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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가는 길

출국하기 전 놓치지 말아야 할 것

by 딱정벌레
에든버러 공항을 떠나기 전. 사진=딱정벌레

이 글 쓰려고 출국할 때 찍었던 사진을 다시 봤다. 주로 공항 사진이라서 사진이 예쁘지 않다. 트리밍이나 크롭 한다고 해서 호박이 수박 될 수 있는 그런 사진이 아니다. 딱딱한 공항 풍경이 주를 이루다 보니 글을 쓰기가 싫었다. 특별한 감흥도 없고? 그동안 이 여행기를 쓸 수 있었던 원동력은 사진이었나 보다. 현지의 아름다운 풍경. 그래도 사진을 살펴보고 그때 기억을 떠올리다 보면 이야깃거리는 있다. 여기도 삶이 있으니까. 또 공항도 볼거리가 많다. 공항 관광도 관광. 감상보다 정보 제공이 주가 된 글이 될 것 같다.

에든버러에서 3일째 되는 날은 영국을 떠나는 날이었다. 이날 일정은 오전 9시 비행기를 타고 히드로 공항에 가서 정오쯤에 인천공항 가는 비행기를 타는 것. 목요일에 출발해서 한국 시간으로 금요일에 도착하는 일정이었다. 숙소 근처에서 공항 가는 교통편은 편리했다. 트램을 타도 되고, 에어링크 버스를 타도 된다. 새벽에도 차가 다녔다. 배차 간격도 잦다. 우린 새벽 5시경 나와서 에어링크 버스를 탔다. 시간 관계상 조식을 먹을 수 없었다. 졸린 눈을 한 호텔 직원이 로비에서 우리에게 인사를 건넸다.

에든버러 공항까지 실어다 준 에어링크 버스. 사진=딱정벌레

버스를 타고 에든버러 공항까지 도착하는 데 얼마 걸리지 않았다. 30~40분? 사실 이날은 마음 쓰이는 날이었다. 한국 시간으로 아버지 추적 관찰 결과가 나오는 날이었기 때문이었다. 원래 그전에 휴가를 빨리 다녀오려고 했는데 좌석 잡기 녹록지 않아서 어쩌다 보니 10월 9일에 떠나게 됐다. 큰 준비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내가 뭔가 하는 것도 아니지만. 가족과 같이 병원 가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음을. 지난 시간 동안 깨달았다. 버스 안에서 부모님과 통화했다. 부모님은 이모 댁에 가는 길이라고 하셨다.

에어링크 버스는 한국에서 타던 공항 리무진과 조금 달랐다. 저상버스로 돼 있는데 이게 아마 장애인을 위해 그렇게 설계된 게 아닐까 싶었다. 한국의 공항 리무진처럼 차바퀴쯤에 짐 싣는 칸이 있지 않고. 차 안에 짐 싣는 칸이 따로 있었다. 인상 깊었던 것 또 하나는 모니터가 있는데 통역사가 나와 수화로 차 안에서 음성 안내하는 내용을 수화로 옮겼다. 돌아보면 버스 구조도, 공항 가는 길 안내도 몸이 불편한 사람 편의에 맞춰서 구성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장애인은 공항에 어떻게 가는 걸까. 뒤늦게 그런 의문이 든다.

오전 6시 가까이 돼서 에든버러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날이 날인지라 바깥은 아직 깜깜했다. 그래도 공항은 늘 바쁘다.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화하고 있고, 출국객이 열심히 캐리어를 굴리고 있는. 어디서 수하물을 부쳐야 할지 잠시 헤매서 2층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1층에서 짐을 부치고 표를 받았다. 우리가 받아야 할 티켓은 1인당 두장. 서울까지 간다고 했고 에든버러-런던, 런던-인천(서울) 티켓을 받았다. 짐이 무사히 인천까지 가야 할 텐데. 환승을 해야 하다 보니 마음이 조금 쓰였다.

에든버러 공항 내부 풍경. 사진=딱정벌레

2층에 올라가니 식당은 아침부터 맥주 한잔 걸치면 떠드는 사람들로 시끄러웠다. 그래, 공항은 낮과 밤이 따로 없겠구나. 수하물 외에 짐을 검사받고 통과해야 했다. 사람이 많고 복잡했다. 이런 데서 늘 보는 풍경이지만 공항 직원은 자동응답기처럼 안내사항을 무한 반복하고 있었다. 난 물을 버리고 오는 걸 깜박했다. 공항 직원이 알아서 물병을 휴지통에 버렸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통과하고 나니 면세점과 각종 식음료 시설이 눈앞에 펼쳐졌다. 면세점은 별로 볼 게 없었다. 나도 살 거면 히드로 가서 사지 여기서는 돈 쓸 생각 없었다.

다른 가족 선물은 다 챙겼는데 이모 선물을 아직 못 샀다. 여행 준비할 때 이모가 많이 신경 써주셔서 아무거나 드리고 싶지 않았다. 외사촌 동생이 이모 선물로 캐시미어 목도리를 사서 난 다른 걸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근데 괜찮은 게 별로 안 보였다. 에든버러 공항에서도 캐시미어를 팔긴 한다만. 니트는 로열 마일에 있던 가게보다 더 비싼 것 같고 브랜드 자체도 아예 비싼 브랜드 매장이 입점해 있는 듯했다. 괜히 일정에 쫓겨서 아무거나 대충 사고 싶지 않았다. 히드로에서 좋은 걸 발견하길 소망하며 여기서는 선물 쇼핑을 포기했다.

에든버러 공항 세관. 사진=딱정벌레

본격적으로 공항을 둘러보기 전에 꼭 해야 할 절차가 있었다. 부가세를 환급받기 위해 세관 확인과 도장을 받고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헷갈렸는데 우린 히드로 공항에서 영국을 떠나기 때문에 거기 가서 이걸 받아야 했다. 캐시미어 니트와 목도리를 살 때 매장에서 관련 서류를 받았는데 이걸 어디서 해야 하나 헷갈렸다. 그전에는 여행 가서 그렇게 많은 돈을 들여 쇼핑한 적이 별로 없어서 그런 걸 한 적이 거의 없었다. 공항에서 세관 코너를 봤는데 사람이 따로 있지 않았다. 나중에 보니 한 귀퉁이에 구구절절 안내가 쓰여 있었지만.

에든버러에서 영국을 떠나는 경우라면 거기서 관련 서류를 제출하면 되는 모양이었다. 세관 코너 근처에는 우체통 같은 게 있었는데 거기에 영수증과 관련 서류를 봉투에 넣는 식이었다. 근데 봉투가 따로 봉해져 있지 않았다. 게다가 누구나 그 우체통을 열어볼 수 있어서 '이거 좀 위험한 거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다. 옆에 전화기가 있어서 세관 담당자에게 전화해서 물어봤다. 원래 봉하지 않는 거고 작성해서 그냥 그 안에 넣으면 된다고. 알아보니 우리는 여기서 그걸 할 필요는 없었다.

1~2번 에든버러 공항 내 브루독 매장, 3~5번 프렛 매장과 거기서 사먹는 커피와 오믈렛, 6~7번 기타 외식 매장. 사진=딱정벌레

세관을 뒤로하고 공항을 더 둘러봤다. 브루독 매장이 공항에도 있어서 신기했다. 아침부터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도 생경한 느낌. 브루독은 매장마다 파는 음식이 다른 듯했다. 공항에는 식사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아침 메뉴도 따로 있었다. 모닝 롤, 버터 우유 팬케이크, 그래놀라 이렇게. 올데이 브렉퍼스트는 해이스택이라는 게 있는 게 뭔지 모름. 토스트와 핫도그, 샐러드, 샌드위치, 커피도 팔고. 전날 우리가 간 매장은 피자 말고 딱히 없었던 것 같은데.

아침을 못 먹어서 간단히 끼니도 때우고 싶었다. 현지를 떠나기 전에 최대한 그 나라 브랜드를 이용해 보고 싶었다. 코스타 커피, 그렉스, 카페 네로 다 가고 프레타망제를 못 가봤다. 공항에 마침 그 매장이 있었다. 근데 이름에서 프렛만 따서 쓰는데 무슨 차이인지 모르겠더라. 어쨌든 거기서 따뜻한 오트밀과 커피를 샀다. 바나나나 치아시드 같은 거라도 넣으면 좋은데. 알아서 넣으라는 건지 뭔지 모르겠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쌀 끓인 죽 먹는다고 보면 됨. 동전이 많아서 최대한 털고 가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리들에서 쇼핑이라도 할걸.

1번 에든버러 공항 내 VM웨어 광고, 2~3번 해리포터 기념품 가게, 4번 비행기별 출발 시간표. 사진=딱정벌레

유독 영국에서 그게 눈에 띈 건지 모르겠지만. 해외 기술 기업 광고를 정말 많이 봤다. 줌, 슬랙은 물론이고, 마이크로소프트까지. MS는 자신들의 인공지능(AI) 기술이 어떻게 세상을 이롭게 하는지 광고로 열심히 전달했다. 줌은 행복 전도사(?) 답게 열심히 행복을 부르짖고. 에든버러 공항에서는 VM웨어 광고를 봤다. 크지 않고 작게. 지금 드는 생각은 '저건 단가가 얼마지?'. 우리나라 공항에서는 스타트업 그중에서도 유니콘 기업 광고를 봤던가? 내가 못 본 건지 모르겠는데 생각나지 않는다. 여의도를 오가면 토스 광고를 자주 본다. 전경련 근처에 세운 광고판을 보면 "금융부터 바꾼다"였던가. 정말 그런 것 같다.

에든버러 답게 해리포터 기념품 매장이 공항에도 있었다. 얌체같이 사진만 찍고 물건은 사지 않았다. 해리포터는 책만 있어도 충분하다. 더는 님부스 2000에 설레지 않아. 기숙사 배정해준다고 흥분하던 시절도 아득하다. 오전 7시가 지나니 날이 밝아왔다. 바깥을 내다보니 전형적 가을 새털구름이 펼쳐져 있고. 차츰 우리가 비행기를 탈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비행기 타러 가면서 약간 충격(?) 받았는데. 통로가 연결된 게 아니고. 바깥 활주로까지 나가서 계단을 올라 비행기를 탔다. 비틀즈가 미국 처음 왔을 때 느낌 같달까.

1번 에든버러 공항 하늘 풍경, 2번 비행기 타러 가는 길. 사진=딱정벌레

히드로까지는 1시간 조금 넘게 걸릴 예정이었다. 에든버러는 북쪽, 런던은 남쪽이니까. 엄밀히 말하면 히드로는 런던에 있지는 않다. 롱퍼드였나? 어쨌든 비행기를 탔고 외사촌 동생은 피곤했는지 금세 곯아떨어졌다. 기내에서는 승무원이 열심히 기부 광고를 하고. 어느덧 히드로에 도착했고, 하늘 아래 보이는, 런던으로 추정되는 번잡한 도시 풍경을 보니 왠지 반가웠다. 이때는 날이 맑았는데 한국으로 출발할 때는 비가 또 억수같이 내렸다.

출국 전까지는 1~2시간 정도 남았다. 할 일이 많았다. 부가세 환급 서류를 제출하고 도장을 받아야 한다. 이모 선물을 빨리 사야 한다. 히드로 공항은 유럽 최고 허브 공항답게 어마어마했다. 규모도 크지만 사람도 엄청나다. 입국했을 때는 빠져나가기 바쁘다. 출국할 때와 달리 공항을 찬찬히 둘러볼 일이 별로 없다. 공항을 제대로 구경하는 건 출국할 때다. 그건 한국에서도 마찬가지. 히드로 공항은 너무 크고, 터미널도 많아서 제대로 구경한다는 게 쉽지 않은 듯. 떠나기 전에 살펴보면 좋을 곳 목록은 봤지만. 훑어보기 쉽잖을 듯했다.

히드로 공항 내부. 사진=딱정벌레

히드로 공항은 정말 시장통. 좌석마다 사람들이 빼곡히 앉았다. 스타벅스는 사이키델릭 해 보이고, 프레타망제 매장도 에든버러 공항보다 좌석을 더 예쁘게 꾸민 듯했다. 유아 히어 에디션 같은 시티 머그는 공항 말고 시내에서 사길. 공항에서 파는 건 더 비싸니. 눈앞에 포트넘 메이슨, 버버리, 불가리, 구찌, 프라다, 샤넬 매장이 펼쳐졌다. 내 관심사는 아니었다. 포트넘 메이슨 매장은 신세계백화점 본점에도 있고(요즘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해롯 백화점이 소규모로 여기에도 있어서 어떤가 궁금했는데 그냥 그랬다.

난 공항에서 디지털 매장 둘러보는 게 더 재밌다. 인천 공항 말고 해외 공항의 디지털 매장이 더 흥미롭다. 이유는 국내 정식 출시하지 않은 제품을 현지에서 구경할 수 있기 때문. 픽셀 폰과 킨들 단말기가 그렇다. 이건 에든버러 공항에서도, 히드로 공항에서도 뚫어져라 봤는데. 살까 말까 고민했지만 사지 않았다. 단말기 성애자인 난 이미 단말기 과잉. 모든 소프트웨어는 아이패드로 수렴한다는 생각으로, 킨들 앱이 얼마나 훌륭한지 되새기며 물욕을 죽였다. 그러길 잘한 것 같다.

에든버러 공항 내부 각종 브랜드 매장 풍경. 사진=딱정벌레

그건 그렇고 중요한 사명 두 개를 완수해야 했다. 먼저 부가세 환급 서류 확인, 제출. 사실 여기서 위기가 있었다. 제품을 보여줘고 확인 도장을 받아야 하는데 제품을 짐 쌀 때 캐리어에 같이 넣어버렸다. 이러면 환급을 못 받는다. 문제는 내가 가족 선물로 캐시미어 니트 두 개와 목도리를 사는데 275파운드를 썼다는 것. 한화로 43만원이다. 4만원 가까이를 환급받을 수 있는데. 멍청한 짓을 해버렸으니. 나보다 먼저 세관에 간 외사촌 동생은 이미 거절당한 상태.

내 차례가 오고 나서 세관 직원에게 사정을 설명했다. 영수증과 관련 서류를 보여주면서 실수로 물건을 캐리어에 같이 넣고 짐을 부쳤다고. 물건을 꼭 보여줘야 하냐고. 그래야 한다고 했다. 근데 금액 때문인지 사정을 봐줬다. "다음에는 이러지 말라"면서 확인을 해주고 서류를 처리했다. 혹시 외사촌 동생도 구제(?) 받을 수 있을까 해서 동생과 눈을 마주쳤다. 직원은 "finished(끝났다)"라고 하면서 그 이상 봐주지는 않았다. 외사촌 동생은 나만큼 그 매장에서 돈을 많이 쓴 건 아니지만 내가 못 도와줘서 미안했다. 사정을 봐준 그 직원도. 한두달 지나서 돈이 들어왔고, 4만원 가까이 됐다. 못 받았으면서 무척 아쉬울 뻔했다. 다시는 안 그래야지.

부가세 환급 서류(?). 사진=딱정벌레

가장 난이도 높은 사명을 해치우고, 이제 이모 선물을 사야 했다. 히드로 공항에 쇼핑할 곳 천지인데 내 마음에 드는 게 별로 없었다. 솔직히 웬만한 좋은 물건은 국내에도 있고. 이모는 나보다 훨씬 재력도 있으니까. 이미 좋은 물건 많이 쓰고 있는데 내가 사는 건 다 그 눈높이에 맞지 않을 것 같았다. 사실 조 말론도 한국에 있는데(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조 말론이 조 말론 나와서 '조 러브즈'라는 향수 브랜드를 출시했는데 차라리 그런 제품을 사는 게 더 의미 있었겠다). 시간은 얼마 안 남았고, 쪼들리는 마음으로 난 조 말론에 들어갔다.

돈 쓰러 가면 대체로 잘해준다. 면세점 직원은 전반적으로 친절했다. 직원에게 이모 선물을 찾는다고 말했다. 그분 취향을 묻는데 뭐라 설명하기 어려웠다. "사실 잘 모르겠어요". 직원이 순발력 있게 몇 가지 제품을 추천해줬다. 신제품도 포함됐다. 그중에서 라임향이 나는 룸 스프레이와 향수 세트가 눈에 띄었다. 신제품이라고 하고. 언젠가 한국에 들어오겠지만. 특히 룸 스프레이는 많이 유용해 보였다. 그걸로 달라고 했고 난 영국을 떠나기 전에 남은 현금을 다 처분하려고 했다. 근데 그중에는 지폐 말고 동전도 있어서 어쩌나 했다.

런던-인천행 비행기 티켓과 내 여권 지갑. 난 펭귄클래식 마니아. 사진=딱정벌레

조 말론 매장 직원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었다. 나더러 갖고 있는 동전을 다 꺼내보라고 했다. 다 꺼냈더니 내게 제품을 추천해줄 때처럼 순발력 있게 동전을 다 집어가면서 현금을 제외한 차액을 안내해주고 카드 계산을 도왔다. 덕분에 동전도 다 처리하고, 싸구려가 아니면서 나쁘지 않은(?) 선물도 마련했다. 그때는 시간의 압박 때문인지 그 직원이 무척 고마웠다. 매장을 나서면서 "Thanks a million"이라고 인사했다. 정말 진심을 담은 감사 인사였다.

비행기를 타려면 또 터미널로 이동하는 열차를 타야 했다. 무수한 사람들 틈 속에서 그걸 타고 이동하는데 혹시라도 길을 잘못 들까 걱정했다. 외사촌 동생은 먼저 가있기도 했고. 잘 도착해서 동생을 만나고 내부를 마지막으로 구경했다. 편의점 같은 곳에서 모노클 신간을 파는데 살까 말까 하다가 그냥 안 샀다. 한국에서 사는 것보다 현지서 사는 게 훨씬 저렴하지만. 비가 억수같이 내리고 있었다. 입국할 때는 날이 맑았는데. 영국을 떠올리면 비가 계속 생각날 듯하다.

돌아오는 길 영국항공 기내식. 사진=딱정벌레

탑승을 앞두고 늘 그렇듯 줄이 길게 늘어섰다. 귀찮게 줄을 길게 서고 싶지 않아서 좀 늦게 탔다. 입국할 때 승무원은 복장이 약간 불량(?)해 보였는데 출국할 때는 다들 정복 차림이었다. '이 회사에서 이런 모자도 쓰고 재킷도 입었어?' 싶을 정도로. 왠지 입국할 때는 승무원들이 집에 간다는 생각에 들떠서 옷을 저렇게 입었나 싶을 정도? 돌아갈 때는 1시간 정도 단축돼서 11시간 정도 걸리는데 많이 피곤해서 푹 잠들고 싶었다. 맥주 달라고 했는데 하이네켄을 줘서 약간 아쉬웠고. 점심을 먹을 때는 와인을 한병 받았다. 기내식은 두 번 나왔는데 첫 번째는 한식을 먹었다. 두 번째는 오믈렛 따위를 먹었는데 매그넘 아이스크림을 줬고.

영국항공에서도 한국어 더빙으로 외화를 볼 수 있었고. BBC 팟캐스트도 풍부했다. 영화는 레이디 가가가 나오는 '스타 이즈 본'을 봤다. 내용이 먹먹하다가 나중에는 울화통(?)이 터지고 또 먹먹해지고. 레이디 가가는 왜 이런 영화에 나왔나 싶기도 했는데. 나중에 OST를 들으면 여운이 강하게 남아서 조금은 이해가 가기도 했다. 이 영화 OST 백미는 마지막에 레이디 가가가 추모 공연에서 부르는 그 노래인 것 같다. 라디오에서 어쩌다 이 노래 들으면 나도 모르게 경건한(?) 마음으로 집중한다.

이태원 벤스 쿠키와 브루독. 사진=딱정벌레

그렇게 무사히 돌아왔다. 향수 용량이 많아서 따로 신고했는데 공항에서 대수롭지 않다는 듯 그냥 보내줬다. 애매하게 바뀐 시차 때문에 와서도 1~2주는 그리니치 시간대에 사느라 고생(?)했는데. 원래 밤에 잠을 잘 안 자기도 해서 새삼스럽지도 않은. 낮도 좋지만 밤은 더 좋다. 새벽 감수성을 조심하면 대체로 평화롭다? 직장 동료에게 줄만한 걸 따로 준비하지 못해서 출근 전날 이태원에 갔다. 벤스 쿠키나 브루독은 국내에도 매장이 있다. 벤스 쿠키는 여러 군데. 이태원에도 매장이 있어서 쿠키를 좀 샀다.

다음 날 회사에서 행사가 있어서 사무실에 없는 사람들에게는 못 줬다. 먹다 남은 쿠키가 뒹굴거리고 있었지만 뒤늦게 걸 주기에는 미안했다. 국내 벤스 쿠키에 들어가는 생지는 옥스퍼드에서 공수해온다고 했다. 현지에서 만든 쿠키보다 국내에서 현지 생지로 만든 쿠키가 더 신선할 것. 이렇게 한국에 돌아오기까지 여정을 정리했다.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영국 스타트업 서비스, 현지 교통수단, 기타 못다 한 이야기를 더 써볼까 생각하고 있다. 다음엔 어디 이야기를 쓸지도. 하루짜리 헬싱키 여행, 노르웨이 3박 4일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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