10장 정도 되는 듯하다. 무척 감격스러웠다.
사진=딱정벌레
분갈이도 안 해주고 영양제도 주지 않았는데 스스로 지난 척박한 환경을 극복했다. 적정 온도와 이따금씩 부어주는 물로 영양을 부족하지 않을 만큼 보충했다. 끈질기게 생명력을 이어가며 성장까지 이뤘다. 지금도 이 화분의 성장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 모습이 참 고맙고 기특하고 울림을 줬다. 요즘 여러 고민이 많고 꿈도 어수선하며 괴로운 나날인데 케빈 캘리 책 구절과 이 화분의 생존기가 내게 '포기 말고 꾸준히 방법을 찾고 앞으로 나아가며 어떻게든 헤쳐나가라'라고 말을 건넨다.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면 또 어떤 마음을 먹을지 모르겠다. 어렵지만 길을 계속 찾고 닦아나가며 도전하고 던질 수 있는 주사위는 모두 던져보려는 마음, 실천으로 나아가면 좋겠다. 요즘 들어 다시 출발선에 섰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적응을 가장 경계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1년 전 버티게 했던 그 생각과 마음가짐을 떠올려본다. 그때 자세와 노력이 다시 필요할 때인 듯하다. 지친 몸과 마음을 소생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