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원소가 던지는 질문, '끝'에 대하여
< 그림: Gemini >
고등학교 때 결코 외우지 못했던 주기율표를 펼치면 영원히 익숙하지 못할 화학 원소들이 빼곡히 자리한다. 수소(H)부터 우가네소(Og)까지 원소 이름들이 줄지어 있지만 현재까지 인류가 확인한 최종 원소의 개수는 118개다. 이 중 90개는 자연적으로 존재하며, 나머지 28개는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의 호기심은 끝이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원소는 몇 개까지 만들어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연구를 계속해오고 있다.
이것을 연구하고 제안한 물리학 박사인 리처드 파이만은 디랙 방정식에 근거해 “마지막 원소는 137번”이라고 주장했다. 원자 번호가 137을 넘으면 가장 안쪽 전자가 광속을 초과해야 하는데, 빛보다 빠른 속도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가상의 137번째 원소를 기념해 사람들은 ‘파인마늄(Feynmanium, Fy)’이라는 이름까지 붙였다. (반면, 알베르트 카잔 박사는 155번까지 가능하다고 보았다). 이 ‘137’의 숫자는 STEM 분야를 넘어 나에게 생각을 하게 한다.
'끝', 즉 '유한(有限)은 우리의 일상생활 및 인생에서 보거나 느낄 수 있다.
첫째, 시간이다. 하루는 24시간, 1년은 365일. 무한히 흐르는 것처럼 느껴지는 시간도 단위로 쪼개면 언제나 끝이 있다. 마감이 있는 프로젝트, 정해진 기한의 계약처럼 우리의 생활은 정해진 시간 안에서 움직인다.
둘째, 관계이다. 친구와의 우정, 가족과의 시간도 영원하지 않다. 아이가 자라 집을 떠나고, 오래된 친구와의 교류가 줄어드는 순간 우리는 관계에도 주기율표처럼 ‘마지막 번호’가 있음을 체감한다.
마지막으로 지식이다. 매일 새로운 데이터를 쏟아내지만, 개인이 평생 접할 수 있는 정보에는 한계가 있다. 우리가 공부하고 경험할 수 있는 총량은 결국 유한한 것이다.
‘끝이 있음’이 꼭 두려움만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그 유한함이 삶을 더 깊게 생각하게 하고 충실히 할려고 한다. 기한이 있는 여행이 더 설레고, 시험 일정이 다가오면 더 몰입을 하듯, 시간과 공간이 무한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의 순간을 더 소중히 여기게 된다.
주기율표가 137에서 멈출 수도 있다는 리처드 파인만의 통찰은 나에게 이런 메시지를 던진다. “모든 것은 언젠가 끝난다. 그렇기에 지금 이 시간, 이 자리, 이 만남이 소중하다.”
끝이 있기에 시작이 있고 시작이 있기에 끝이 있듯이 삶에 대해 좀 더 신중하게 그리고 가치 있게 살아가야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