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대체한단 플랫폼을 생각하며
누구의 통찰이 더 우수할까?
사진=픽사베이어제 SK C&C에서 '시티즌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위한 AI 플랫폼'이라는 제목으로 웨비나를 열었다. 이 회사에서 AI 통합 플랫폼을 출시한 것과 관련된 내용인데 발표자가 짱짱했다. '플랫폼 레볼루션' 저자인 마셜 밴 앨스타인도 나왔고, 캐나다 AI 솔루션 기업 엘레멘트 AI CEO인 장 프랑스와 가녜도 출연했다. 좋은 발표였지만 내가 재미있게 들었던 건 SK C&C의 AI 통합 플랫폼 내용이었다. 이기열 BM혁신추진총괄이 발표했는데 내용이 도전적이고 도발적이라서 인상 깊었다.
코로나 19 대유행 전부터 곳곳에서 AI 타령을 하고 있지만 AI가 지배하지 못한 영역이 많다. 여전히 챗봇보다 사람 상담사가 더 믿음직하고 순발력 있다. 데이터 편향 문제도 숙제고. 블루닷이 코로나 19 지역 확산을 예고한 것 때문에 AI가 이 시국에 세상을 바꾸는 시금석 역할을 한 것처럼 말한다. 물론 여러 분야에서 기여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게 세상을 뒤흔들 정도는 아니다.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미디어가 이 시기에 AI 기여를 과장한다고 지적한 보고서를 냈는데 일리 있다. 주의할 것은 열정이 냉정을 녹여서도 안되지만 냉정이 열정을 깨뜨려서도 안된다는 것. 기술 회의론에 빠질 필요 없고 한계를 인정하고 이를 보완하면 된다.
이런 이야기를 하려 한 건 아니지만. 요즘 주위를 둘러보면 일반인도 AI를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구축한 솔루션이 눈에 띈다. 가깝게는 노 코드 챗봇이 있고, 구글 티쳐블 머신처럼 일반인도 쉽게 이미지 또는 소리 또는 제스처 인식기를 만들 수 있는 툴도 있다. 코알못 학자도 자신의 연구에 머신러닝 모델을 실험할 수 있는 솔루션을 이용할 수 있다(이용료는 모른다). 그걸 구현하기 위해 뒷단에서 얼마나 열나게 코딩했을지 생각하면 그건 더 경이롭다만. 누구나 사용법을 익히면 쉽게 자신의 사업 또는 서비스에 AI를 구현할 수 있도록 기술 기업도 부지런히 지원하고 있다.
아마존웹서비스의 AI 서비스. 사진=AWS이런 맥락에서 내가 요즘 주목하는 건 'AI as a service'다. 글 쓰는 그 회사도 그걸 발표했는데 SK C&C의 AI 플랫폼도 결은 다르지만 큰 맥락 또는 취지는 다르지 않아 보였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아닌 사업 전문가(Biz Expert)도 알고리즘을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연봉이 3억 정도 된다고 한다. 이들은 엔지니어링에 초점을 맞추는 데 실무 담당자와 소통방식에 차이가 있고, 이 과정에서 소통 비용이 더 생기기도 한다고. 기업에서 AI를 사업에 적용하려고 알고리즘 전문가를 데려온다. 외국에서도 데려오지만 정제된 연구실에서 정제된 데이터를 갖고 일하는 것과 정제되지 않은 물을 식용수로 만드는 건 다르다.
그런 걸 보면 사람은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자주 일해야 하고, 그래야 순발력 있게 대처할 수 있는 것 같다. 현실은 아무것도 갖춰져 있지 않은 경우가 많으니까. 걱정스러운 건 까라면 까라는 문화가 여기서 나와서 때로는 무리한 걸 과하게 요구할 때가 있다는 거다. 도련님보다 망나니 또는 개쌍마이 정신이 일을 되게 할 때도 있고. 발표 내용을 정리하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아니라도 알고리즘을 만들고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한데 이 회사의 통합 플랫폼이 그걸 지원한다는 의미였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아니라도, 사업 전문가도 AI를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하는 일을 AI로 하겠다, 즉 AI는 사업 전문가도 AI를 사업에 적용하도록 도와준다, 그게 SK C&C의 AI 통합 플랫폼이다.
이걸 쓰면 어떤 학습은 다시 시켜야 할 것 같다고 추천해주고, 이 문서는 어떻게 분류될 것 같다고 추천해준다고도 한다. 여기서 AI는 쉬지 않고 이직하지 않고 일한다. 그저 배운 걸 차곡차곡 쌓을 뿐이다. 프로 이직러의 대안은 AI겠구나. 다음 메시지가 인상적이었다. 2016년을 기점으로 AI가 사람 문제를 해결하고 있고, 그해 다보스 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그러나 넷플릭스, 테슬라, 우버를 제외하면 아직 AI가 사람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하지 못한 곳이 많다고. 재작년이었나 IBM에서 데이터 편향, 알고리즘 블랙박스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와주는 어떤 플랫폼을 발표했을 때도 문제의식은 그랬다. AI를 도입하지 않는 기업이 많고 그 이유 중 하나는 위의 문제가 있다고. 솔루션 팔아야 하는 기술기업으로서 애가 탈 법하다. 기업에서 AI를 많이 활용해야지 자신들도 장사를 할 테니.
사진=픽사베이여기서 생각해볼 건 기업의 이해관계가 공익 또는 올바른 가치와 연결돼 있고, 거기에 공헌해야 기업이 성장할 수 있다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러니까 기업의 기술, 상품이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기여할 수 있고, 그래야 그 기업의 기술과 상품이 잘 팔리고 그 기업이 성장하는 식으로 회로가 짜여야 한다는 것. 이건 결이 다르지만 카페 24가 상장할 때 그 회사에서 했던 말이 난 인상 깊었다. 카페 24 솔루션을 이용하는 쇼핑몰이 성장하면서 카페 24도 같이 성장한다는 것. 플랫폼 기업을 보면 플랫폼은 성장하는데 정작 그 생태계 안에 있는 개미는 생계가 더 어려워지거나 돈을 많이 못 버는 문제가 있다. 우버와 운전기사, 배달의 민족과 식당 또는 배달기사가 그 예일 것이다(물론 배달의 민족 때문에 성장 기회를 맛본 식당도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기술이 너무 깔끔해서 뭘 했는지 모를 정도로 서비스 경험을 향상하면 그 회사는 한 게 없는 것처럼 오해받는다, 업자마다, 사례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런 건 사례 연구를 철저히 해야 할 듯하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또 삼천포로 샜다. 플랫폼이 개미도 함께 성장하도록 문제를 해결하거나 거기에 조금이라도 기여하지 않으면 입지는 위험할 수 있다. 사회 갈등은 필연이고, 정치는 그걸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근데 정치가 그걸 늘 잘 조정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더 황당한 결과를 낳기도 하는데 거기에 밀리거나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기업이 결자해지해야 한다. 갈등은 조정해야 하니까. 그 과정에서 기업 목소리도 약해지면 안 되니까. 거기엔 기업 이익뿐만 아니라 좁게는 소비자 넓게는 시민의 후생이 걸려있기도 하고. 결국 기술이 여기에 원인을 제공하니까 기술 기업은 자사 기술의 빛과 그림자를 구분하고 그림자에 잘 대처해야 하는 것 같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안면인식 규제를 먼저 요청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으니까. 한때는 대기업에게 낙수효과 책임을 요구했지만 이젠 그 대상이 플랫폼 기업이 된 듯하다. 세상이 이렇게 바뀌는구나.
자꾸 글 방향이 엄한 데로 흐른다. 어제 발표 내용이 도발적으로 다가온 이유 중 하나는 최근 읽은 '문과생,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되다' 영향도 있다. 그 책에선 문과생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서 발휘할 수 있는 역량도 기술했다. 저번에도 언급했지만 사람이 기계를 학습시키고, 결과를 책임지고 기술이 알려주는 데이터로 전략을 세운다. 신제품 디자인도 사람이 결정하고. 데이터 분석에서 기계가 학습할 것, 학습 데이터로 시장에 내놓아야 할 것을 결정하는 건 사람의 역할이라고. 이 부분을 읽으면서 기술이 발전하면 이것도 기술이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시장에는 AI로 이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는 솔루션이 나오는 상황인 거다. SK C&C 플랫폼이 그걸 할 수 있을지는 더 알아봐야 하지만.
사진=픽사베이문득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그 회사의 이런 주장을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해졌다. 그것도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일을 도와주는 걸 수도 있고,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역량을 더 강화시켜줄 수도 있을 거다. 회사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자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대체할 가능성까지 제시한 건지 모르겠지만. 또 AI 통합 플랫폼에서 AI 판단은 얼마나 믿을만한가라는 문제도 남아있다. 그 판단도 교차 검증돼야 하지 않을까. 그걸 하는 건 결국 사람 아닐까. 파파고로 번역 돌리고도 사람이 다시 그 내용을 검증하는 것처럼? 그 플랫폼에서 데이터는 어떻게 주입해야 하는지도. 고연봉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모시기 어려운 기업에서는 그런 플랫폼이 도움될지도 모르겠다. 개발자가 부족한 기업에서 챗봇 서비스를 구현하고 싶을 때 노 코드 챗봇 솔루션을 써도 되듯.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에 준하지 못해도 실무자가 그 플랫폼으로 AI를 업무에 적용하면 그 실무자 능력도 증강되는 셈이다. 다만 이게 얼마나 사용하기 쉽고 간편한가도 중요할 듯하다. 챗봇 빌더 글을 쓰면서 챗봇 구축 튜토리얼 영상을 봤다. 기술 둔재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노 코드 챗봇이라도 그건 어려웠다. 요즘 뉴스레터 솔루션도 만져보는데 사실 이것도 난 쉽지 않다. 사용법을 제대로 안 봐서 그럴지 모르겠지만. 노 코드라도, 끌어서 갖다 놓는 '드랙 앤 드롭'이라도 사용법을 익히지 않으면 코딩하는 것 못지않게 어렵다. 손 안 대고 코 풀 수 없으니 당연한 거다만. '몰라도 쉽게 쓸 수 있다'라는 말만 순진하게 믿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과대광고라도 오해할 수도 있다. 노 코드라도 사용하기 어려우면 그 솔루션은 외면받을 테고.
어제 발표를 듣고 맥락 없이 떠오르는 생각을 이것저것 풀어봤다. 정리하면 이렇다. 코알못도 쓸 수 있는 노 코드 솔루션, AI 통합 플랫폼, AI as a service는 대환영이다. 기술은 모든 사람의 삶에 영향을 미치기에 사회적 책임을 늘 생각해야 한다. 기술 영향을 받는 사람은 기술 지식, 활용법 등에 최대한 소외당하지 않는 게 좋다. 애초에 그들에게 필요 없는 기술이면 상관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그걸 제대로 알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그게 너무 필요한데 인프라가 취약한 이에게는 쉽게 지식을 접하고 내용을 이해하며 이를 자신의 삶에 활용하도록 도와주는 게 바람직하다. 자선 사업하라는 건 아니다. 유무료 상품, 가격대는 다양하게 매길 수 있다. 이미 많은 기업이 그렇게 하고 있긴 하다.
그게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까지 대체할 수 있을지, 그게 그 기술의 목표여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AI 시대에 잘 나가는 직종으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흔히 떠올리는데 업계에는 그것마저 기술로 대체하겠다고 하니. 눈 똑바로 뜨고 머리 빨리 굴리고 정신 바짝 차리며 살아야겠다 싶다. 내가 어제 접한 정보는 벌써 또 낡은 정보가 되겠지. 지난주 읽은 책 내용도 언제까지 유효할지 모를 마당에. 오늘 횡설수설은 이렇게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