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읽히는 IT 이슈, 기술 콘텐츠 문장은 어때야 할까

뭐라도 말하고 싶지만 자신 없는 그것

by 딱정벌레
사진=픽사베이

이 주제를 두고 많이 고민했다. 난 글 쓰길 좋아하지만 글 잘 쓰는 사람은 아니기 때문이다. 빵빵 터지는 콘텐츠를 쓰는 사람도 아니고. 자료를 조사하고, 정리하거나, 개요를 짜는 건 학습 경험에 따라 설명할 수 있지만. 문장은 그런 영역과 달랐다. 문장도 학습의 소산이긴 하다. 근데 잘 읽히는 글, 맛깔난 글은 학습뿐만 아니라 감성 영역이기도 하고. 그 사람의 성향, 타고난(?) 자질 등도 영향을 준다. 그건 문체와 관련 있으려나. 어쨌든 필력이 좋거나 뛰어난 문장가가 아니라서 쓰면서도 자신이 없다. 그러나 애초에 내가 뭘 잘해서 이런 글을 쓰려고 한 게 아니다. 내가 글 쓰면서 느낀 고민을 풀어놓는 데 방점을 뒀기 때문에 그걸 써야겠다.

글에 인용할 자료를 조사하고, 이를 정리한 다음, 개요에 맞춰 내용을 배치하고 나면 본격적인 글쓰기가 시작된다. 난 자료 조사-정리-개요 구성-내용 배치만큼 글 작성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새롭고 창의적인 내용 쓰는 것도 아니면서 시간이 오래 걸릴 필요 있나?'라고 생각할 법하다. '어차피 주어진 내용 정리해서 쓰는 것뿐이잖아' 그 말도 맞다. 나대로 시간이 걸리는 이유는 있지만 내게도 숙제 같은 일이고, 풀고 싶은 과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전히 해답을 못 찾고 있는 과제고, 현재 진행형인 고민이다. 난 100% 순수 창작을 하는 것도 아니면서 글을 쓸 때 왜 이렇게 시간이 걸리는 걸까. 누구는 4시간 안에도 쓴다는데.

내가 느낀 어려움 중 하나는 '나도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을 쓰는 데 따른 부담'이다. 그러니까 나도 내가 쓰는 글 내용이 어렵다. 전에도 몇 번 썼지만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내용을 함부로 쓸 수 없다. 내가 알지도 못하면서 그냥 문장을 흉내 내서 내용을 붙여 넣기 할 수 없다. 내가 쓰는 글 내용을 모두 다 이해하고 써야 한다. 그건 당연한 거다. 한 문장 한 문장 허투루 쓸 수 없다. 모든 문장은 저마다 존재 이유가 있고. 글에서 내 역할은 전달자고, 독자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글 쓰는 게 의무다. 내가 어려운 내용을 모두 이해해야 그게 가능하다.

이해가 안 되면 글을 쓰면서도 자료를 더 조사하고(용어나 배경 설명이 이에 해당한다), 전문가에게 물어봐야 한다. 자료를 조사하고 정리하면서 이해 작업을 완료하면 좋다. 그러나 조사하고 정리하기도 바빠서 그걸 100% 마지치 못할 때도 있다. 또 그때는 이해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쓰기 시작하면 새로운 궁금증이 들기도 한다. 사실 글을 쓰면서 내용을 이해하게 되기도 한다. 머릿속이 복잡할 때 글 쓰면서 생각이 정리되듯. 그건 정보를 전달하는 글에서도 비슷한 것 같다. 물론 궁금증을 못 풀 때도 있다. 그게 글에서 핵심 내용이 아니면 건너뛰기도 한다. 이해 못한 내용을 글에서 필요하지 않은데 굳이 쓸 건 없으니까. 글을 전개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궁금증을 우선으로 해소하고, 곁가지는 중요하지 않다면 넘기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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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해는 이해고, 문장을 걸음마 떼듯 한 자 한 자 쓰는 게 쉽지 않다. 앞서 언급했듯 모든 문장은 저마다 존재 이유가 있으니까. 각자 쓸모가 있다. 조사한 자료 내용을 그대로 때려 박기만 해선 안 된다. 점을 각각 찍고 그걸 하나의 선으로 연결하면 별자리처럼 어떤 모양이 탄생하듯 글도 마찬가지다. 조사 내용을 말이 되는 문장으로 완성해야 한다. 조사 내용을 덩어리로 먼저 넣더라도 앞뒤 문장과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게 만들어야 한다. 인과관계가 있다면 그걸 드러나게 해야 하고. 글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읽혀야 한다. 또 문장을 한 번 읽으면 그게 바로 이해돼야 한다. 그걸 의식하며 쓰다 보면 진도를 빨리 못 뺄 때가 많다. 나 같은 하수는.

그렇다면 완성된 문장은 뭘까. 난 주술 호응부터 맞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어가 명확해야 하고, 서술어는 정확하며 적절해야 한다. 그거부터 맞아야 일단 문장이 이해되니까. 문장은 짧을수록 좋다. 문장이 길어질 수 있지만 주어나 목적어가 실종되고. 글이 중의적으로 읽힐 때도 있으니까(나도 가끔씩 주어나 목적어가 실종된 문장을 써서 종종 지적받았다). 난 문장을 짧게 쓰지 못한다. 퇴고할 때 긴 문장을 줄이지만 평소 만연체가 습관이 돼있다. 편하게 글을 쓸 때는 문장을 길게 쓴다. 문장이 짧지 않더라도 읽으면서 호흡이 나쁘지 않거나, 내용을 이해하는 데 문제가 없다면 길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확실히 문장이 길어지면 글이 이상해지는 경우가 많다. 호흡도 달리고. 문장은 짧게 쓰는 게 낫다. 주어와 술어만 있는 문장을 쓰고 싶은데 어렵다.

접속사는 가급적 안 쓰는 게 좋다고 배웠다. 사실 불필요한 접속사가 많다. 난 '그러나'를 제외하면 접속사를 잘 쓰지 않았다(브런치는 예외). 내용에 반전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접속사는 없어도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게 꼭 능사도 아니었다. 신문사에서 일할 때 너무 접속사를 안 썼더니 부장이 데스킹을 보시다가 "너무 접속사를 안 써서 읽는데 턱턱 막히는 느낌이다"라고 말씀하셨다. 필요한 경우는 써야 한다고. 너무 무용하지 않으면서 적당히 쓸모 있는 연결어를 하나 발견했는데 그게 '이로써'였다. '그래서', '그 결과' 이런 걸 쓰기는 뭣하고, 문장은 끊어서 쓰면서 인과 결과를 나타내야 할 때 '이로써'를 쓰는 게 쏠쏠했다.

경어체로 글을 쓸 때는 종결어미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한다. 온라인 미디어에서도, 지금도 난 경어체로 글을 쓴다. 온라인 미디어에서는 그게 회사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썼다. 혼자 일하는 지금도 그 방식이 좋다고 생각해서 계속 그렇게 쓴다. 어려운 내용을 경어체로 전달하면 더 친절한 느낌이 든다. 말하듯 설명하다 보니 더 쉽게 전달하려고 더 신경 쓰는 것도 있고. 경어체로 쓰다 보면 종결어미를 다양하게 쓸 수 있다. '~습니다'로만 끝내면 너무 반복하는 느낌이 든다. 요즘은 '~습니다', '~고요', '죠' 이걸 바꿔가며 쓴다. 한 종결어미를 두문장 연속으로 반복하지 않으려고 한다. 온라인 미디어에서는 안 그랬는데 요즘은 그렇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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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단어도 반복하지 않으려고 한다. 한 문장에 같은 단어가 들어가지 않는 건 물론이고. 한 문단 안에 같은 단어가 들어가는 것도 피하려 한다. 이는 주로 형용사가 그렇다. 앞 문장에서 '어렵다'라고 썼으면 다른 문장에서는 비슷한 의미를 지닌 다른 단어를 쓴다. 딱 동의어라고 하기 어렵지만 '힘들다'라고 쓴다든지. '녹록하지 않다' 또는 '쉽지 않다'라고 쓰거나. '지적했다'라는 단어를 반복하지 않듯. 직업 글쟁이 중에서는 이를 정리해서 자신만의 단어장을 만드는 이들도 있다. 요즘 나도 내 단어장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단어장과 결이 다르긴 하다. 한글, 영어 등 새로 알게 된 단어 의미를 정리한 단어장을 만들고 싶다. 영단어도 쓰는 맥락이 다른 만큼 영영 사전에서 의미를 찾아서 기록하면 좋겠고.

대체 불가능한 용어가 아니라면 가급적 영어가 아닌 한글을 쓰려고 한다. IT, 기술 콘텐츠에서는 영어를 많이 쓴다. 스타트업계는 특히. 신문사에서 일하면서 내가 '이건 잘 배웠다'라고 생각하는 게 있다. 영어 표현을 고집스럽게 한글로 바꾸는 것. 어떤 데스크는 답답하다 싶을 정도로 지독하게 바꿨다. 업계에서 이렇게 쓴다고 해도. 온라인 미디어에서는 그걸 요구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글로 글 쓰는 직업인이라면 영어 표현을 의식적으로 한글로 풀어서 쓰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대체할 수 없는 단어라면 영어를 써도 괜찮겠지만. 충분히 한글로 대체 가능하고, 그게 의미를 훼손하지 않는다면 한글을 쓰는 게 적절하다.

특히 대중을 대상으로 쓴 글이라면 더욱 그렇다. 업계에서 흔히 쓰는 용어가 있는데 그 업계 종사자가 아닌 사람에게 친숙하지 않은 용어일 수 있다.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할 게 아니라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쓰고자 한다면 업계 종사자가 아닌 사람에게도 친절하게 그걸 설명해줘야 한다. 기자든, 작가든 어려운 내용이나 전문 지식을 쉽게 풀어서 설명함으로써 대중 사이에 다리를 놓는 사람이라면. 글 쓰는 것뿐만 아니라 잘 소통하도록 돕는 것도 그들 역할이니까. 적어도 의미를 이해하는 데 누군가를 소외시키지 않도록 애써야 하니까. 특히 기자는 우리말을 올바로 쓰는 게 기본이다. 언론사에서 국어 시험을 치르고, 일부 매체에서 한국어 능력 시험 성적을 필수로 요구하는 건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말은 이렇게 하는데 나도 그렇게 잘 못했다. 귀찮기도 하고, '매핑'이라는 단어는 정말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겠더라.

웹 콘텐츠는 비교적 자유롭다 보니 은어도 자주 쓴다. 은어를 사용할 때는 괄호를 쳐서 의미를 풀어주는 게 좋다고 본다. 친근감을 유도하기 위해 쓸 수 있지만 역시나 그 은어가 익숙지 않은 사람도 있고. 공인이 어엿한 매체를 통해 쓰는 글이라면 은어 의미 정도 써주는 게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다만 은어도 은어 나름인데 저급한 은어는 쓰지 않는 게 좋다고 본다. 격 떨어져 보이니까. 은어 외에 시쳇말이라고 해야 하나. 최근에 관용어처럼 쓰이는 표현이 있다. 아픈 사람에게 상처 주거나 차별을 조장하는 표현은 안 쓰는 게 좋다. 예를 들면 '발암', '~하면 암 걸릴 것 같아요'. 암으로 고생한 사람에게 괴로운 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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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를 쓸 때는 이런 점을 염두에 두면서 쓰지만 내용 전달에 집중하다 보니 이런 걸 놓칠 때도 많다. 그럴 때는 퇴고에서 이를 보완할 수 있다. 퇴고에서 어려운 문장을 더 쉽고 단순하게 다듬고. 부정확한 표현을 정확하게 수정하고. 주술 호응이 안 맞으면 이를 바로잡고. 쓸데없는 영어 표현을 썼다 싶으면 이걸 바로 한글로 바꾸고. 문장이 길면 이를 끊어 쓰고. 퇴고할 때는 글을 소리 내어 읽는 게 좋았다(그래서 글은 혼자 있을 때 쓰는 게 가장 편하다. 옆에 사람이 있거나 소음이 나면 소리 내서 읽기 신경 쓰이고, 집중이 잘 안 될 때도 있다). 어디서 그런 글을 읽었는데 내 글을 내가 소리 내어 읽으면 제삼자 입장에서 객관화해 내 글을 보는 느낌이 든다. 내 글이 잘 읽히는지, 이해하기 쉬운지 이런 것도 판단하기 낫다.

특히 중간에 간격을 두고 글을 읽으면 객관화가 더 잘 된다. 내 글을 낯설게 보게 되고, 내 글의 장단점이 더 잘 보인다. 특히 문제점, 수정할 거리. 문장 배치 등. '이 문장을 여기로 옮기면 흐름이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 이런 것도 보인다(이런 점을 발견할 때 '심봤다'는 기분이 든다). 초고를 쓰고 나면 이런 절망감(?)이 뜰 때가 있다. 시간을 들여서 고생해서 썼는데 고칠 게 너무 많아서 절망적이다. 초고를 완성도 높게 쓰면 퇴고가 수월할 것 같은데 시간을 얼마나 들이고 공을 어떻게 들이든 초고는 늘 고칠거리 투성이인 것 같다. 너무 성의 없게 빨리 쓰는 것도 능사는 아니지만 퇴고를 염두에 두고 집중력 있게 쓰는 게 좋은 건 사실인 듯.

그래도 퇴고할 때가 가장 좋다. 무엇보다도 퇴고하면서 내 글이 점점 더 나아지고 있다는 기분이 들 때가 최고다. 사람도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기쁘듯. 글에서도 마찬가지다. 물론 퇴고하다가 막힐 때도 있다. 이걸 어떻게 고쳐야 할지 막막해서. 또는 분량을 줄여야 하는데 뭘 어떻게 어디서 들어내야 할지 모를 때. 사실 이때 누가 같이 봐주고, 의견 주면 더 좋다. 내가 못 본 문제점이 그 사람에게 보이는 거니까. 아무튼 퇴고하면서 내 글을 개선할 때 성취감이 점점 들고. 그렇게 글이 완성되면, 그 글이 내가 봐도 마음에 들면, 완벽하지 않을 수 있지만 이 정도면 내가 남에게 보여줘도 떳떳하다는 생각이 들면 뿌듯하다.

문체의 경우, 난 경어체를 쓰는 것 외에 다른 걸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신문기사를 쓸 때는 내 개성을 생각할 것도 없었고. 온라인 미디어에서는 그런 걸 존중했지만 내 글에는 그게 필요하지 않다고 봤다. 내 글의 초점은 정보를 쉽게 전달하는 거라서. 이 글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드러내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도리어 그런 글에 내 스타일이라는 걸 드러냈다가 독자에게 방해될 수도 있고. 건조하지만 문법에 맞춰 내용을 쉽게 전하는 것만으로도 벅차서 그 외 다른 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온라인 미디어에서 IT, 기술 콘텐츠를 쓸 때는 VC나 업계 관계자가 자신들의 투자 또는 사업에 내용을 참고한다고 해서 그들에게 어떤 가치를 줄지 고민했다. 테크니컬 라이터로 글을 쓸 때는 대중에겐 기술을 쉽게 이해하도록 돕고, 잠재 고객에겐 그 기술의 가치와 필요성을 전달하는 데 방점을 둔다. 문체는 그 목적을 방해하지 않으면 된다.

돌아보면 IT, 기술 콘텐츠를 쓸 때 필수 문장 원칙은 다른 콘텐츠와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뭔가 조언하듯 썼지만 전혀 그럴 입장이 못됐다. 사실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 나도 잘하지 못했던 걸 썼다. 지금도 고치고 싶은 내 글쓰기 습관. 이렇게 쓰고 보면 나도 더 나은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한다. 내가 스스로 숙제로 여기는 것 중 하나가 있는데 바로 번역투 문장이다. '~적', '~의', '~에 대해' 등 이런 거 안 써야 되는데 버리지 못했다. 최근 장바구니에 담아둔 책이 있는데 '번역자를 위한 우리말 공부 - 한국어를 잘 이해하고 제대로 표현하는 법(이강룡, 유유, 2015)'이다. 나도 영문 자료를 볼 때가 많은데 번역 공부를 따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유유 출판사에서 나온 책을 보면 좋은 글쓰기 방법을 다룬 책이 많다. 쇼펜하우어의 '문장론'도 좋았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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