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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결 쓰기

아직 가시지 않은 밤의 열기

더위로 잠 못 이루는 여름밤의 고단함과, 기다려지는 처서가 가져올 선선함

by 혜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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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내린 비는 잠시나마 여름의 뜨거움을 식혀주는 듯했지만, 그 기운은 오래가지 않았다. 일요일이 되자마자 다시금 더위가 찾아왔고, 그 후로 이어진 날들은 더 무거운 열기로 짖누른다.
엊그제와 어제는 대기속의 습기가 피부에 들러붙는 답답한 열기였다면, 오늘은 달랐다. 태양이 본격적으로 그 위력을 드러내며 하늘 높이 떠올랐고, 햇빛은 피부를 칼날로 찌르는 듯 따갑게 내리쬐었다.


낮 동안은 사무실에서 에어컨의 시원한 바람에 의지해 하루를 지내면 차갑게 순환되는 냉기로 바깥의 뜨거움이 마치 다른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밤이다. 집으로 돌아오면 밀려들어 저장되어 있는 더운 열기가 나를 맞이한다. 방 안의 공기는 사우나실 처럼 후덥함으로 꽉차여 있고 창문을 열어도 바람 한 점 불지 않는다. 선풍기 바람은 그저 뜨겁고 습한 공기를 이리저리 옮길 뿐, 더위를 달래주지 못한다.


어제 밤은 특히 더 괴로웠다. 습기와 더위가 뒤엉켜 온몸을 감싸고 눌러오는 듯 답답한 기운이 가득했다. 잠자리에 누웠지만 쉽게 잠이 들지 않았고, 겨우 잠이 들어도 이내 땀에 젖어 몇 번이고 깨어나기를 반복했다. 그럴수록 피곤은 쌓여만 가고,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몸 상태가 푹 가라 앉은 느낌이다,


이번 주 토요일이면 절기상 ‘처서(處暑)’가 다가온다. ‘더위가 물러난다’는 이름 그대로, 혹시 그 즈음이 되면 이 지독한 열대야가 조금은 누그러들지 않을까. ‘여름’이라는 단어가 땀과 불면의 상징이 아니라, 지나간 계절의 추억으로만 남게 되길 바란다. 선선한 바람이 어서 불어오기를 바라며 높아만 가는 하늘을 다시금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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