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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뮤다 BALMUDA

발뮤다는 독특한 형태의 날개로 자연스러운 바람을 발생시키는 ‘그린팬’ 선풍기를 개발해 재기에 성공했다. / 발뮤다 홈페이지



위대한 기업 또는 브랜드에는 천재 발명가나 괴짜 창업가 등 비범한 스토리가 따라오는 경우가 많다. 빌 게이츠를 한번 살펴보자. 그는 일찍부터 남달랐다. 열 살이 되기 전에 백과사전을 독파한 독서광이자 전미 수학경시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수학 천재였다. 8학년(한국의 중학교에 해당) 때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눈을 뜬 뒤, 고등학생 때부터 교통량 데이터 분석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수력 발전 회사의 컴퓨터 프로그램을 설정했다.


1975년 MITS사에서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 알테어 8800을 출시했을 무렵, 빌 게이츠는 새 기계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완성했고, 개인용 컴퓨터에 상업용 소프트웨어를 성공적으로 작동시켰다. 이후 그는 하버드대학을 중퇴하고 동업자 폴 앨런과 함께 마이크로소프트를 설립했다. 이 정도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창업 당시 회사는 집, 직원은 본인 혼자


여기, 다른 사례도 있다. 지금부터 소개하는 이 회사는 천재 발명가도 괴짜 창업가도 없다. 심지어 도산 직전까지 갔다. 가전제품 및 전자기기 등을 개발하는 ‘발뮤다(BALMUDA)’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발뮤다를 소개하기 위해선 창업가 데라오 겐(寺尾玄)의 이야기 역시 빠질 수 없다. 그는 이색적인 이력의 소유자다. 일찍이 부모가 이혼하고 급기야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기까지 하자 그는 폭주족을 전전하다 고등학교를 자퇴했다. 그 뒤 1년여에 걸쳐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지를 여행했다.


앞서 빌 게이츠가 성공한 데에는 그의 유복한 가정이란 배경도 한몫했다. 아버지는 부유한 변호사였고, 어머니는 잘 나가는 은행가의 딸이었다. 그러나 데라오 겐은 그렇지 못했다. 여행을 다녀온 그는 록 뮤지션으로 활동했지만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의기양양하게 시작한 그의 음악 활동은 10년 만에 종지부를 찍었다.


2003년 그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었다. 음악 활동 당시 애플에서 나온 맥북으로 작업했던 경험을 상기해 맥북 전용 냉각 스탠드를 만들기로 했다. 창업 당시 직원은 그 자신뿐이었고, 회사는 아내와 살고 있는 월셋집이었다. 지금이야 ‘1인 제조업’이 4차 산업혁명의 전조로 여겨지며 각광을 받고 있지만 그때는 아니었다. 말 그대로 그는 무모한 도전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창업한 첫해 약 600만 엔 정도의 매출을 기록했고, 이듬해 매출은 1000만 엔에 가까워졌다. 2005년에는 LED 전기스탠드도 출시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경영 상황은 악화되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생산 방식에 있었다. 손으로 하나씩 만드는 수작업 방식으로 소량 생산되기에 원가 대비 마진이 적었고, 판매 가격도 높아 소비자들에게 가격저항도 불렀다. 2007년엔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일어났다. 전 세계적으로 금융 위기가 도래했고, 이 회사 또한 피해 가지 못했다. 매출은 나날이 곤두박질쳐 적자 경영이 지속됐다. 마침내 2009년 근근이 들어오던 주문마처 딱 그치고 말았다.


데라오 겐은 생각했다. ‘왜 우리가 만든 제품이 팔리지 않을까’ 고민한 끝에 이유를 발견했다. “발뮤다의 제품을 사지 않는 건 비싸서가 아니다.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온 힘을 다해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물건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이때부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내일이라도 당장 망할 것만 같았던 회사는 ‘그린팬’이라는 선풍기를 내놓은 뒤 5년 동안 혁신적인 가전제품을 잇달아 출시하며 매출을 50배 이상 급격히 늘렸다.



바림직한 제품상 끊임없이 탐구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제품의 우수한 성능이 주효했다. 그린팬은 유체역학 구조를 도입해 총 14개의 날개가 이중으로 바람을 내보낸다. 기존 선풍기 날개보다 4배 넓은 면적에 3배 먼 거리까지 바람이 닿을 수 있게 한 것이다. 또한 날개 각도를 수직에 가깝게 설계해 마찰하는 면적을 줄인 결과, 약(弱) 모드에서 나는 선풍기 소리가 1.3㏈ 미만을 기록했다. 게다가 선풍기 100년 역사상 최초로 선풍기에 ‘브러시리스 DC 모터’를 탑재해 미세제어 기능과 낮은 소비전력 및 발열량 같은 장점을 자랑했다. 이후 출시된 제품들도 마찬가지다. 강력한 흡입력을 기본으로 하는 공기청정기, 단시간 내에 빠르게 따뜻해지는 히터, 물탱크가 없는 가습기, 최초로 스팀 기능이 장착된 토스터기 등 발뮤다는 제품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디자인까지 가미한 제품으로 소비자 만족도를 높였다.


그러나 발뮤다의 성공은 비단 우수한 성능 때문만은 아니다. 발뮤다는 제품을 만들 때 사람들에게 어떤 만족을 제공할지 설정하는 일에서부터 출발했다. 제품이 지니고 있는 본질적인 기능을 중시하면서도 실제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오감으로 만족할 수 있게 바람직한 제품상을 두고 끊임없이 탐구했다. 그래서 그들은 디자인만 앞세운 가전제품 브랜드가 아니라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도구를 개발하는 개발자로 방향을 잡았다.


이러한 그들의 노력 덕에 눈에 보이는 모든 형태와 디자인 역시 근사해졌다. 예를 들면 ‘더 토스터’는 제품에 투명한 창을 내 내부가 보이도록 했다. 기능적인 측면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오로지 제품이 지닌 스팀·온도제어 기술을 사람들에게 직접 눈으로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또한 다양한 종류의 빵을 위한 5가지 작동모드를 통해 사람들이 필요한 대로 사용할 수 있는 재미를 더했다.


무엇보다 발뮤다는 소비자를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로 규정한다.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을 놓고 소비자들의 고민이 더 커지고 있을 때 부가적인 기능보다는 본연적인 기능, 그리고 덧붙여 기분까지 즐겁게 만들어주는 가치를 중시한 것이다. 제품은 사람이 사용할 것을 전제로 만들어지는 것을 알고 사람을 끌어안을 수 있는 인간미 넘치는 회사를 지향했다. 이 차이가 결국 이들을 오늘날 가장 유명한 가전제품 전문 브랜드 중 하나로 우뚝 서게 만들었다.


최근 발뮤다는 배터리가 내장된 무선 랜턴, 의료용 수술 조명에서 힌트를 얻은 태양광 LED 데스크 라이트를 출시하는 등 제품 범위를 넓히고 있다. 말 그대로 사람들의 행복한 삶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그 중심에 창업자 데라오 겐이 있다. 앞서 거론된 빌 게이츠는 탁월한 재능뿐만 아니라 그가 누린 특별한 기회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반면 데라오 겐은 탁월한 재능도 특별한 기회도 없었지만 빌 게이츠 못지않은 노력과 의지로 발뮤다를 이끌고 있다. 그런 의미로 그 또한 이 시대 최고의 아웃라이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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