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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결 쓰기

34년 전(前), 오늘...

군 입대한날, 그때 가슴 안에는 돌덩이가 있었다.

by 혜윰사
옛 추억2.png

계속 이어지는 한가위 연휴,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34년 전, 오늘의 날씨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마음 한편이 무거워서였을 것이다. 가족을 보고 짧게 깎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홀로 나섰던 날. 바로 입대한 날이다.

건강한 남자라면 누구나 거치게 대는 군대, 사실이며 당연함인데 막상 그날이 다가오면 모든 것이 다르게 보일 것이다. 친구들과의 만남. 밤 지새우도록 읽은 책, 바삐 움직인 회사생활동이 어딘가에 던져 놓듯 마음에 새겨 놓는다. 아무것도 들지 않은 빈 손의 기분은 아직도 남겨져 있다.

입소대에서 전국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의 모습에서는 긴장이 잔뜩 묻어 있었고 옅은 웃음뒤에는 무언가 서글픔이 보였다. 이렇게 저렇게 그렇게 군생활을 보낼 동안에는 '자유'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뼛속 깊이 느껴진다. 시간은 지금과 비교하면 몇 억 배만큼 느리게 흘렀지만 참을 인(忍)을 새기고 건강히 마무리한 것을 감사히 여겼다. 무엇보다 "책임감"을 알게 되고 한층 더 삶의 어깨에 짊어지는 때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이제는 나의 두 아들이 모두 군 복무를 마쳤다.
군 생활을 알기에 걱정이 많았지만 모두 잘 지내고 전역했다. 여전히 고되고, 버거운 것은 세대가 달라도 비슷하였으리라. 아들들이 제대하던 날, 그들을 보며 자랑스러움과 동시에 안도감이 밀려왔다. 뭔가 하나는 잘 마무리한 듯이 나는 비로소 마음 깊은 곳에서 긴 한숨을 내쉬었다.

34년 전 오늘의 나는 두려움과 설렘이 뒤섞인 청년이었고 지금은 추억을 위안 삼아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세월이 흘러 머리가 희어지고, 아이들이 장성해 각자의 길을 가도, 군대 이야기를 하면 통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시대와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공감일 것이다.

아들이 저녁을 준비하고 있다. 오랜만에 즐거운 가족 식사가 기대된다.
저녁을 먹은 후 34년 전 나를 사진으로 보려고 한다. 깊은 회상이 밀려올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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