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 이슈, 기술 콘텐츠 개요는 어떻게 짤까

충분히 입력했다면 짜임새 있게 출력할 단계

by 딱정벌레
사진=픽사베이

정보를 전달하든, 주장을 풀어내든 글을 쓸 때 가장 중요한 절차는 '입력'이라고 배웠다. 여기서 입력하는 대상은 바로 정보다. 글에서 뭔가를 설명하거나 주장의 근거를 제시할 때 늘 정보가 있어야 하니까. 그래야 더 쉽게 이해하고 설득할 수 있으니까. 또 개요 짜기도 한결 쉽다. 정보는 글을 시작하는 티저, 글 전체를 꿰뚫는 키워드나 개념, 누군가의 어록, 통계자료가 될 수 있다. 글로벌 IT 이슈나 기술 콘텐츠라면 이슈 개관이나 사건 발생 배경, 사건 의미 해석, 전망, 기술 개념, 발전과정, 작동방식, 활용사례, 빛과 그림자 등도 정보에 해당한다.

기자 시험을 준비할 때든, 테크 라이팅 강좌를 들을 때든, 글쓰기 노하우를 다룬 책을 읽을 때든 강사나 저자는 이구동성으로 입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유데미 강좌에서는 글쓰기 시간을 이렇게 배분하라고 조언했다. 정보 수집(40~60%), 그래픽 만들기(2~5%), 실제 글쓰기(25~30%, 색인 포함), 리뷰/편집/퇴고(5%). 정보 수집 즉, 입력 단계가 최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글쓰기 시간은 비교적 적다. 이는 충분히 입력해야 글을 제대로 쓸 수 있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아쉽게도 난 그래픽 만들기를 제외하면 모든 시간이 다 비슷하게 오래 걸리는 듯하다. 퇴고를 생각하고 초고를 너무 그냥 쓰면 나중에 피보는 경우가 있어서 그렇기도 하고.

요즘 읽고 있는 은유 작가님의 '쓰기의 말들'이란 책에서도 입력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한다. "난 도서관으로 향했다. 한국 사람이 젓가락질을 하고 공기놀이를 하며 어릴 때부터 손가락의 소근육을 많이 움직여서 두뇌가 우수하다는 것 등 관련 서적에서 근거가 될 만한 사례를 보완했다. 내용이 실해졌다. 현란한 수사로 채운 글이 왜 초라한지, 충실한 근거를 갖춘 글이 왜 탄탄한지, 그 글을 고치면서 깨달았다. 난 유익한 정보, 새로운 관점을 전해 주기보다 잔재주를 뽐내고 과시할 욕심만 앞서 알맹이 없는 글을 쓴 거다. 이 일을 계기로 난 달라졌다. 자의식을 버리고 직업의식을 챙겼다. 내 역할은 세상과 인간의 삶에 도움이 되는 글을 한 접시 차려 내는 일이다. 일용할 양식을 쓰자." "감각적 글발보다 탄탄한 자료가 글쓰기에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자료가 글쓰기를 자유롭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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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정보를 수집한다고 해서 다가 아니다. 이 정보를 정확히 이해하고 내 것으로 소화해야 한다. 복사, 붙여 넣기 하는 게 아니라 내 언어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정보를 전달하는 글이라도 내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내용을 함부로 한 음절도 쓸 수는 없다. 모르면 안 쓰는 게 낫다. 나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정보를 남에게 전달할 수 없으니까. 오늘은 정보 수집, 입력을 다루는 글을 쓰려는 아니다. 글로벌 IT 이슈와 기술 콘텐츠 자료 조사를 하는 방법은 지지난번 글에서 썼다. 또 영문 자료를 조사해서 번역하는 방식은 지난번 글에서 다뤘다. 오늘은 그렇게 모은 자료와 정보를 토대로 어떻게 개요를 짤지 이야기하려고 한다. 늘 강조하는 바이지만 이 글은 절대로 베스트 프랙티스가 아니다. '평범한 인간이 조금이라도 나은 글을 쓰기 위해 어떤 삽질을 했는지'를 다룬 글이다(참고만 하시고 배우지는 마셔요).

사실 개요는 자료 수집 단계에서 거칠게나마 짜긴 한다. 그 개요는 내가 글을 쓰기 위해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정리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야 자료 수집 과정이 조금이나마 더 효율화되니까. 또는 일단 관련 키워드로 최대한 자료를 찾고 정리한 다음, 이를 토대로 개요를 짜기도 한다.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내용을 어떻게 배치할지 좀 더 고민하고 짜임새 있게 개요를 구체화하는 게 이 단계다. 초기에 거칠게 짠 개요를 이 단계에서 수정할 때도 있다. 아무튼 번역할 때도 그렇고 한 가지 방식만 쓰지는 않는다. 상황에 따라 여러 방식을 혼용해서 활용하기도 한다. 아무튼 자료를 수집하면 내가 글에 활용한 정보를 추린다. 그다음 내가 짠 개요에 각 정보를 배치한다. 출처도 같이 표시한다. 어디에서 본 내용인지 글에서 밝히기 위해.

개요는 주제마다 다르지만 패턴은 비슷했다. 기술 콘텐츠의 경우, 일단 서두-본론-마무리 이렇게 구성한다. 본론은 여러 항목으로 세분화한다. 서두에서는 이 기술을 지금 이 시점에 다루는 이유, 우리가 이 기술에 현재 주목해야 할 이유를 담았다. 그러나 기술은 대체로 딱딱하고 어렵다는 선입견이 있다. 따라서 재미있는 사례, 특히 영화나 드라마, 음악과 관련된 소재가 있다면 이를 티저로 쓰려고 했다. 딥페이크의 경우, 유튜브에 올라온 유명인 딥페이크 영상을 언급했다. 음성합성의 경우, 해당 기업의 유명인 음성합성 사례 영상을 가져왔다. 감정 인식의 경우, 관련 기술이 나온 드라마를 사례로 끌고 왔다.

기술은 아니지만 IT 이슈에도 대중문화 관련 내용을 서두에 인용했다. 제프 베조스가 지난해 블루 오리진 달 탐사 발표에서 기조연설한 내용을 정리한 기사를 쓸 때였다. 우주를 소재로 다룬 노래는 여럿 있다. 처음에는 엘튼 존의 로켓맨을 생각했는데 이 노래는 우주 탐사 경쟁이 시들해질 시기에 나왔다. 그래서 좀 더 거슬러 올라가 데이비드 보위의 '스페이스 오디티' 노랫말을 서두에 인용했다. 그때가 우주 탐사 경쟁이 치열할 때니까 좀 더 이야기를 끌어올 수 있을 듯했다. 플라잉 카 기사를 쓸 때는 척 베리의 관련 노랫말을 가져왔고. 1950년대에도 하늘을 나는 차를 꿈꿨다는 게 흥미로웠다. 사실 플라잉 카 역사는 이보다 훨씬 더 길지만. 개요를 짤 때는 이런 점도 미리 생각해두면 좋다. 내 경우엔 서두가 잘 풀려야 다음 글도 잘 써진다. 첫 단추를 잘못 꿰면 글이 유기적으로 연결 안 되는 느낌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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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론의 경우 기술 콘텐츠를 예로 들자면 기술 개념과 작동과정, 요즘 떠오르는 배경, 발전과정을 본론 1~2에 다뤘다. 기술에 대한 기본적 이해를 먼저 푸는 게 우선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다음 이 기술의 활용사례와 빛과 그림자를 본론 3~4에서 다뤘다. 때로는 그림자 내용으로 글을 마무리하기도 했다. 따로 글을 마무리하는 문단을 쓰려면 힘들기도 하고, 내용도 길기 때문에 우려점으로 글을 마무리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전망으로 글을 마무리하는 것도 적당히 여운을 주면서 글을 완결성 있게 느끼도록 하는 데 좋았다. 요즘은 글 전체 내용을 요약하는 식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이것도 품이 덜 드는 방식이라서 괜찮다. 내용이 길기 때문에 핵심만 정리를 하는 것도 독자에게 괜찮을 수 있고.

글로벌 IT 이슈를 다루는 글의 개요는 이렇다. 일단 사건 개요와 사실관계를 본론에 우선 썼다. 그다음 이게 논란이 됐거나 이슈가 된 배경을 분석했고, 전망이나 우려점으로 글을 마무리했다. 예를 들어 야후 재팬과 라인의 경영 통합을 주제로 글을 쓴다면 서두에서는 최근 이런 걸 발표했고, 이게 어떻게 화제가 되고 있나를 간략히 언급했다. 본론 1에서는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관계, 경영 통합방식을 쓰고, 본론 2에서는 이들이 손잡는 이유를 분석했다. 일단 각사의 상황을 실적과 현지 시장에서 입지, 사업현황을 토대로 분석했다. 그들의 경영 전략, 강점과 약점도 배경 분석에 활용했고. 글로벌 IT 공룡이 핀테크에 박차를 가하는 까닭을 다룬 기사의 경우는 이렇다. 서두에는 최근 관련 이슈를 간단 요약해서 쓰고, 본론 1에서는 현재 각사의 핀테크 사업 현황을 정리했다. 본론 2에서는 그들이 이를 강화하는 이유를 본격적으로 분석했고, 전망이나 우려점으로 글을 마무리했다.

특정 기업만 파고들어가는 글을 쓸 때는 약간 다르다. 예를 들어 스트라이프를 분석하는 기사를 쓴다면 서두에서는 이들이 최근 기업가치 얼마를 인정받아 투자를 받았는데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쓰고. 본론 1에서는 이들의 창업 배경을 스토리텔링 한다. 본론 2에서는 이들의 사업모델을 정리하고, 최근 새로운 먹거리를 발표한 게 있다면 그것도 다뤘다. 본론 3에서는 이들에게 투자한 기업도 살피며 투자자가 본 이 기업의 가치가 어록으로 나온 게 있다면 인용하려고 했다(스트라이프 기사에서는 투자 포트폴리오만 썼는데 다른 기업의 경우엔 이런 걸 쓰기도 했다, 뉴스레터 서비스인 서브스택이나 주얼리 플랫폼 피에트라, 긱 일자리 플랫폼인 워놀로가 그랬다. 안드레센 호로위츠와 세콰이어 캐피털에서 투자받은 기업인데 아무래도 큰 벤처캐피털은 자신들의 투자 배경을 좋은 텍스트 콘텐츠로 만들어서 블로그에 공유하니 이런 걸 쓰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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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기업의 경우 본론 4까지 추가하기도 했는데 이들의 독특한 사업이나 경영철학 또는 인생철학을 담았다. 스트라이프는 독특하면서 흥미로운 지점이 많은 기업이었다. 핀테크 회사지만 콘텐츠 사업에 관심이 많아서 책도 내고, 잡지도 발간했다. 그런 걸 담고, 대표가 자신의 지식을 적극적으로 알리려는 사람이라 그가 청년에게 건네는 인생철학도 좋은 내용이라서 글에 같이 담았다. 이밖에 뉴스레터 서비스인 서브스택도 흥미로운 곳이었는데 그들이 생각하는 유무료 뉴스레터 요건은 뉴스레터를 만들려는 사람들에게 정보가치가 크다고 판단해서 그런 내용도 본론에 같이 넣었다. 늘 좋은 이야기만 쓸 수는 없으니 기업의 한계나 우려점으로 글을 마무리했고. 비판을 위한 비판은 하고 싶지 않고, 그럴만한 거리가 안 보인다면 기업의 운영철학으로 글을 마무리할 때도 있었다.

이밖에 특정 기업의 실적을 분석하는 콘텐츠를 쓸 때는 서두는 이게 이슈가 되는 배경과 현 상황, 우리가 이를 봐야 할 이유를 간단히 요약했다. 본론 1에서는 실적을 개관하고, 어닝 콜 내용 중 쓸만한 내용이 있다면 인용하기도 했다. 특히 이들의 방향성이나 앞으로 계획을 파악하는 데 어닝 콜 내용이 도움됐기 때문에 보고 인용할 가치가 있었다. 본론 2와 본론 3에서는 이 회사의 긍정적 전망과 부정적 전망을 각각 나눠서 썼다. 벤처캐피털의 포트폴리오를 분석하는 콘텐츠는 이렇다. 소프트뱅크의 라틴 아메리카 투자 콘텐츠를 쓸 때였다. 역시 서두는 최근 이슈와 이를 살펴봐야 할 까닭을 요약하고 본론 1에서는 이들이 이 지역에 투자하는 이유를 분석했다. 이들의 투자 포인트 또는 투자 기업 기준도 다뤘다. 본론 2 또는 본론 3에서는 투자 기업을 정리했다. 어떤 기업이고 무슨 사업을 하는지를 중심으로 썼다. 마무리에서는 전망이나 우려점을 썼고.

기술 콘텐츠의 경우, 여러 기술을 병렬식으로 쓰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글도 본론 구성이 달랐다. 아마존의 다섯 가지 기술을 다룬 콘텐츠가 그랬다. 그런 콘텐츠에서는 그들의 특허나 그들만의 기술, 그들이 이 기술에 열을 올리는 이유, 최근 동향, 앞으로 계획 등을 다뤘다. 관련 어록이 있다면 그것도 같이 쓰고. 마무리는 따로 쓰지 않았는데 그렇게 해도 어색하지 않다고 혼자 생각했다. 원래 오늘 쓰려고 한 건 이런 내용이 아니었는데 의도와 다르게 내용이 전개됐다. 아무튼 콘텐츠 주제마다 개요가 조금씩 다르지만 나름 큰 틀은 있었다. 실적 기사를 긍부정 포인트로 나눠서 쓰자는 건 전 직장 대표의 아이디어였다. 그 외에는 누가 알려준 건 아니고 내 필요에 따라 구성해서 썼다. 기술 콘텐츠 개요는 지금 글을 쓸 때도 계속 활용하고 있다. 다만 기자일 때와 다른 점은 한계를 미처 못 쓸 때가 많다. 앞으로는 이걸 작게라도 자연스럽게 소화해보려고 한다. 새로 산 맥북 에어로 처음 여기서 글 써봤는데 산뜻하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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