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멈춤으로 나를 바라다보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은 과연 하루에 몇 분이나 될까.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말이다. 눈을 뜨고 있는 동안 우리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보고, 듣고, 만지고, 맛보고, 생각한다. 오감은 쉬지 않고 세상과 접촉하고, 생각은 그 감각 위에 또 다른 장면을 덧붙인다. 멍하니 있는 것처럼 보이는 순간조차도 머릿속에서는 지난 일과 앞으로의 일을 오가며 쉼 없이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래서인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말은 현대인에게 거의 성립하지 않는 문장처럼 느껴진다.
나는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된 계기가 있다. 몇 달 전부터 일주일에 한 번, 정확히 5분 동안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촬영해 편집 없이 유튜브에 올리기 시작했다. 거창한 콘텐츠는 아니다. 풍경이든, 방 안의 정적이든, 창밖의 하늘이든 상관없이 그저 5분 동안 카메라를 켜 두는 것이 전부였다. 규칙은 단순했다. 편집하지 않을 것, 중간에 멈추지 않을 것, 그리고 가능하면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
처음 이 시도를 했을 때, 참을 수 없는 답답함이 온몸을 감쌌다. 단 5분인데, 그 5분이 유난히 길게 늘어졌다. 마치 멈춰 선 시계 앞에 혼자 남겨진 기분이었다. 평소라면 메시지를 확인하고, 뉴스를 훑고, 음악을 바꾸고, 다음 할 일을 계획하며 자연스럽게 흘려보냈을 시간이었다. 그런데 그 시간 동안 나는 카메라 앞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다.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조건이 오히려 나를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몸은 가만히 있어도 마음은 가만히 있지 못했다. ‘이렇게 가만히 있어도 되나’, ‘시간이 너무 안 가는 것 같은데’, ‘이게 무슨 의미가 있지’ 같은 생각들이 꼬리를 물었다. 손은 본능적으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고, 시선은 자꾸만 화면 밖으로 도망치려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을 그때 처음 실감했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연습을 거의 해본 적이 없다. 기다림의 시간마저도 우리는 무언가로 채운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신호등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릴 때조차 스마트폰을 꺼내 든다. 잠깐의 공백이 생기면 불안해지고, 그 공백을 채우지 않으면 뒤처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바쁘게 살아야 의미 있는 삶을 사는 것처럼 여겨지는 시대에서, 멈춤은 미덕이 아니라 결함처럼 취급된다.
그래서인지 그 5분은 내 일상에서 가장 낯선 시간이 되었다. 아무도 재촉하지 않았지만, 스스로를 다그치고 있었다. 무엇인가를 생산하지 않는 시간은 낭비라는 오래된 믿음이 무의식 속에서 고개를 들었다. 카메라에 찍히는 5분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나를 조급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며칠, 몇 주가 지나면서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여전히 5분은 짧지 않았지만, 예전처럼 숨이 막히지는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그 시간에 스트레칭을 하기 시작했다. 굳이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어깨를 돌리고, 목을 늘이고, 허리를 펴 보았다. 또 어느 날은 창밖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나무의 흔들림, 지나가는 구름의 속도,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들이 자연스럽게 눈과 귀에 들어왔다.
흥미로운 것은, 그때부터 시간이 조금 다르게 느껴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여전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에 가까웠지만, 그 공백이 이전만큼 불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하루 중 유일하게 목적 없이 존재하는 시간이 생겼다는 느낌이 들었다. 무엇을 성취해야 한다는 압박도, 결과를 남겨야 한다는 부담도 없는 시간. 그저 흘러가도 괜찮은 시간 말이다.
이러한 경험은 정말로 견디기 힘들어하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음’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시간 동안 드러나는 나 자신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소음과 정보로 가득 찬 일상 속에서는 생각을 마주할 필요가 없다. 다음 자극으로 쉽게 도망칠 수 있다. 하지만 멈춰 서면, 그동안 미뤄 두었던 감정과 생각들이 고스란히 떠오른다. 불안, 조급함, 허전함 같은 것들 말이다.
5분짜리 영상 촬영은 내게 작은 거울이 되었다. 그 거울 속에는 바쁘게 움직일 때는 보이지 않던 내가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허락하지 못하는 나, 침묵을 견디지 못하는 나, 늘 무언가를 붙잡고 있어야 안심하는 나 말이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도 5분은 짧지 않다. 가끔은 여전히 답답하고, 괜히 몸을 움직이고 싶어질 때도 있다. 하지만 예전처럼 그 시간을 버리지 않는다. 오히려 하루 중 숨을 고를 수 있는 작은 섬처럼 느껴진다. 세상과 잠시 거리를 두고, 나 자신에게 돌아오는 시간 말이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채움’에 익숙해져 왔다. 일정으로, 정보로, 관계로, 목표로 하루를 가득 채운다. 하지만 가득 찬 컵에는 더 이상 물이 담기지 않듯이, 채움만으로는 새로운 감각이 들어올 여지가 없다. 비워야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 느리게 흐르는 시간의 결, 별일 없어 보이는 순간의 온기 같은 것들이다.
혹시 오늘 하루를 돌아보며 아무것도 하지 않은 시간이 몇 분이나 되는지 떠올려 본 적이 있는가.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은 시간 말이다. 그 시간이 없다면, 의도적으로라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처음에는 불편하고 낯설겠지만, 그 불편함 속에서 의외의 자신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멈춰 선 시계처럼 느껴졌던 시간이, 어느새 가장 인간다운 시간으로 바뀌어 있을지도 모른다.
나에게 그 5분은 여전히 노력이 필요한 시간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하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은 결코 공허하지 않다는 것. 오히려 그 안에는 우리가 잊고 지내던 감각과 생각, 그리고 나 자신이 조용히 숨 쉬고 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아차리는 순간, 5분은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시간이 아니라, 다시 하루를 살아갈 힘을 건네주는 시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