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 카메라 '홀가' 단상

홀가가 마음에 든 이유는 바로

by 딱정벌레
홀가 2008 베이징 올림픽 에디션. 사진=딱정벌레

카메라 단상. 토이 카메라 종류는 다양하지만 대학생 때 인기 있던 제품은 바로 젤리 카메라였다. 1만원대에 색감도 예뻤던. 학교 동기나 선배가 그 제품으로 종종 촬영했는데 덕분에 나도 인생 사진 하나 건지기도 했다. 학교를 졸업한 뒤 이를 다시 구하고 싶었지만 다시 구하기 힘들었다.

예쁜 쓰레기(?)에 끌리는 건 본능인지 이후 다이아나 미니도 샀지만 홀가에 마음이 더 갔다. 왜곡, 빛샘, 흐림, 비네팅 효과보다 카메라 유래 때문인데. 1980년대 초반 중국 노동자 계층을 위해 보급형으로 나온 카메라라는 점이 마음에 와 닿았다. 저렴한 카메라로 간편하게 가족사진도 찍고 중요한 순간을 남기라는 취지가.

35mm도 있지만 겉멋(?) 들어서 굳이 불편한 중형 카메라로 골랐다. 오프라인 구매를 선호한 나로선 중형 필름을 온라인으로 주문해야 한다는 게 나중에 번거로웠다. 난 2008 베이징 올림픽 기념 에디션인 이걸 골랐다. 언젠가 송혜교가 광고에서도 소품으로 든 적 있다던. 1000개 한정으로 나왔다고 하니 놓칠 수 없었다.

첫 롤은 망작이었는데 그때 사진관 어르신께서 필름을 펼쳐 들고 눈을 가늘게 뜬 채 위로 올려다보면서 "이 작품에는 어떤 심오한 의미가 있는 건가요?"라고 내게 물었다. 마구잡이로 다중노출도 하고 어설프게 프레임을 바꾸는 등 엉망이었는데 필름 카메라 조작이 서툰 손님을 최소한 존중하고 싶으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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