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가치를 인정받는 글의 요건은 뭘까

유료 텍스트 콘텐츠를 이용하는 데 인색한 이를 설득하려면

by 딱정벌레
사진=픽사베이

요즘 브런치에는 콘텐츠 수익화를 원하는 작가의 고민이 여기저기 엿보인다. 브런치에 직접 제안하는 이도 있고, 브런치가 아닌 플랫폼으로 확장을 모색하는 이도 있다.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 쓴 글이 경제적 가치를 인정받고 보상을 얻고자 하는 마음은 당연하다. 별 노력 없이 아무렇게나 끼적인 글은 보상을 주기가 애매하다. 그러나 시간과 품을 들여 정성껏 작성했으며 삶 또는 실무 노하우가 담긴 글에는 보상이 바람직하다.

여기서 중요하게 생각할 점은 '내 글이 정말 경제적 가치가 있는 글인가' 냉정하게 평가하는 것이다. 자가 평가뿐만 아니라 독자 평가가 중요하다. 서비스든, 콘텐츠든 사용자 관심사는 글쓴이가 얼마나 시간을 들여 개고생 하며 이걸 만들었냐가 아니다. '당장 이게 내게 도움되느냐', '생각지 못한 통찰과 정보를 줘서 내 발전을 이끌었거나 방향 설정을 도왔느냐' 이거다. 아니면 정말 재밌고 웃겨서 날 즐겁게 해 줬거나. 정말 감동적이고 여운을 남기거나. 읽으면 설레고 행복하거나. 특히 프로라면 돈 받고 하는 일인 만큼 고생해서 좋은 콘텐츠 만드는 게 당연하다. 일기나 개인 SNS가 아니라면 내가 이것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는지 푸념하거나 읍소하는 건 보기 좋지 않다. 프로라면 그래야 하고, 다들 그렇게 쓰기 때문이다.

또 중요한 건 아쉽게도 콘텐츠의 질과 경제적 가치가 꼭 상응하지 않는다는 거다. 사용자의 호불호 기준은 어떨 때는 이성적이지만 어떨 때는 감정적이고 주관적이다. 내가 고생해서 고품질 콘텐츠를 만들어도 사용자가 그걸 발견하기 어렵다면, 많이 보지 않는다면, 잘 활용되지 않는다면 그 콘텐츠는 기대한 만큼 경제적 보상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 뭐, 글쓴이가 어디서 고료를 받고 콘텐츠 수익화가 사업 모델이 아닌 플랫폼에 콘텐츠를 노출했다면 상관없을지 모른다. 예를 들면 기업 블로그 같은. 그러나 콘텐츠로 수익화하는 플랫폼에 이를 노출했는데 독자가 많이 보지 않고 필요성을 못 느낀다면 고료 이상의 수익을 얻기는 어려울 듯하다. 예를 들면 출판사에서 내는 책, 인세 수입이 그럴 수 있다. 콘텐츠로 돈을 벌려고 할 때 그 콘텐츠는 상품이 된다. 상품가치를 인정받아야 합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그걸 납득한 독자는 비용을 지불하려고 하고.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유료로 텍스트 콘텐츠를 이용하는데 사용자들이 굉장히 인색하다. 기사가 특히 그렇다. 일부 유료 서비스를 제외하면 언론사 기사는 무료로 보는 게 당연시되고 있다. 여기엔 네이버와 다음 같은 포털 사이트가 큰 기여를 한다. 언론사는 디지털 콘텐츠 노출 주도권을 일찌감치 잃었다. 차라리 포털 사이트 CP로 들어가는 게 인정받을 정도. 어떤 언론사는 매년 TF를 꾸려서 CP 입점을 준비한다. 일부 기자는 CP 여부를 기준으로 이직할 직장을 고르기도 한다. 그게 더 콘텐츠 영향력이 있다고 생각하니까. 사실 기사를 썼으면 많은 사람들이 봐야 의미가 있다. 언론사 자체 사이트는 이미 그 플랫폼으로 경쟁력을 잃었으니. 네이버 뉴스 상단에 노출될만한 기사를 쓰는 데 골몰하고 기업 홍보팀과 이를 같이 고민하는 곳도 있다. 계륵 같은 상황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책도 많이 보지 않는다. 지난해 통계청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 절반만 책을 읽는다. 음악이나 영화 스트리밍 서비스를 유료로 이용하는 건 이제 익숙해졌다. 근데 텍스트 콘텐츠 유료 시장은 천천히 변화하고 있다. 코로나 19 여파로 도서관도 운영하지 않으니 전자책 구독 서비스 이용은 늘긴 했다. 그러나 아직 이게 주류는 아니다. 물론 양질의 텍스트 콘텐츠를 갖춘 서비스도 여럿 나오고 있다. 팁리치처럼 텍스트 콘텐츠를 유료로 제공하는 플랫폼도 나온다. 유료 뉴스레터 플랫폼도 있고. 변화는 이뤄지고 있지만 이게 대중화되기엔 시간이 더 필요하고 아직 아는 사람만 아는 시장이다. 기자로 일하며 느낀 건 세상에 좋은 무료 텍스트 콘텐츠가 많다는 것. 사람들은 무료 텍스트 콘텐츠를 더 익숙해한다는 것. 그렇다 보니 유료 텍스트 콘텐츠를 보는 눈높이가 높다는 것. 이 정도다.

물론 이를 고려해 경제적 가치가 있는 텍스트 콘텐츠를 만들면 된다. 늘 그렇듯 이는 어렵다. 일단 콘텐츠 만드는 사람이 굉장히 고통스럽다. 그게 업인 프로는 특히. 내가 개고생 해서 좋은 콘텐츠를 썼는데 잘 안 팔리면 그것도 괴롭다. 내가 한 게 아무것도 아닌 것 같고. 시장가치나 대중 기대 이런 게 다 회의감이 든다. 시장과 대중이 이상하다는 생각도 들고. 이런저런 고민에 번아웃이 온다. 기업광고를 일절 받지 않고 구독료로만 돈 버는 매체에서 일하며 이걸 많이 실감했다. 물론 언론은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정말 독자 무서운 줄 알고, 독자에게 필요하며, 그들에게 유용한 콘텐츠가 뭔지 고민을 집중하니까. 돈 주는 사람이 독자니까. 희망적인 건 그들의 사용자 경험에 예민해서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밤잠 설치며 주말에도 일하는 프로도 적잖다는 것. 문제는 그 고통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완벽에 너무 집착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만 않고.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을 오래 못할 수 있으니.

아직 텍스트 콘텐츠로 정기적으로 돈 버는 사람은 기자나 작가, 자유 기고가, 출판업 종사자 등 정도다. 그러나 글을 미끼로 다른 활동을 해서 수익을 더 보전하는 경우도 많다. 언론사 매출 대부분은 구독료가 아닌 광고고. 광고주인 기업은 코로나 19 여파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곳이 많으니 예전처럼 협찬해주기 힘든 곳도 많을 것이다. 사실 요즘 들리는 업계 소식이 좋지 않다. 텍스트 콘텐츠 수익화를 원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문제의식에 공감하면서 이런저런 생각해볼 과제가 많다 싶었다. 좋은 콘텐츠, 유용한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이 잘 먹고 잘 살았으면 해서 상념을 끼적여봤다. 그래도 가장 큰 동기부여는 내 이름으로 완성도 높고 좋은 콘텐츠가 나갈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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