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솔루션은 얼마나 지속가능하게 성장할까?
다른 사업모델이 없어도 괜찮을지
사진=픽사베이최근에 뉴스레터 솔루션을 다시 조사할 일이 있었다. 지난해 서브스택이라는 뉴스레터 솔루션 기사를 쓴 적이 있다. 이 시장에는 메일침프라는 서비스가 터줏대감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서브스택은 초기 기업인데 안드레센 호로위츠에서 투자를 받아서 눈에 띄었다. 이 회사 이사회에 참여한 안드레센 호로위츠 제너럴 파트너 앤드류 챈은 우버 출신이고. 이 회사에서 투자해서 이사회 구성원으로 들어간 기업 중 핫한(?) 곳은 대체로 앤드류 챈의 손을 타는 느낌이었다. 뇌피셜이다.
난 메일침프를 잘 알지 못해서 뉴스레터 솔루션을 조사하는 김에 메일침프를 주로 살펴봤다. 솔루션 기능보다 최근 이 회사 동향에 집중했다. 서브스택과 차이점이 있다면 메일침프는 이메일 마케팅 플랫폼에 가깝고, 서브스택은 콘텐츠 플랫폼에 더 가깝다. 고객을 분류하면 메일침프는 기업, 서브스택은 작가나 언론인이 주요 고객 같다. 서브스택 플랫폼으로 마케팅용 뉴스레터를 보내던 의류 회사도 있었다만. 서브스택은 광고에 독립적이며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유통하는 플랫폼으로 뉴스레터 솔루션을 선뵀다. 공동 창업 멤버 중 한 명도 언론인 출신이고. 뉴스레터 솔루션이지만 지향점과 결이 메일침프와 다르다.
오늘은 메일침프 이야기를 주로 할 생각이라. 이메일 산업에서 메일침프 점유율은 약 60%라고 한다. 업계 1위인 셈이다. 지난해 메일침프로 보낸 이메일 수는 3500억통이라고 하고. 이 회사 최근 행보를 보면 흥미롭다. 메일침프를 이메일 마케팅 플랫폼 또는 뉴스레터 솔루션이라고만 보기엔 회사 스펙트럼이 넓다. 기업 인수도 종종 하는데 면면이 다채롭다. 기업가와 소기업을 위한 런던 미디어인 쿠리어(Courier)를 인수했고, 오픈소스 이커머스 소프트웨어 공급사인 리액션 커머스도 사들였다.
쿠리어는 메일침프와 관련 없어도 그 자체로 흥미로운 미디어다. 격월간으로 잡지를 내고, 신문도 만들며, 뉴스레터 팟캐스트도 서비스한다고 한다. 그걸 12명의 팀이 하고 있다고. 회사를 설립한 건 2013년. 얼마 되지도 않았다. 뉴스레터 솔루션 회사가 미디어 회사를 인수한 이유는? 포브스 인터뷰에서 메일침프 CMO 톰 클라인의 설명이 흥미로웠다. 바로 '고객 성공'에 중심이 있다. "우리는 목적이 이끄는 회사이며, 우리 고객이 더 성공적이게 만들도록 매우 헌신한다"는 의미라고.
쿠리어 매거진. 사진=쿠리어클라인은 이 말을 하기에 앞서 이런 멘트도 했다. "메일침프와 유통채널이 손이고, 콘텐츠 제작 부문인 메일침프 프레젠트가 심장이라면 쿠리어는 머리 또는 소기업에게 성공적인 방법을 알려주는 '비즈니스 스마트'"라나? 삼위일체 이런 느낌이다. 이게 다 합쳐지면 고객 성공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고, 고객도 사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데 도움받을 수 있다는 의미로 이해됐다. 갑자기 '멤버십 이코노미' 책 내용이 떠오른다. 그렇다. B2B든 B2C든 고객 문제를 해결해주거나 성공을 지원해줘야 하고, 그런 스토리텔링도 필요하다.
쿠리어 대표인 제프 태일러의 멘트도 인상적이었다. "비즈니스 미디어는 주식, 기업 뉴스, 뭐가 효과적인 기술 주도 요소인지 다룬 리얼리티 TV의 진부한 묘사"라고. 근데 "커피숍이나 소규모 미디어 사업을 시작하는 것과 관련해 나와 내 친구를 위한 뉴스는 드물다"라고. 이 멘트를 접하니 거대담론과 미시 담론의 차이를 보는 듯했다. 결이 다를 수 있지만 사회 정의와 나라 경제, 국가 안보, 국제 정세보다 내 먹고사니즘이나 사랑, 우정 이야기를 더 하고 싶을 때? 또는 그런 이야기가 필요할 때 느낌이랄까.
쿠리어는 원래 메일침프 솔루션으로 뉴스레터를 만들고 있었다. 2월 에디션에서 다룬 콘텐츠 제목 이름이 흥미로웠다. 주제가 좁고 구체적이며 눈에 띄었다. 나도 제목 센스가 더럽게 없는데 이거 보니 배워야겠다. "인스타가 이베이가 될 때", "틱톡에 당신 상품을 올리는 방법". 기사 말미에 태일러 대표의 멘트가 인상적이었다. "난 이걸 미디어 사업으로 생각해본 적 없다. 이건 내 안에 있는 광고 대행사 기획자 DNA다. 난 위대한 미디어는 사람들을 한데 모으고, 그들에게 상징물로 역할한다는 직관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이건 언론과는 다른 역할 같다. 언론이 미디어의 범주에 들어가지만 이 사람이 말하는 미디어에 언론의 여집합이 있는 듯.
이어지는 멘트는 더 인상 깊었다. "과거에는 이 청중을 위한 접착제가 없었다. 그러나 미디어가 최선을 다할 때, 그건 단지 속보를 전달하는 것뿐만 아니라 심장과 마음을 사로잡고, 어떤 움직임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미디어에는 선전과 선동도 들어가야 할 수도 있다. 모든 선전과 선동을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악용될 여지가 많다. 이 사람은 선동하겠다기보다 그저 소기업 사업에 도움되고, 그들에게 어떤 행동을 유도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활용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만.
사진=메일침프메일침프와 뉴스레터 이야기를 주로 하려고 했더니 쿠리어가 인상적이어서 커리어 이야기만 4문단에 걸쳐 했네. 그런 미디어다. 이런 미디어를 뉴스레터 솔루션 회사가 인수했다. 그렇다면 오픈소스 이커머스 소프트웨어 공급사는 왜 샀을까. 소기업과 이커머스 파트너를 위한 기술을 향상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들 고객이 더 많은 이커머스 기능을 요청했다고 했다. 참고로 리액션 커머스는 엔터프라이즈 유통업체와 개발자들이 이커머스 경험을 맞춤화하도록 지원한다고 한다. 메일침프는 뉴스레터 사업만 하는 건 아닌데 전체 매출 절반이 이커머스에서 나온다는 말도 있다. 더 많은 이커머스 툴을 만들려고 쇼피파이 경쟁사(레몬스탠드)도 인수했고. 최근에는 피드백 관리 플랫폼 기업도 인수했다.
어떤 기사에서는 농담으로 '메일침프 이름을 침프닷컴으로 바꾸는 게 어떻겠냐'는 문장도 있었다. 메일침프는 이메일 마케팅 플랫폼으로 시작했지만 올인원 온라인 마케팅 플랫폼으로 확장하고 있다고 한다. 웹사이트 빌더도 도입하고. 풀필먼트를 제외하면 쇼피파이에 가까운 듯하다. 쇼피파이도 한때 메일침프와 연동했지만 자체 이메일 마케팅 툴(쇼피파이 이메일)을 운영한다. 메일침프와 결별하면서 서로 갈등도 있었던데. 쇼핑몰 솔루션을 보면 구매자도 구매자지만 판매자 세대 변화도 눈에 띈다.
메일 침프의 이런 변화를 보고 있자니 '이메일 마케팅 플랫폼, 뉴스레터 솔루션 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뉴스레터 시장이 성장하고, 요즘은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도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시대다. 꼭 IT 사업자가 아니라도 소기업까지 여기에 눈을 뜨면 고객이 더 늘어날 수 있을 듯도 하다. 본의 아니게 여행갔다가 아직까지 받고 있는 해외 뉴스레터를 보면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많다. 햄버거 가게, 피잣집, 호텔, 버스회사 등. 오프라인 사업자가 고객과 밀접하게 소통하는 창구이기도 하다는 점.
그러나 이게 얼마나 지속가능한 성장 기회를 만들지는 잘 모르겠다. 이메일만의 장점은 분명히 있다. 이메일은 SNS보다 차분하고 조용하며 내밀한 1:1 소통의 장 같다. 스팸 메일이 많은 시절도 있지만 많이 걸러졌다고 생각한다. 지메일이 너무 편해서 그런지 몰라도. SNS는 서비스마다 다른데 어떤 곳은 시장처럼 왁자지껄하는 느낌도 든다. 또 어떤 곳은 광장에 있는 느낌이랄까? 돌아보면 소통방식이 다른 게 아닐까 싶은데. 이메일은 공식 용도로 쓰기도 하고. 정중한 소통 창구 같기도 하다.
사진=픽사베이그러나 뉴스레터를 너무 많이 받아도 이걸 다 보지도 않으며. 이게 쌓이면 또다른 의미로 스팸이 되는 듯하다. 나도 뉴스레터를 너무 많이 구독했다. 지금 눈에 띄는 대로 말하자면 제시카 레신, 멜린다 게이츠, 모닝 브루, 이벤터스, 온오프믹스, 미라클 레터, 북 저널리즘, 어피티, 쿼츠, 텔레그래프, 호리즌, 뉴닉, 오렌지 레터, SK 트루 이노베이션, 스타트업 위클리, CB 인사이츠, 크런치 베이스, 안드레센 호로위츠, 듣똑라, 더밀크, 리디셀렉트, 비욘드 미트 등이 있다. 지금 여기에 빠진 것도 많다. 이 뉴스레터를 매일 보지 않는다. 한참 지나서 볼 때도 있고. 이러다 메일함 용량만 차지할 거다.
공들여 쓴 뉴스레터를 읽지 않으면 기업 또는 개인이 전한 메시지도 전달되지 못한다.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많이 읽어주면 다행이지만. 콘텐츠도 준비하고, 편집은 편집대로 예쁘게 해야 하고. 품이 많이 드는 작업 같다. 탬플릿을 지원해서 드랙 앤 드롭으로 쓸 수 있는 곳도 있지만. 제작자 특유의 디자인 감각이 있어야 하는 것 같다. 그래야 콘텐츠 가치도 있고, 개성도 있을 테니까. 이를 통해 더 큰 유무형 효과가 돌아오길 기대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하다 지쳐서 포기할지도 모른다. 인력에 여유가 없는 곳이라면. 근데 이럴 때는 '잘 만들겠다'는 욕심을 조금 버리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은데. 사람 마음이 그러기 어렵지.
돌이켜보면 메일침프는 자신의 정체성을 이메일 마케팅 플랫폼에서 '마케팅'에 방점을 두고 있지 않나 싶다. 이메일로 시작했지만 이는 마케팅 수단일 뿐, 제대로 된 마케팅 솔루션을 지원하려면 이메일을 넘어서야 한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래도 콘텐츠의 가치를 아는 기업 같기도 하다. 쿠리어를 인수한 것도 그렇지만. 오리지널 콘텐츠도 만드니까. 팟캐스트, 다큐멘터리 등. 이걸 하는 플랫폼이 '메일침프 프레젠트'인데 비즈니스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을 표방한다. 브루독의 스트리밍 서비스가 떠오른다. '창의적이고 공감 가는 방식으로 기업가 정신을 기념하는 오리지널 콘텐츠 모음'이라는 설명이 인상적이다.
단 이들에게 콘텐츠는 목적이 아닌 수단인 듯하다. 마케팅 수단일 수도 있고. 이들 솔루션 생태계의 일부일 수도 있고. 고객 서비스의 일환일 수도 있겠다. 메일침프 프레젠트에서 만드는 건 오디오, 비디오 콘텐츠가 중심이기 때문에 텍스트 콘텐츠를 보완하려고 쿠리어를 인수한 것 같고. 기업가 정신을 미시적 측면에서도 기념한다고 볼 수도 있을 듯하고. 메일침프 주요 고객이 누군지 더 알아봐야 하겠지만. 어쨌든 이렇게 올인원 온라인 마케팅 플랫폼의 퍼즐을 맞춰가고 있다.
이들 근황을 조사하다가 흥미로운 지점이 엿보여서 정리해봤다. 뉴스레터에만 의존하지 않으면 수익원이 더 생길 수도 있고, 이미 이 회사는 그 비중이 큰 것 같다. 다른 뉴스레터 플랫폼은 어떨지. 모든 플랫폼을 다 아는 건 아니지만 내가 아는 곳은 뉴스레터 솔루션만 사업하는데. 미래를 어떻게 보는지 모르겠다. 서브스택은 너무 순수한 것 같기도 하고. 최근 사이드 프로젝트로 알게 된 개발자 분들과 가끔 이야기하다보면 언론관이 나같은 사람보다 훨씬 더 건전하고, 배울 점이 많아서 숙연해진다. 큐레이션 기능에 대한 그분들의 생각을 들으며 그랬다. 사업은 선의만으로 하기는 어렵고. 뉴스레터만으로 폭발적 성장이 가능할지. 나나 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