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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라이프] 리뷰

행복, 의지, 품격의 트라이앵글

by 정 현

개인마다 세상을 바라보는 틀이 있다는 사실을 쉽게 알려준 책 [프레임]

저자인 최인철 교수가 그 후속작으로 발간한 책이 있다고 해서 읽어보았다.

심리학 교수의 프레임으로 보는 좋은 삶이란 무엇일까


책에서는 굿 라이프를 세 가지로 분류한다.

'행복, 의미, 품격'

이 세 가지를 풍족하게 갖춘다면 우리의 삶은 굿 라이프라 부를 수 있다. 각 주제별로 해당 개념에 대한 고찰, 대표적인 오해 그리고 실천법 등이 마련되어 있다.

각 주제에서 인상적인 내용을 꼽아본다.


<행복>

행복파트에서는 행복의 실천법이 눈에 들어왔다. 다들 행복의 비결은 궁금해할 테니까.

이 실천법들은 주로 ~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로 이해하면 좋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첫 번째 실천법이다.

'잘하는 일보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

일을 하는 이상 한 번쯤 하는 고민이다. 저자의 연구에 따르면, 행복감이 높으면 좋아하는 일을 잘하고 못하고는 중요치 않다고 여긴다.

사실 런 결과도 결과지만 여운을 남긴 글귀가 따로 있다.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살 수 없다는 '어른스러운' 조언이 들려올 때, 늘 잘하는 일만 하면서 살 수도 없다는 주문을 외워야 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행복한 사람들이 삶을 살아가는 비결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현실에 순응하는 것이 지혜로운 태도라는 인식이 많다. 현실은 다르다는 말을 하며 하고 싶은 것을 뒤로 미루는 행동이 미덕으로 받아들여진다. 물론 절제와 인내는 미덕이 맞다. 그러나 항상 모든 상황에서 통용되는 미덕은 없다. 예외는 있기 마련이며, 인생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낼 '일'을 정하는 순간이 그러하다. 진부해진 조언을 비튼 저자의 말이 머릿속에서 맴돈다.


<의미>

'의미'에 대해서 잠깐 말하자면, 저자는 '의미'가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준다고 한다. 단순히 쾌락에 젖는 삶이 허무한 이유. 바로 의미의 부재가 정체성의 부재로 연결되어서가 아닐까.


의미 있는 삶을 만드는 요소 중에는 '소명'이 있다. 개인적으로 요즈음에 보기 힘들어진 단어라 본다. 소명의식이라는 단어는 때때로 남용되어, 열정페이를 강요하는 이미지가 연상되기에 안타까움도 느낀다. 책에서 말하는 소명의식은 맡은 직업 속에서 희생도 불사하는 태도가 아니다.

자신의 일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있다는 의미와 목적을 발견하는 삶, 즉 소명이 이끄는 삶이 굿 라이프다.

이처럼 자신이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믿으며, 더 나아가 나의 일이 세상에 기여한다고 의심치 않는 것. 더 소박하게 표현하자면 일에서 건강한 보람을 느끼는 태도가 소명이다.

일은 돈벌이 수단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만연하지만, (물론 이 현상의 아래엔 사회구조적인 문제점이 있다고 여긴다.) 자신의 굿 라이프를 위해서도 맡은 일에 대한 소명을 가져보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품격>

해당 파트의 소개말에서 저자는 '덕스러움'을 '품격'이라는 말로 치환했다고 설명한다. 덕스러움, 름대로 약해 보자면 나만이 아닌 타인의 행복도 함께 추구하기 위해 가져야 할 태도다.

타인의 행복을 침해하지 않으려면 매너와 예의가 필요하고 이를 잘 지키는 사람은 '품격'이 있다.

품격 있는 삶의 모습들 중에서 평소 나의 가치관과 일치하는 모습이 있어 반가웠다.

"내 그럴 줄 알았지"라는 유혹을 이겨내는 삶

어떤 일의 결과가 밝혀지면 나오는 단골 반응 중 하나가 "내 그럴 줄 알았지"다. 하지만 양심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자. 정말 그럴 줄 알았을까?

이런 사후 과잉 확신 편향은 모두에게서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반응이다. 실제로 저자도 이런 착각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어 설명 못하는 고통(불안)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문제는 이 착각이 수시로 나오며 이런 태도를 되돌아보지 못하는 경우다. 이 착각이 만연한 사람에겐 세상일이 당연해 보인다. 문제의 원인에 대해 더 생각하기를 멈추니 사고가 제한되고, 문제에 몰두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해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다. 자신의 성장에서도,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잃는 점이 많아진다. 반대로 자신의 결론을 돌아보며 타인의 시선까지 품으려는 태도는 사고와 관계를 확장시킨다. 단,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이 자세에는 평범함을 넘어선 품격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굿 라이프]는 저자 최인철 교수의 이해하기 쉬운 문장력 덕분에 쉽게 읽히는 편이다. 또한 심리학이 주제인 만큼, 살면서 한 번쯤 겪었던 일들을 다루기에 숙하다.

무엇보다 고리타분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는 삶의 태도가 연구 데이터를 통해 증명되기에 설득력도 높다.


다만 아무래도 연구내용이 자주 등장해서, 책의 구성이 지루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대체로 연구 가정과 결과가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절반 정도 읽었을 때는 해당 내용이 예측되는 점도 한 몫했다. 연구 과정은 가볍게 넘어가버리고 결론에 집중해서 읽게 된다.

이는 이 책만의 특징이기에 직접 읽어보고 판단하면 된다.

위의 아쉬웠던 점을 제외하면 행복 실천법, 품격 있는 삶의 종류 등 인생 지침으로 삼을 만한 내용이 정리되어 있다. 이를 위주로 읽을 의향이 있다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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