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모임만으로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까
온라인 서비스 개발 모임 참가 후기
사진=픽사베이지난 4월부터 한 온라인 서비스 개발 모임에 참여했다. 가짜 뉴스와 관련된 서비스를 만드는 모임. 기술로 사회에 봉사한다는 게 모임 취지였다. 난 슬로워크의 뉴스레터인 '오렌지 레터'를 보고 이 모임에 참가 신청했다. 10여 명이 모였다. 모임은 슬랙과 줌에서 5개월간 진행됐다. 모임 결론(?)을 말하자면 6명이 남았다. 가짜 뉴스와 관련된 앱도 나왔다(이는 앱스토어나 플레이스토어에 올리지 않았지만). 최근 오프라인 모임도 처음으로 가졌다. 화상 미팅으로 얼굴을 봤지만 실물로 만나니 신기했다.
모임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 모임을 기획하고 주도적으로 운영한 분들이 따로 있다. 모임 내용은 그분들의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내가 여기서 모임 내용을 자세히 말하는 건 적절치 않을 듯하다. 언급해도 추상적 수준으로만 말하는 게 낫겠다. 내가 느낀 점을 더 쓰는 게 적합할지도 모른다. 난 참가 신청 배경과 모임 미션에 내가 답한 내용, 가짜 뉴스에 대한 내 생각, 고민. 이런 걸 주로 써보고자 한다. 모임 진행 방식이 언급될 수는 있을 듯하다.
내가 이 모임에 참가 신청한 이유는 코로나 19 대유행이 영향을 줬다. 전염병이 창궐하면서 '내가 세상에 무슨 도움이 될 수 있을까'란 고민을 자주 했다. 무기력함도 들었고. 고향에 환자가 급증한 것도, 가족들도 모두 걱정스러웠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도움되는 상황이기도 하지만. 그 시점에서 내가 가장 기여할 수 있는 건 전염병에 걸리지 않는 것. 사회적 거리두기를 철저히 지키며 집콕하는 것.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는 것. 또는 단체에 후원하는 정도였다. 큰 금액을 후원하지 못했고 소소하게 쪼개서 했다.
사진=픽사베이그 와중에 오렌지 레터에서 이 모임을 발견했다. 기자로 일하면서 느낀 자괴감은 사회에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것. '세상에 도움되겠다'는 건 너무 추상적 바람이었다. 정치인도, 언론인도, 콘텐츠 제작자는 이 목표를 더 구체화해야 한다. 모든 사람의 이해관계가 같지 않다. 누군가에게 도움되려는 일이 누군가에게 피해도 준다. 난 어느 편에 설 것인가. 왜 그래야 하는가. 누가 내 도움(?)이 가장 절실한가. 이걸 분명히 해야 한다. 무엇을 어떻게 해서 누구에게 도움되려는지. 과녁을 좁혀야 한다. 그래야 실행 가능한 목표, 방법, 결과가 나오고.
난 그런 고민도 불투명했다. 막연하게 세상에 도움되는 기사를 쓰자. 콘텐츠를 만들자. 그런 생각 정도 할 뿐. 고민이 깊지 않았다. 일했던 매체가 모두 전문지 성격 매체였기 때문에 잠재 독자 또는 실제 독자는 어느 정도 상정돼 있긴 했지만. 여기서 유의해야 할 건 특정 집단 나팔수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것. 언론이니까. 막상 일할 때는 난 그런 고민도 치열하게 하지 않았다. 아이템 찾고, 기사 써서 마감하기 바빴다. 사회보다 지금 내게 주어진 문제를 어떻게 해치울 것인가. 그 고민에만 그쳤다. 내 생각만 했다.
그런 가운데 그 프로젝트를 봤다. 이제 기자는 아니지만 일하면서 경험한 것, 보고 듣고 느낀 게 도움될 수 있을까. 그렇게라도, 작게나마 사회에 도움되는 서비스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태면 의미 있지 않을까.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모임이 거의 끝나고 나서 드는 생각은- 역시 사람은 기술이 있어야 한다는 것. 이 모임은 서비스를 만드는 게 목표이기 때문에 개발자 역할이 가장 컸다. 난 기자로 일하면서 느낀 가짜 뉴스 생각, 언론사 업무 방식, 서비스 의견 그런 걸 공유하는 정도였다.
사진=픽사베이아무튼 참가신청을 했고, 모임에 참여할 수 있었다. 구성원 면면은 다양했다. 처음에는 서로를 알아가는 미션으로 시작했다. 자기소개도 하고, 서로 질문도 하고. 줌에서 화상 미팅을 거의 매주 했다. 서로 돌아가면서 호스트를 맡았다. 초기에 모임 주제를 호스트가 정했다. 내가 호스트였을 때 난 '뉴스 다이어트'라는 책에서 소개한 뉴스 런치를 여기에 활용했다. 점심 먹으면서 자신이 관심 있는 주제를 이야기하는 자리인데. 비대면 모임이니 뭘 먹지는 않고 요즘 자신이 관심 있는 주제, 콘텐츠, 뉴스와 생각을 나누는 걸로 모임을 진행했다.
서비스 개발이 목적이다 보니 이후에는 가짜 뉴스로 주제를 좁혀서 모임이 운영됐다. 서로 자료조사해서 공유하고, 의견도 나눴다. 각자가 생각하는 서비스 아이디어도 제안했고.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모였는데 현시점에서 구현할 수 있는 걸 추리고 토의를 거쳐서 앱이 나왔다. 프로토타입이 나온 뒤, 화상 미팅에서 서로 의견을 나누고 앱을 수정하는 데 반영하고. 앱을 apk 파일로 받아서 까는데 내 휴대전화에는 깔리지 않았다. 설정에 들어가서 뭘 여러 번 터치하면 개발자 모드로 바뀌어서 앱을 깔 수 있다는 걸 이 모임에서 처음 알았다.
구체적인 앱 기능을 말하기는 어렵다. 필터링과 큐레이션 기능이 있다. 필터링과 큐레이션 기준이나 방법을 자세히 설명하기는 힘들 듯. 필터링 기준을 추리기 위해 신문윤리실천요강을 비롯해 여러 언론사나 연구소에서 낸 조항이나 기준을 참고했다. 그걸 보고 난 처음에 구구하게 문장을 만들었다. 이게 앱에 반영되는 과정에서 많이 압축, 요약됐다. 다른 분들이 이를 잘 추려주신 것 같다. 난 이런 뉴스 앱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지 않고 여기서만 봐도 편리하고.
사진=픽사베이나중에 개발자 분이 말씀한 고충 중 하나는 매일 엄청난 양의 뉴스가 쏟아진다는 것. 늘 새로운 뉴스가 나오다 보니 이를 평가하더라도 금세 묻히기 쉬울 듯하다. 기획 보도나 엄청 중요한 뉴스가 아닌 이상 과거 기사를 일반인이 잘 찾지는 않을 수 있다. 어떤 현안을 추적하고 조사하는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독자가 기사를 읽는 목적은 정보를 얻기 위함이다. 이 기사가 좋은 기사냐, 아니냐 평가하는 건 부차적 활동이랄까. 애초에 그걸 판단하는 게 기사를 읽는 목적인 사람은 특수한 경우일 수 있고.
가짜 뉴스와 관련해서 내가 드는 고민은- 기술로 이걸 검증하고 구분하는 게 어디까지 가능할 수 있냐는 점이었다. 가짜 뉴스 관련 보고서를 보면 이걸 정량 분석으로만 판단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있다. 정성 분석도 필요하고. 추가 취재도 요구된다. 가짜 뉴스가 교묘한 것도 있고. 유튜브나 SNS에 떠다니는, 출처 불명의 뉴스 외에 언론사 기사도 사실과 다르면 가짜 뉴스라고 분류하니까. 가짜 뉴스가 수사로 쓰이기도 한다. 기자 동료들이 많이 제기하는 불만 중 하나가 정당한 비판 기사를 써도 관계자가 이를 가짜 뉴스로 매도한다는 것.
참고로 서비스 아이디어를 제안할 때 난 신문윤리심의위원회에서 매달 내는 심의 결과를 주목했다. 여기서는 사실과 의견 구분이 모호하거나, 광고성 기사 거나, 반론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 등 신문윤리실천요강에 위배될 소지가 있는 기사에 주의 또는 경고 조치를 준다. 가짜 뉴스 소지가 있는 기사도 있다. 심의 결과는 줄글로만 나와있고 보기 쉽게 현황을 시각화하지 않는다. 심의 결과는 구속력이 없고 언론사도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윤리위도 널리 알리지 않고. 이를 언론사별로 그래프를 만든다면 압박을 느끼고 자정작용할 수 있을 텐데.
사진=픽사베이자동화만으로 특정 문장 형식을 보고 가짜 뉴스를 구분하면 좋겠지만 이는 어렵겠다는 생각도 든다. 다만 광고성 기사인데 과대광고가 심하고, 근거가 부족한 기사라면 최상급 표현을 검증 없이 남발하는 건 가려낼 수 있을지 모른다. '최고', '최초' 표현은 확인한 것도 아니면서 함부로 쓰면 안 된다고 언론사에서 가르친다. 근데 광고성 기사에는 이를 거르지 않고 넣은 경우가 있다. 해당 업체에서 받은 자료로 쓴 내용이라 그럴지도. 기사 제목과 본문 내용이 다른 경우도 기술로 파악할 수 있을 듯하나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은 필요할 것 같다.
이밖에 비대면 모임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하면- 구성원도 그런 이야기를 했지만 대면 모임이라면 만나기 힘들었을 사람들을 비대면 모임이라서 만날 수 있었던 것 같다는 평이 있었다. 서로 사는 곳이 다르니까. 그나마 다들 수도권 지역에서 살아서 한 번이라도 오프라인 모임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랜선 트레바리도 보면 해외 참가자가 있다. 지역이나 시차 한계를 넘어 누구든 만날 수 있다는 게 비대면 모임의 장점인 것 같다. 이는 인터넷의 힘이기도 하고.
또 비대면 모임이라서 만나기 덜 부담스러운 것도 있다. 앉은자리에서 시간 맞춰서 언제든 참여하면 되니까. 대면 모임을 하면 갈 준비도 하고, 장소도 따로 잡아야 해서 번거로울 수 있다. 비대면 모임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어 더 편한 건 있다. 다만 난 화상 모임이라도 화면에 보이는 모습을 신경 쓰긴 했다. 엄청 꾸미는 건 아니지만 옷이나 화장 상태(?) 등. 줌은 배경화면을 깔 수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뒷 배경을 깔끔하게 하는 데도 유의했다. 와이파이 연결 상태도 중요하다. 소리가 잘 들리는지도.
사진=픽사베이마지막으로 이건 대면, 비대면 모임 상관없이 중요한 진리(?)인데. 어떤 모임을 하든 모임을 이끌어가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상 모임은 돌아가면서 호스트를 지정했고, 어떨 때는 가위바위보도 했지만. 애초에 이 모임 자체를 기획하고 설계하며, 진행 방향을 짜고 매주 미션을 주는 사람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본다. 그분들 역할이 참 컸다. 사람들이 중간에 많이 나가긴 했지만 결과물을 낼 수 있었던 건 그분들이 중심을 잘 잡았기 때문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몇몇 구성원은 서로 지인이었다. 난 이것도 모임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아예 모든 구성원이 다 모르는 사람이라면 중간에 이탈자가 생길 경우, 모임이 금세 흐지부지될 수 있다. 이 모임을 처음 기획한 분들이 다양한 지인들을 데려와 함께 참여했고, 남은 구성원은 대부분 그런 지인들이었다. 그러니까 이탈자가 많아도 모임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어떤 결과물을 내려면 대면이냐, 비대면이냐 이런 모임 형식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듯하다. 기획자 의지, 추진력, 통솔력, 기타 시스템이 주효하다는 걸 이 모임에서 배웠다. 모두 반가웠고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