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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앤디파트먼트 D&D


2015년 서울 건대입구역 인근에 컨테이너로 만들어진 색다른 쇼핑몰이 등장했다. 총 200개의 컨테이너로 구성된 쇼핑몰 ‘커먼그라운드’는 독특한 발상으로 상식을 깨고 주목받았다. 사실 컨테이너를 활용해 상업공간을 만든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2009년 총 28개의 컨테이너로 구성된 플래툰 쿤스트할레가 국내 최초로 이런 형태의 건축물을 선보인 이래 여러 지역에서 소규모 컨테이너 건축물들이 하나씩 선보인 바 있다. 하지만 대규모 상업시설로 개장한 것은 커먼그라운드가 처음이었다. 사물의 원래 용도를 바꿔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비즈니스는 이렇게 산업의 한 축을 당당하게 차지하는 모델이 되고 있다.




2000년 도쿄에서 문 열어



도쿄 R 부동산 홈페이지 : 일반적인 부동산과 달리 생활의 기본이 되는 요소들의 중요성을 새롭게 환기


관점을 바꿔 창의적인 비즈니스를 만드는 사례도 있다. 2003년 일본 도쿄에서 설립된 온라인 라이프스타일 부동산 편집숍 ‘도쿄 R부동산’은 관점을 바꾼 ‘리싱크 비즈니스(Rethink Business)’를 보여준다. 집을 철저히 자산으로 인식해 위치, 면적, 시세 등에만 주목하던 기존의 관점에서 탈피해 거주자의 취향과 공간의 분위기, 동네의 매력 등 생활의 기본이 되는 요소들의 중요성을 새롭게 환기시켰다.


이들은 굳이 가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정보는 가급적 지양하고, 공간에 처음 들어섰을 때의 분위기라든지 주변에 산책할 수 있는 냇가가 있는지 등을 설명한다. 최근에는 부동산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건물 재생에서부터 지역 활성화에 이르기까지 사람과 사회, 나아가 도시의 관계를 연결하는 시도도 하고 있다. 도쿄를 포함한 일본 내 10개 지역에서 네트워크를 형성해 부동산 기획은 물론, 유통과 서비스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렇게 사물의 용도와 관점을 바꿔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리싱크 비즈니스는 철저히 자본의 논리로만 흘러가는 시장에서 일종의 대항논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도쿄 디앤디파트먼트 스토어 매장 전경 [사진 : 디앤디파트먼트 홈페이지]


그리고 지금 소개하는 이 브랜드 또한 같은 맥락에서 출발했다. 언뜻 보면 재활용품 매장으로 볼 수 있지만, 단순히 재활용품을 매입·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올바른 디자인’을 주요 가치로 삼고 이유 있는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새로운 형태의 재활용품 매장이다. 국내에서도 서울 이태원의 서울점과 매장과 식당, 호텔이 함께 갖춰진 제주점을 개장한 ‘디앤디파트먼트(D&DEPARTMENT)’가 그 주인공이다.



디앤디파트먼트는 2000년 일본 도쿄에서 처음 시작했다.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하던 창업자 나가오카 겐메이는 일본의 거품경제가 꺼지고 난 1990년대 후반 재활용품점이 급증하고 있음에도 오히려 물건 하나하나를 오래 사용하고 대를 이어 물려주는 일은 더 이상 찾기 어려워졌다고 깨닫게 됐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재활용품점을 돌아다니면서 재미있는 디자인을 보여주거나 여전히 쓸 만한 가치가 있는 제품을 선별해 전시하기 시작했다. 웹사이트를 열어 직접 선별한 제품에 설명을 덧붙여 게재하던 그는 주말마다 자신의 집을 개방해 찾아오는 손님들을 상대로 제품을 판매했다.


찾아오는 손님들과 재활용품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던 나가오카는 ‘제품을 쉽게 버리지 않고, 좀 더 애정을 가지고 다룰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고자 결심했다. ‘롱 라이프 디자인’, 즉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좋은 디자인의 제품만 골라 직접 매장을 차리기로 하고 디앤디파트먼트라는 이름을 붙였다. 좋은 디자인을 통해 무분별한 상품 생산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백화점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현재는 일본을 넘어 한국과 중국 등에 총 11개의 지점을 운영하는 한편, 재활용품뿐만 아니라 주방, 가구, 인테리어 등 다양한 분야의 제품도 함께 팔고 있고 호텔과 식당 사업까지 병행하고 있다.



소비자 중심의 비즈니스


언뜻 보면 재활용품점에 불과한데 호텔과 식당 사업을 병행한다는 점이 놀랍고도 재미있다. 이유가 뭘까? 여기에도 바로 롱 라이프 디자인이라는 핵심 가치가 담겨 있다. 유행에 좌우되지 않는, 수명이 긴 디자인을 지향하기 때문에 단순히 좋은 디자인이나 매입가격이 저렴해서 이윤을 많이 남기는 제품에 연연하지 않는다. 디앤디파트먼트는 소비자가 비록 롱 라이프 디자인의 개념에 대해 이해를 했다고 해도 이를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생활의 습관으로 실천시킬 수 있도록 재활용품을 중심으로 다양한 경험경제의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가령 호텔의 경우엔 재활용품으로 방을 꾸며 숙박하는 사람들이 재활용품도 여전히 쓰임새가 있다고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하는 셈이다.

디앤디파트먼트 제주 by 아라리오 매장 전경. [사진 : 아라리오 페이스북 팬페이지 참조]


이러한 그들의 생각은 재활용품 진열 방식에서도 뚜렷하게 보인다. 단순히 멋져 보이기만 할 뿐 일상생활과 동떨어지게 연출된 진열은 하지 않는다. 재활용품과 병행해 판매하는 신제품들 역시 판매의 기준이 있어서 그 물건이 소비자의 일상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깨닫게 하는 연출을 한다. 신제품들도 일본의 각 지자체에서 생산되는 제품 중 롱 라이프 디자인의 가치를 지닌 것들만 선별해 사람들에게 제안한다.



그리고 디자인의 관점에서 관광안내를 할 수 있는 가게를 만든다는 명분으로 2009년부터는 아예 ‘D 디자인 트레블’이라는 잡지를 창간해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일 년에 세곳의 지역을 취재하고 각각을 한권의 책으로 만들어 지역의 전통과 개성, 매력 등을 전역에 전파하는 것이다. 나아가 여행 프로그램까지 만들어 지속적인 디자인의 가치를 알리고, 이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함양하며 보다 나은 미래로 이어갈 수 있는 기회를 열어가는 셈이다.



여기엔 매우 중요한 요소가 자리 잡고 있다. 바로 브랜드의 생명력이자 브랜드가 영속적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요소, 바로 판매자 중심이 아니라 ‘소비자 중심’으로 모든 비즈니스를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디앤디파트먼트는 비록 손님을 왕으로 인식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들의 활동을 통해 소비자와 함께 상황을 변화시키면서 올바른 생활이란 무엇인지, 좀 더 이상적인 세상은 무엇인지에 대한 정답을 만들고 공유하며 성장하고 있다.



비즈니스가 제품 판매에만 머물지 않고 더욱 ‘리싱크’되는 것. 이들은 세상에 이러한 사상을 메시지로 던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디앤디파트먼트는 흔한 친환경적 브랜드를 넘어 공감을 통해 함께 성장하는 커뮤니티 브랜드로 바라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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