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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딱정벌레 Jun 24. 2024

도서관 작업 재미

새로운 공간의 매력

사진=딱정벌레

어쩌다 보니 2주 연속 주말마다 도서관에서 잔업을 한다. 주말이라고 이틀 내내는 아니고 하루 일정시간 내서 일을 본다. 원래 주말에는 카페에서 잔업을 했다. 주중에 못 챙긴 일, 차주에 시간이 빠듯해 도무지 작업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워 미리 진도를 빼야 할 일을 주말에 한다. 작년에 이런 일이 잦았는데 어쩔 수 없던 상황도 있고, 불안해서 그런 것도 있었다. 올해는 컨디션 관리와 번아웃 방지를 위해 꼭 필요할 때만 주말에 잔업을 하려 한다. 그러나 일과 삶의 경계는 무 자르듯 베기 어려워 주말에 일을 챙기지 않을 수 없다. 일요일은 월요일과 새로운 한 주를 준비하는 날이어야 하니까.

보통은 카페에 가서 업무를 많이 봤다. 사무실이나 재택 근무할 때와 다른 분위기, 환경에서 업무를 보고 싶었고, 그때는 어떤 결과가 나올까 궁금했다. 새로운 환경이 자극을 주지 않을까. 더 좋은 에너지를 줘서 더 나은 결과물을 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러나 늘 가던 카페에 가면 그것도 그냥 그렇다. 아무래도 카페에서 오랜 시간 작업하는 건 민폐고, 소음을 방지하기 위해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일하는 거라 귀에도 부담이다. 매번 나가는 커피값도 더 아끼면 좋겠고. 카페는 그나마 일을 보기에 환경이 나은 곳에 가다 보니 늘 가던 곳에 가는데 사무실처럼 너무 익숙해지긴 한다.

인스타그램을 보면서 도서관 게시물을 스크랩하다 흥미로운 도서관을 많이 발견했다. 기존 도서관도 리모델링해서 새 단장하기도 하고, 새로운 도서관도 많이 생겼다. 요즘은 구립 도서관도 늘었는데 새 건물이라서 그러니 공간이 예전 도서관과 많이 다르다. 북카페처럼 돼있거나 전망이 좋은 곳에 자리했거나 정원이 있고. 탐방하듯 가기 좋은 장소랄까. 멋있는 북카페처럼, 그중에서도 취향이 뚜렷하고 공간을 꾸미는 감각이 남다른 어느 사장님의 독립서점처럼 개성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소개하는 맛집이나 카페 같은 분위기랄까. 새로운 경험치도 높여본단 생각에 도서관을 투어 하기로 했다.

예전에는 도서관에서도 많이 일했는데 도서관까지 가기에 피곤하고 도서관은 다른 곳보다 가려면 마음먹고 가야 한단 생각에 발길이 뜸했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있고 싶은데 카페보다 그런 분위기가 덜해 보였고. 이사 가고 내가 좋아하는 유형의 도서관이 가까운 데 보이지 않았다. 도서관이라지만 전시관이나 놀이터 같은 곳도 있는 듯하고. 최근 몇 년 동안 자주 간 도서관은 국회도서관이었다. 직장인이 되기 전에도 거기서 공부하고, 그러고 보니 첫 직장 합격 소식을 전화로 받았을 때도 거기 있었다. 덤덤한 목소리에 "기분 안 좋냐"는 인사 담당자분 말씀이 떠오른다.

국회도서관은 한강 근처라 전망이나 주변 환경이 쾌적하다. 디지털 자료실에서는 한강이 보이는데 그 자리가 인기가 많다. 그러나 오래 있기에는 특히 자료실 말고 이러한 공간에는 방해 요소도 많다. 휴대전화 벨이 울리거나 마우스를 연속으로 클릭하는 소리가 너무 시끄럽다거나. 자료실에서도 노트북은 쓸 수 있지만 키보드 소리가 클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문득 도서관은 가끔 가기 좋지만 자주 가면 스트레스받는 상황도 생기고 그곳도 사람이 모이는 자리다 보니 신경 쓰이는 일도 많아서 방문 횟수나 머무는 시간을 조절하는 게 좋다 싶다.

지난주에는 다산성곽도서관을, 이번주는 손기정문화도서관에 갔다. 다산성곽도서관은 다산성곽 앞에 있고, 손기정문화도서관은 서울역 근처에 있다. 다산성곽도서관은 경사가 급한 오르막길을 10분 걸어올라야 한다. 요즘처럼 더운 날씨에 힘들긴 하다. 손기정문화도서관도 계단을 올라가야 하지만 다산성곽도서관만큼 아니다. 전망은 아무래도 산에 있는 곳이 더 좋다. 다산성곽도서관에서는 신라호텔도 보이고 창이 멋지게 나 있어서 주변 산봉우리도 눈에 잘 들어오고. 규모는 손기정문화도서관보다 더 작고 아기자기한 느낌이 든다. 실제 규모의 수치 차이는 잘 모르겠지만.

가기 힘들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사람도 손기정문화도서관이 더 많았다. 거기는 접근성이 더 좋은 위치에 있고, 공간도 더 넓어 보였다. 빨간 벽돌 건물이라 고풍스럽고 운치 있다. 인기 도서관이라고 하던데 열람석은 그렇게 많지 않아서 자리는 주말에도 별로 없었지만 운 좋게 소파 자리에 앉았다. 책을 읽고 그다음 업무를 봤는데 책상은 없지만 쿠션이 있어서 노트북 파우치를 받치고 일했다. 그러나 노트북 배터리가 얼마 없어서 오래 작업할 수는 없었다. 콘센트가 있지만 위험하니 직원에게 문의하란 메시지가 있는데 그때는 저녁이라 집에 가서 마저 일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다산성곽도서관은 일을 보고 다산성곽을 따라 내려오는 길이 좋았다. 서울 시내가 보이고, 노을에 물든 도시 풍경을 바라보는 것도 좋다. 손기정문화도서관은 주변에 손기정 기념관 등 여러 시설이 있어 같이 둘러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둘 다 정원이 아름답게 가꿔져서 이를 산책하는 것도 기분전환에 좋고. 지금은 녹음의 계절이라 풀잎 하나하나 아름답다. 다산성곽도서관은 실내에도 녹지가 많다. 실내 정원도 크게 조성해서 식물원에 온 기분도 둔다. 지하철역과는 둘 다 거리가 좀 있는데 난 1만 보 채우기엔 좋았다. 그나마 손기정문화도서관이 더 가까운 것 같다. 서울역이 있으니.

오랜만에 도서관에서 작업하니 집중하기 좋다. 도서관 특유의 분위기와 치열함, 집중도가 있다. 휴일에 여기 온 사람들은 휴식 하러 온 사람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책을 읽고 지식을 탐구하거나 사색하기 위해 왔고 방문 목적이 분명한 이가 많으니. 주변에 있던 사람들 모두 자기 일만 몰두한다. 주의가 산만하지 않고 자기 일에 전념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도서관 말고 다른 공간에서도 할 일 하지 않고 딴짓하는 모습이 시야에 잡히면 그 또한 방해가 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거기 있는 모두가 같은 일을 해야 하는 곳에 있을 때. 어쨌든 그런 분위기를 오래간만에 경험해서 좋았다.

이번 주말에는 특정 업무는 그래도 하고자 하는 분량만큼 봤다. 시작하기 전 많이 걱정했는데 충분히 쉬고 여유를 갖고 검토하니 그렇게 심각하지 않았고 오히려 본격적으로 작업하기 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지 않았다. 아예 처음부터 새로 하다시피 해야 하거나 그런 건 아니었고. 물론 내 선에서 자료 조사하고, 방향을 세워야 하지만 그렇게 상황을 파악하고 보니 공수가 지난번만큼 많이 들지는 않을 듯했다. 지난 작업에 손이 너무 많이 가긴 했다만. 월요일에 출근하면 또 어떨지는 모르겠다. 아직 절반은 더 해야 해서. 새로운 내용을 봐야 하기에 다른 상황이 펼쳐질 수 있고.

그래도 작업환경과 내 상태에 따라 같은 일도 다르게 느껴진다 싶다. 많이 치이고 피로하고 긴장된 공간에서 일을 마주할 때와 휴식하고 기분전환하며 인지자원을 보충했을 때 생각이 트이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있고 자기 통제력도 더 생긴다. 대처 방안도 잘 떠오르고 머리도 더 잘 돌아갈 수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일에 찌들어 지치고 피로할 때 붙잡고 고민하며 방향을 설계한 시간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싶다. 그때 미리 해두지 않았다면 주말에 검토와 설계 작업부터 해야 했을 테고 그러면 업무를 많이 진척시키지 못하고, 내가 하고자 한 분량만큼 일하기 어려웠을 테니. 어디서든 엉덩이 붙이고 집중해서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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