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우 같은 한 주였다. 늘 첫째 주, 셋째 주는 여러 마감이 몰려서 바쁜데 셋째 주가 특히 더 바쁘다. 이번 주는 플러스 알파로 일이 더 있어서 더더더 바빴다. 새로운 프로젝트가 있고, 원래 관련이 없었던 일은 아니지만 이제는 프로젝트 관련 조직 일원이 됐기에 임하는 자세도, 마음가짐도, 고민 깊이도, 추진력 또는 실행력도 달라져야 했다. 뭐든 그런 것 같다. 내 일이 아니면 관심도, 애정도 뜨뜻미지근한데 내 일이 되면 어떻게든 되게 해야 하고, 말이 되도록 만들어야 하고, 논리를 수립해야 한다. 이번 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참여하니 프로젝트 관련 일도 이번 주만의 일은 아니었다. 하던 일의 성격은 그 전주와 다르지만 앞으로 해야 할 다른 작업을 생각하면 전제 조건으로 경험하고 관찰해야 할 일이었다. 그래야 실체를 파악하고, 이 프로젝트를 더 와닿게 생각할 수 있고, 실질적으로 설득력 있는 논리도 만들 수 있을 테고, 안 보이던 게 더 보이지 않을까. 그러길 바라며 내 입장에서 좀 무리일 수 있지만 일정을 비우고 시간을 내어 그때만이라도 참여하고, 고민하며, 생각을 정리했다. 앞으로 일에 도움이 되길 바라며. 수면 시간은 모자랐다. 연속적인 마감 때문에라도 긴장을 늦출 수 없긴 한데 다른 일로 마감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은 더 빠듯했으니까. 다행히, 감사하게도 일단 마무리했다. 그러나 그 일도 언제나 수치화된 반응으로 평가가 나오는 일이라 '일단 끝냈다'는 생각에 마음 놓기는 어렵다. 반응은 언제나 예측할 수 없기에. 미리 걱정하기도, 그렇다고 '괜찮겠지'하고 막연하게 기대하기도 뭣하고 그저 주어진 결과를 묵묵히 받아들이고, 원인을 분석하며 다음에 더 잘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수면 시간도 짧지만 해야 할 일 생각에 마음 놓고 잠을 자지 못했다. 하루가 끝난 것 같지 않고, 제대로 일과를 마무리 짓거나, 하루를 깔끔하게 매듭짓지 못한 상태로 어중간하게 마감하는 느낌의 연속이었다. 일단 여기까지 하되 더 일찍 일어나서 해야지, 또는 조금 쉬었다 다시 해야지라고 생각하고 잠들었다가 목표 시각에 일어나지 못할 때도 있었고, 인지자원을 다 쓴 상태에서 밤을 새우며 일을 이어가기에는 체력도 한계에 부쳤다. 이상적인 작업 일정과 현실적인 작업 일정은 차이가 있다 보니 어떻게든 일을 진척시켜 후속 작업에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려면 주마가편해야 했다. 이러저러한 고민과 부담, 압박을 거쳐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한 주를 마무리했고, 금요일 밤 퇴근해서야 조금 한숨 돌릴 수 있었다. 토요일은 녹다운 상태였고, 몸과 마음이 극도로 지친 주말에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하기도 힘든 상태였는데 어제는 그랬다. 오늘은 좀 회복해서 책도 몰아서 읽고, 렌즈를 사야 해서 오랜만에 여의도에 갔고, 여의도에 간 김에 그 유명한 백화점도 둘러봤다. 이제는 물리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많이 멀어진 여의도. 이케아 팝업에서 마음에 드는 곰돌이 비닐팩을 샀다. 새로운 한 주도, 남은 하반기도, 올 한 해도 도전 강도는 더 높아지고, 해야 할 일도 늘어나서 마음 놓고 살기는 어렵다. 새로운 도전 과제가 생기는 게 나쁘지는 않지만 일 외에 새로운 도전 과제를 만드는 건 꺼려지고 변수를 만들지 않으려 한다. 그 영역에 변수를 만들길 바라는 이도 있지만 지금 발 딛고 살아가는,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이곳에서 살아남기도 벅차고, 그건 나 혼자 해내야 할 일이고, 그 누구도 나눠줄 수 있거나, 이해해 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라서 변수 생성 요구 또는 기대가 많이 부담스럽다. 그러면서 오늘 예배 시간에 설교 들으며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내 지식과 경험을 넘어선 놀라운 계획이 이 영역에도 있다면, 그게 내가 감히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중요하고, 필요하며, 심지어 좋을 수도 있는 계획이라면 알고 싶고,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 그러나 몸에 좋은 약은 쓰기도 해서 내게 굉장히 쓰고 아픈 계획일 수 있다는 생각에 알기 주저하게 되기도 한다. 인생에서 여러 역할을 요구받으며, 다양한 도전과제를 묵묵히 해내는 사람들이 참 경이롭다. 주말에 그나마 위로가 되는 시간이 있다면 독서와 예배, 산책, 휴식이다. 이번 주는 날씨를 핑계 삼아 주말에 별로 걷지 않았다. 7월에는 1만 보 걸은 날도 며칠 되지 않는다. 주말조차도 한 번 정도 겨우 1만 보 걸을 뿐이라. 6월에는 휴일에 다른 지역도 가보고, 안 가본 도서관도 갔는데 7월에는 그러지 않았다. 아, 박물관에 한 번 갔으니 너무 삭막하게만 보내지는 않았구나. 다른 달보다 만들어야 할 콘텐츠가 더 많기도 하고, 지난달도 주말에 업무를 좀 보기는 했지만 예쁜 도서관에 가서 일 보며 워케이션 분위기를 냈는데 이번에는 더 집중할 환경이 필요해 그런 데 가지 않았다. 활동 반경이 제한될 때 그나마 머릿 속이라도 자유로울 수 있고, 효율적으로 간접적이나마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으며, 인사이트도 얻을 수 있는 활동은 역시 독서뿐이다. 최근 새로운 책들을 읽으면서 새로운 지적 자극을 얻기도 하고. 물론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인사이트도 헛것일 수 있지만 요즘은 이렇게 접하는 것만으로도 중요하고 소중하다는 생각이 든다. 예배도. 산책은 더위와 장마를 핑계로 열심히 하지 못했다. 네 가지 활동은 주말 루틴이라 주말에 특별한 활동을 하지 않아도 꼭 지키고 싶다. 브런치를 비롯해 글 쓰는 일은- 예전만큼 애착이나 열의는 없다. 브런치에 꼭 뭔가 써야 하는 건 아니고 브런치에 글 쓰지 않을 때는 다른 데 끼적이기도 했다. 너무 개인적인 생각은 그 어떤 공개된 곳에도 남기고 싶지 않고. 브런치에 꼭 써야 할 이유도 없고. 누가 봐주길 바라지도 않는다. 글에 치유력은 있지만 그걸 과장하고 싶지 않다. 또 글을 너무 자주 쓰면 그것도 스트레스가 되고, 인지자원을 갉아먹기에 힘들면 안 써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글을 쓰면 생각이 정리되기에 정기적으로 일기라도 쓰는 게 좋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그걸 공개해야 하는 건 아니니. 지금보다 더 어릴 때는 내 생각을 드러내고 싶었다. 난 이렇게 생각해. 난 이런 생각하는 사람이야. 난 이거 알아. 나 이거 새롭게 배웠어. 자의식 과잉이었고 지금도 그 성향은 여전히 남아있는 듯하다. 나이를 먹고 이제 청년의 때를 지나가면서 날 주장하는 일에 별 매력도 느끼지 않고, 다른 사람 생각을 그렇게 궁금해하지만 않고, 불필요한 데 에너지를 최소화하고픈 마음이 더 커진다. 누가 알아봐 주길 바라는 시절도 지난 듯하고, 시간이 흐르고 환경도 달라지니 삶의 동기부여가 되거나 에너지를 주는 일도 바뀌고. 예전에 신경 쓰고 전전긍긍한 것에 조금 벗어나는 건 좋은 일일지도. 아주 자유로운 건 아니지만. 그런데 이 글은 왜 올리는 거냐고 묻는다면- 그러니까 올리든 말든 큰 의미가 없는 일이기에 그냥 올린다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해도 그만이고 안 해도 그만 일이니 오늘은 해도 그만인 걸로 해보겠다고. 원래 쓰고 싶었던 주제가 따로 있었는데 까먹고 이 글을 먼저 써버렸다. 그 주제는 언제든지 쓸 수 있을 테고, 그게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계정은 있고, 비정기적으로나마 게시물을 올리고 있지만 꾸준히 올리고 있으니 너무 오랫동안 업데이트가 없는 것도 좀 그런 듯해 올려본다. 서비스도 기능을 꾸준히 업데이트하니 여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