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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네라 브레드 Panera Bread




2009년 4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도미노 피자 매장 직원들은 유튜브에 영상을 하나 올렸다. 피자를 만들면서 치즈를 코에 넣는 등 불결한 장난을 찍은 영상이었다. 이 충격적인 영상은 불과 사흘 만에 약 100만명이 시청할 정도로 빠르게 퍼졌고, 이에 따라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면서 소비자들은 도미노 피자 불매운동을 펼쳤다.







2009. 4. 12 유튜브에 직원들이 피자를 만들면서 장난치는 모습 업로드, 한 시간 만에 2.9만 뷰 기록


2009. 4.13 consumerist.com 에 의해 비디오에 대한 경고 접수, 도미노 피자 본사 해당 매장 확인


2009.4.14 직원 해고 / 보건부와 지역 경찰 도미노 피자와 접촉 / 동영상 70만 뷰 기록


2009.15 동영상 100만 뷰 기록 / 도미노 피자 CEO 사과 방송 업로드



도미노 피자 CEO 패트릭 도일의 유튜브 사과 방송 캡쳐

건강한 패스트푸드 전문점 표방


도미노 피자 본사 측은 공식 사과를 통해 부정적인 여론을 잡기 위해 노력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소비자 선호도 조사에서의 순위는 최하위를 기록했고, 소비자들은 부정적인 의견을 지속적으로 표출했다. 당시 도미노 피자의 경영진들은 단순한 사과만으로는 사태를 수습할 수 없다고 직감했다. 최고경영자와 수석 주방장 등 임직원들이 직접 출연해 공식적으로 거듭 사과하고 난 후, 새로운 메뉴를 알리는 캠페인을 함께 진행했다.


이 캠페인 영상에서 임직원들은 사과와 함께 새로운 메뉴의 피자가 진짜 맛있다며 한 번 더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또 신메뉴 시식회를 진행하며 나왔던 소비자들의 평가를 여과 없이 보여주면서 비판을 받아들이고 잘못을 인정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이 영상은 2009년 미국풋볼리그(NFL) 최대의 이벤트인 슈퍼볼 광고시간에 방영되며 수많은 시청자의 눈길을 끌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소비자에게 솔직한 모습을 보여준 덕에 역대 슈퍼볼 기간 방영된 패스트푸드 광고 중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매출과 주가가 급등했고 도미노 피자는 앞서 있었던 사태로 등을 돌렸던 소비자들마저 다시금 돌아올 정도로 무너져 버린 신뢰를 회복했다.


도미노 피자가 2010년에 진행한 턴어라운드 캠페인 영상 캡쳐 


도미노 피자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온라인을 통해 소비자가 주문한 피자의 준비 상황과 도착 시간, 배달원의 이름까지 모든 과정을 공개하는 서비스를 선보였고, 모든 소비자의 후기를 비속어나 욕설만 제외하고 여과 없이 뉴욕 중심가의 전광판에 공개했다. 또한 사진을 보정해 먹음직스럽게 꾸민 푸드 스타일링 사진 기법을 중단하는 대신 소비자가 직접 찍은 피자 사진을 회사 홈페이지 등에 올렸다. 심지어 배달 중 뭉개진 피자 사진까지 활용해 TV광고로 제작하며 최고경영자가 나서서 해당 피자를 배달한 지점의 지점장을 질책하고 다시는 이런 피자가 배달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공언할 정도였다. 그 결과 이전까지 배달서비스 부문에서만 1등을 차지하던 이들은 맛과 품질도 인정받으며 미국 최고의 피자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게 됐다.


도미노 피자의 사례는 우리가 알고 있는 브랜드와 소비자 충성도의 상관관계에서 벗어나 있다. 일반적으로는 소비자가 먼저 기업이 지닌 유·무형의 가치를 알아보고 충성도를 쌓으면서 브랜드의 지위가 탄탄하게 구축된다. 그러나 도미노 피자는 신뢰도에 위기를 맞은 기업이 소비자에게 먼저 반성과 충성을 맹세하면서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였고, 결국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브랜드의 반열에 오른 경우다.


파네라 브레드 



지금부터 소개하는 브랜드는 어떤 면에서는 도미노 피자와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베이글, 브라우니, 크루아상 등 다양한 페이스트리와 샌드위치를 판매하는 패스트푸드 레스토랑 프랜차이즈 ‘파네라 브레드(Panera Bread)’가 그 주인공이다. 파네라 브레드는 1987년 미국 미주리주에서 처음 설립되어 미국과 캐나다에만 2000개 이상의 지점을 보유하고 있다. 약 10만명의 직원이 연간 3조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파네라 브레드는 방목 달걀과 100% 무항생제 닭·돼지고기만 사용하고 인공 재료와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는 원칙을 지킨다. 소비자 건강을 위해 깨끗하게 품질을 관리하는 건강한 패스트푸드 전문점을 표방하며 품질 개선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러나 파네라 브레드가 소비자로부터 사랑받는 브랜드로 인정받은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지역사회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패스트푸드 업체 중 최초로 하루 동안 판매되고 남은 빵을 푸드뱅크와 노숙인 쉼터에 기부한 데서 시작한 ‘파네라 케어스’ 정책은 비록 중단되고 말았지만 이들이 지향하는 ‘친절’이라는 기업문화를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2010년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였던 로날드 셰이크는 푸드뱅크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중 미국에서 7가구 중 1가구꼴로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끼니 해결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비영리법인으로 운영되는 파네라 브레드 재단을 통해 파네라 케어스를 시작하면서 시카고·보스턴 등 대도시에 해당 정책을 실현할 매장을 열었다. 파네라 케어스는 크게 두 가지 정책으로 운영되었는데, 첫째는 원래의 값보다 더 내는 사람이든 덜 내는 사람이든 자신이 원하는 만큼만 값을 치를 수 있게 한 것이었다. 소비자가 차림표에 적힌 가격 이상을 지불하면 그 차액을 어려운 이웃들의 식대로 지원했고, 반대로 공짜로 식사를 받아가거나 적은 돈만 내는 것도 가능했다.



큰 반향 일으킨 선한 취지와 행동


두 번째는 식사 비용을 지불하기 힘든 사람들이 한 시간 동안 카페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식권을 얻어 식사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이었다. 식사를 대접받는 이들 역시 노동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당당히 누릴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지역사회에서 구성원들의 관계 개선을 꾀한 것이다. 더 많은 돈을 내는 소비자들도 단순한 기부에 그치지 않고 자발적인 참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도 있었다. 원하는 만큼 지불하는 방식을 유지하다 보니 예상보다 많은 사람이 제시된 가격보다 적게 지불했다. 그리고 무료 식사를 위해 매장에서 근무하는 사람 중 일부 노숙인들의 복장이나 행태가 다른 손님들에게 불쾌감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런 문제가 누적되면서 파네라 케어스는 2019년 2월 보스턴에 남은 마지막 매장이 철수하는 것을 끝으로 아쉽게 막을 내렸다.


그럼에도 이들의 선한 취지와 행동은 소비자에게 큰 반향을 불렀다. ‘남에게 대접받기 원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황금률을 실천하는 파네라 브레드의 선한 이미지는 점차 더 굳어졌고, 작은 친절과 배려는 이들의 정체성으로 유지되었다.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기업이 사회에 공헌하는 취지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특히 품질과 맛, 친절한 서비스가 모두 갖춰진 브랜드는 이처럼 선한 의지가 더해지면서 소비자 경험을 완성하는 궁극의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된다.


이 브랜드의 소소한 일화들이 널리 파급되는 것도 이러한 배경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려진 이들의 미담 중 임종을 앞둔 할머니를 위해 파네라 브레드 매장 직원이 선의를 보인 사연은 유명하다. 파네라 브레드의 샌드위치를 먹고 싶다는 할머니의 말을 들은 손자가 매장에 들렀지만 남아 있는 샌드위치가 없어 점원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러자 점원은 즉석에서 샌드위치를 만들어준 것은 물론 할머니가 앞으로 원할 때마다 언제든 무료로 만들어준다고 약속했다. 이러한 사연들은 한 기업이 얼마나 지역사회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 그리고 그 결과는 수치로도 나타난다. 파네라 브레드는 2000년부터 2010년까지 미국 대표 주가지수 중 하나인 러셀 1000 지수에 속하는 기업 중 가장 수익률이 높은 기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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