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회고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보람과 반성이 교차하는 시간
사진=픽사베이지금 몸과 마음이 너무 가볍다. 날아갈 것 같다. 근 한 달 가까이 끌어오던 글 작업을 좀 전에 마쳤기 때문이다. 이렇게 오랫동안 글을 붙잡은 건 처음인 듯. 역시 글은 초고를 쓸 때보다 퇴고할 때가 집중이 가장 잘된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글에 흠뻑 빠졌다. 곧 끝나간다는 생각 때문에 기분도 괜찮고. 초고를 쓸 때는 잡념이 많이 든다. 이번에는 특히 그랬다. 주제가 어렵기도 했고. 아니, 정확히는 기술이 어려웠다. 영어도 어려웠다. 그렇다 보니 문장도 어려웠다. 초고는 늘 끔찍하게 생겨먹었다. '이걸 언제 다 고치나.' 막막했다. 그래도 해냈다. 상대방은 어떻게 볼지 모르겠지만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했다. 끝날 것 같지 않은 일이 끝나면 후련하다. 내가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이 들면 속이 시원하다. 결과가 어떻든 내가 당당하니까. 그걸 보여주기 부끄럽지 않으니까.
늘 주제를 전달받다가 오랜만에 내가 주제를 기획했다. 주제를 전달받으면 전달받는 대로, 내가 주제를 정하면 정하는 대로 고달프다. 주제를 전달받으면 다음에 내가 뭘 쓸지 예측할 수 없다. 사전에 덩어리 주제를 알려줄 때도 있었지만 갑자기 아예 다른 걸 전달받을 때도 있었다. 이럴 때 좀 힘들다. 예측도 문제이지만 늘 시간이 빠듯하기 때문에 주제가 예측 가능하거나 일찍 전달받으면, 아니면 내가 정하면 스스로 조사하고 공부할 시간을 더 확보할 수 있다. 반대 상황이면 그냥 시간 거지다. 그러고 싶지 않지만 마감 전날엔 결국 밤을 새기도 하고. 납품(?)하는 곳의 기술이 주제다 보니 그거대로 신경 쓰이기도 한다. 쉽게 설명해야 하고. 의미 강박도 컸다. 잠재 고객에게 이 기술이 가치 있음을 설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그 콘텐츠도 가치 있는 거니까.
기술 콘텐츠를 쓰는 방법을 주제로 아이템 조사부터 문장 쓰기까지 브런치에 지난 한 달간 글을 썼다. 어느 평범한 글쓴이의 그리 효과적이지도, 효율적이지도 않은 기술 콘텐츠 쓰기 방법론. 절대 누가 배울만한 내용은 아니었으며 그걸 바라고 쓰지도 않았다. 그건 일종의 나만의 콘텐츠 회고록이기도 했다. 돌아보면 아쉬운 게 콘텐츠를 쓸 때마다 회고를 따로 남기지 않은 거다. 기자 시절 내내. 사실 기자로 일할 때 '늘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내면화했다. 내가 생각해도 내 실력은 실력이라 부를 수도 없는 수준이었고. 일하기 싫은 마음을 억지로 끌고 오다가 일에 정이 생겼고, 좀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뒤늦게 들었다. 이는 제대로 일할 수 있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어졌고. 퇴사와 이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사진=픽사베이어쩌다 보니 회사를 떠난 지금 감사하게도 글을 쓰고 대가를 받는다. 내 선택지도 강화됐다. 하고 싶은 건 하고, 하기 싫은 건 안해도 된다. 조회수도 신경 안 써도 된다. 지난 겨울 퇴사할 때 난 내가 다시 글을 쓸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 때문에 글 쓰면 다시 그 기억과 감정이 소환될 듯했다. 글을 못 쓰겠다는 절망감이 들었다. 일기는 쓰겠지만. 글쓰기를 의도적으로 외면했다. 난 글 쓰지 않고 살 수 있을까. 내 의지와 상관없이 우리는 평생 글을 써야 한다. 일기나 에세이, 직업으로서 글을 쓰지 않더라도. 실용적 목적으로 써야 할 글도 많다. 아무튼 글을 쓰지 않고 살 수 없다. 내게도 글쓰기는 내 인생을 책임져줬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었다. 어느 순간 괴물처럼 돼버린 글쓰기 공포를 이겨내고 싶어서 다시 쓰기 시작했다. 물론 그 과정은 늘 좋기만 한 건 아니다.
아무튼 그 과정에서 내 글쓰기를 회고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쓰는 글, 가장 최근에 쓴 글과 관련된 거면 더 의미 있다고 봤다. 사실 과정은 힘들지만 글 쓰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게 기술 콘텐츠라서. 생각보다 기술 콘텐츠를 쓰는 걸 다룬 글을 많이 보지 못해서 그걸로 시작해봤다. 브런치에 작가 신청할 때도 내가 주요하게 내세운 콘텐츠도 이거였다. 난 좋은 방법을 가르칠 입장은 안 된다. 다만 반면교사도 교사라면 교사이기에 누가 보고 도움되면 활용해보고, 아니면 그걸 개선해서 더 좋은 방법을 만들어 본인이 활용하면 되는 거다. 누가 내게 '그 방법은 잘못됐습니다'라고 일침을 가해줘도 좋고. 시간 아까운 일이라서 그런지 그런 사람은 아직 없었다.
1차로 그렇게 내 글쓰기를 회고했다. 그다음 뭘 쓸 수 있을까 생각해봤다. 내가 쓴 콘텐츠를 각각 회고하는 걸 떠올렸다. 다만 시차가 있는 건 하지 않고 가장 최근 글부터 회고하면 좋겠다고 판단했다. 가깝게는 오늘 마무리지은 글이 될 수 있고. 상반기 콘텐츠 회고 프로젝트를 따로 할 생각인데 그건 그 다음에 몰아서 해볼까 싶기도 하다. 사실 따로따로 할지 한 번에 다 같이 할지 모르겠다. 따로따로 한다면 '내가 이 글을 이렇게 쓴 이유'를 큰 주제로 잡고 쓸 생각이다. 어떤 자료를 어떻게 봤고, 그 자료를 보면서 고민했던 점,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지 등. 글 쓰는 과정이 얼마나 버거운데 사연이 없을 수는 없다. 그 과정을 기억하고 기록하고 싶다. 이렇게 보니 콘텐츠는 따로 회고하고, 상반기 활동 자체를 따로 묶어서 회고할까 싶기도 하네.
사진=픽사베이콘텐츠를 회고하려는 이유 중에는 얼마 전 SNS에서 본 어떤 프로젝트 영향도 있다. '프로젝트 리콜렉트'라는 건데. 퍼블리 출신 콘텐츠 기획자와 에디터 분이 진행하는 모임이었다. 분기별로 모여서 회고하는 모임인데 얼마 전 2분기 모임 접수가 진행됐다. 두 개로 나눠서 진행하는데 저번 참가자를 위한 모임, 새 참가자를 위한 모임 이렇게 나뉘어 있었다. 참고로 유료다. 새 참가자 모임은 3만5000원이던가. 그걸 보니 그 모임이 더 궁금해졌다. 대체 어떤 가치가 있길래 이 정도 참가비를 받는 걸까. 모임 설명을 읽는데 구미도 당겼다. '나도 회고가 필요해'라는 생각이 들만큼. 근데 그걸 누군가와 교감하면서 하면 좋겠고. 인상 깊었던 게 '퍼블리에서는 회고를 중시하고, 이런 걸 진행한다' 그런 내용이었다. 콘텐츠 만드는 사람은 콘텐츠 회고가 중요하겠구나.
콘텐츠 종류도 다양하고, 주제도 여러가지고, 쓰는 방법도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콘텐츠를 잘 만드는 방법이나 좋은 콘텐츠를 쓰기 위해 영감을 얻는 방법, 개인적으로 노력하는 방법도 다를 거고. 정말 파도 파도 할 말이 계속 나올 수밖에 없음. 아무튼 모임 신청 기간은 끝났고, 난 또 하고 싶으면 3분기를 노려야 한다. 그러나 나도 회고 필요성을 느꼈으니 일단 스스로 나만의 회고를 진행하기로 했다. 회고 안 해도 기술 콘텐츠 쓰는 것과 관련해서 글 주제는 즉흥적으로 생기기도 하지만. 원래는 오늘 마감한 글을 지금 회고하려고 했는데 나도 말 많은 사람이다 보니 벌써 이만큼 써서 그건 다음으로 미룰까 보다. 아직 글을 발행하기 전이라 회고하려면 글 주제를 언급해야 하는데 그것도 조금 그렇다. 대단한 글은 아니지만.
마감은 또 다른 시작이다. 이제 다음 글을 준비해야 하니까. 다음 글은 작업 시간과 주제 선정 시간, 글 쓰는 방법, 집중하는 방법 등 많은 걸 개선하고 싶다. 글을 좀 더 열심히, 잘 써야 할 동기부여를 받는 일이 있었다. 신경 쓰이는 일이 많았다. 이번에 어려웠는데 생각해보니 중요한 거 써보겠다고 어려운 걸 고른 내 잘못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지금 아니면 의미 없는 것, 지금 꼭 써야 할 걸 쓰고 싶었다. 어떻게 써도 되겠지만 글은 독자를 대상으로 삼고 있고. 그렇다면 지금 이 시점에서 독자에게 필요하고 의미 있는 걸 써야 한다. 내가 쓰기 편한 걸 쓰는 게 아니라. 다만 그 시점은 짧은 기간이 아니라 최소 1년간 의미 있고 중요한 주제여야 한다. 다음에는 무엇을 써야 의미 있을까. 요즘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게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