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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심이 필요한 순간들] 리뷰

선택이 힘든 우리에게

by 정 현

성격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인 경우가 많다.

여러 가지 성격 중 좋게 보면 신중한 나쁘게 보면 우유부단한, 난 그런 성격이다.

선택에 따른 책임이 크게 다가와서일까, 시원시원한 선택을 한 적이 많지 않았다.

일단 고르고 나아가면 길이 생긴다는 점도 머리로는 알지만 잘 실천하지 못했다.

고민을 즐기기라도 한다면 좋겠지만 그렇지도 않았다.

갈림길에서 한 번쯤은 멈추지 않고 나아가기 위해 [결심이 필요한 순간들]을 읽었다.



<이성적인 선택?>

우리는 인생에서 많은 문제를 마주하며, 이 문제들은 답이 있는/없는 문제로 나누어진다.

그리고 실제 인생을 책임지는 고민들은 대개 후자다.

'자녀를 가져야 할지 말아야 할지/결혼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등...'

뉘앙스상 정답이 없는 문제라 여기면 될 듯하다.


우리는 언제나 최적의 선택을 하고 싶어 한다. 당연하다.

선택에 앞서서 신중해지는 이유는 어떻게든 긍정적인 결과를 최대한 얻어내고 싶어서다.

그리고 우리는 최적의 선택을 해낼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들을 동원한다.


그 방법은 장단점 목록(예를 들면 결혼의 장단점), 비용-혜택 목록 등을 작성해서 점수를 내거나 순위를 매기는 시도들을 말한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성의 저울질'이다.


문제는 우리가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많은 이유가 있지만 한 마디로 변수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주변 환경, 상황은 물론, 선택의 체인 자신도 언제 변할지 모르는 변수다. 선택 후의 나는 새로운 경험을 함으로써 선택 전의 내가 상상할 수 없는 모습으로 바뀐다. 통제 불가능한 변수에 둘러싸인 채로는 아무리 저울질을 하여도 예상한 결과가 나오기 힘들다. 저자도 이 점을 강조한다.

무엇이 나에게 최선인지를 판단할 때 고려해야 할 '나'는 다음중 어느 쪽인가?
'지금의 나'인가, '나중의 나'인가?

결국 우리가 사용하는 합리적 도구들은 최적의 결과가 아닌 자신의 심적인 안정감을 위해, 스스로를 설득하기 위해 사용된다고 여기는 게 적절해 보인다.


<만족스러운 선택>

다윈과 같은 유명 과학자와 저자 주변의 경제학자(저자 자신도 경제학자다.)마저 선택에 있어 직관을 따르는 경우가 많은데, 저자는 이러한 행동의 동기에 '의미'가 있다고 한다. 우리에겐 이익을 넘어선 목적, 중요한 사람이 되고픈 욕망이 있으며, '잘 산 인생'에는 이 의미가 녹아 있다고 여긴다. 그러니 더 나은 인생을 위해 중요시하는 '의미'를 추구하는 것은 본능이며 당연하다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 판단은 어느 정도 명확해진다. 우리는 단순히 혜택과 장점이 많은 선택지를 택하기보다,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그릴 수 있는 선택을 해야 한다. 책에서는 명쾌하게 그 기준을 제시한다.

규칙은 간단하다. 당신의 원칙을 첫 번째로 놓으라.
당신의 결정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규정한다. 당신의 본질과 관련되는 문제라면 트레이드오프는 하지 말라. 진실하게 살라. 옳은 일을 하라. 당신 자신을 존중하라. 적어도 출발점은 이래야 한다.

자신만의 규칙을 우선순위에 두기에 크게 고민할 이유가 없다. 규칙이 명확하다면, 자신의 정체성을 세상에 알리듯 경쾌하게 규칙대로 나아가면 된다. 이는 고민의 시간을 단축시켜 준다.

실제로 내 경우를 뒤돌아보았을 때, 여유롭게 선택했던 일들은 모두 나의 선호도가 확실했다. 대학생 때 휴학 여부를 결정할 때나 취업 방향 등을 결정할 때가 그러했다.


선택의 기준은 명확해졌다. 이제 필요한 건 상황에 따라 필요한 나만의 기준이다. 이를 위해선 스스로에게 솔직해져야 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필요가 있다. 자아성찰이 중요한 이유를 뜻밖의 책에서 알게 되었다.


때로는 버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선택의 순간은 언제 어떤 내용으로 다가올지 모르는데 자아성찰을 매일 하고 있자니 부담감이 느껴진다.

책에서는 이럴 때 사용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가 하나 언급된다. 바로 '동전 던지기'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을 내리기 힘들다면, 동전을 던지라.
일단 동전이 돌기 시작하면, 내가 지금 어느 쪽의 결과를 바라고 있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운에 맡기자는 말이 아니다. 동전을 던져서 나온 결과에 따른 나의 반응이 포인트다.

실망했나? 그럼 반대쪽 선택을 하면 된다.

만족했나? 그대로 선택하면 된다.

동전 던지기는 스스로도 몰랐던 내면의 선호도를 알려준다. 이렇듯 자신만의 규칙을 아직 명확하지 않을 때 도움을 준다.


'동전 던지기'는 책 속의 주요 내용은 아니지만 간단하게 판단을 도와주기에 기억에 남는다.











인생 고민에 대한 해결책은 누군가에겐 정답이고 누군가에겐 오답이기에, 이러한 주제의 책 역시 다소 두리뭉실하게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하며 다소 기대를 내려놓고 읽었다.

반갑게도 [결심이 필요한 순간들]은 우리가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자신만의 기준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는 점을 경쾌하게 알려주었다. 생각해 볼만한 점과 얻어갈 만한 점 모두 얻어갈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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