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의 디자인]리뷰
세련된 70대 디자이너의 마인드
디자인 업계를 모르지만, 디자이너들을 특별하게 생각한다.
디자이너들은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볼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말로써 이러쿵저러쿵 설득하지 않는다.
자연스레 의도한 대로 이용하도록 설계한다.
문득 그 점을 눈치챌 때마다 세상이 새롭게 보인다.
70대가 되어서도 여전히 활동 중인 디자이너 '아키타 미치오'씨의 시선이 궁금해져서, 그의 인터뷰를 담은 책[기분의 디자인]을 짚어 들었다.
[기분의 디자인은] 인터뷰 형식을 가진 에세이에 가깝다. 아키타 미치오라는 사람의 삶의 태도와 생각을 가볍게 담아낸 책이다.
서점에서 표지만 보고 가볍게 고른 책이었지만, 꽤나 통하는 구석이 많아 빠르게 읽어나갔다.
어린아이는 어른이 되었을 때의 모습이 그려지지 않는 얼굴이 좋아요.
반대로 어른인 경우에는 어린 시절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 얼굴이 좋고요.
말하자면 어린 시절의 순진무구함을 어른이 되어서도 간직하고 있는 사람이 좋습니다. -51p-
지금도 소년만화를 즐겨본다. 소년만화의 주인공들은 꿈이 있고, 근성과 노력도 넘쳐난다. 목숨을 거는 경우도 허다하다.
나도 그런 주인공처럼 되고 싶었다.
나만의 꿈이 있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으며, 결국엔 꿈을 이루는 그런 명쾌한 삶을 살고 싶었다.
어린 시절에는 꿈을 꾸는 동안 그 꿈을 이룰 수 있는지 계산하며 복잡하게 생각하진 않았다.
그렇기에 지금의 나 역시 소년만화 주인공처럼, 어린 시절의 나처럼, 성공 여부를 떠나 목표에 눈을 반짝이며 달려드는 태도를 가지고 싶다.
적어도 변명만을 반복하는 사람이 되고 싶진 않다.
누군가에겐 철이 들다만 순진한 사람이겠지만, 아키타 씨는 좋은 얼굴의 특징으로 꼽아주어 기분이 좋았다.
열등감은 우월감의 반증.
나 자신과는 겸허하게 지내기. -112p-
"기대하지 말자" 염불처럼 되뇌는 말이다. 기대하면 실망도 큰 법이니까. 언제나 근심걱정 없고 안정된 마음상태를 유지하고 싶어 했다.
내가 주로 관계에 있어서 기대를 하지 않으려 했다면, 아키타 씨는 스스로에게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열등감이란 결국 내가 우월하다고 의식하기에 생긴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우월감이 없다면 열등감도 없다.
"기대하지 않는다"의 새로운 관점인지라 기억에 남았다.
'말을 70센티 높이에 놓는다'라고 상상해 보세요.
던지는 게 아니라 슬쩍 두는 겁니다.
상대방이 가져가고 싶을 때 가져가기 편하도록.
저는 그런 상상을 하면서 말을 하려고 합니다. -63p-
70센티는 성인의 허리 높이 정도로, 너무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은 적당한 높이여서 가구나 인테리어 설계 때 기준이 되는 수치라고 한다.
타인에게 호감을 얻고 싶지만 지치지 않을 정도로만 말하고 행동한다는 점을 디자이너만의 표현으로 드러내 인상 깊었다.
아키타 씨에게서는 디자이너의 마인드 때문인지, 정돈되고 세련된 노년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만족감을 키우기보다 불만족스러운 점을 줄이고자 하는 사람 같았다.
밀물 썰물이 교차하는 바다 같은 삶이 아닌
잔잔히 흐르는 강과 같은 삶이다.
좀 더 역동적이고 열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읽는다면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감상도 떠올랐다.
다만 나 역시 후자처럼 지내고 싶기에,
개인적으로는 공감하며(때때로 배우며) 쉽게 읽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