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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경험이라는 단어의 의미



마케터로 일을 하다 보면 ‘고객 중심’이라는 단어를 많이 접하게 된다. 의미는 알겠지만, 명확하게 정의 내리긴 어렵다. 그래서 나는 이 단어를 보다 쉽게 설명하기 위해 두 가지 사례를 곧잘 언급한다. 도쿄의 츠타야 티사이트(T-SITE), 보스턴의 트라이던트 북 셀러즈 앤 카페(Trident Book Sellers and Cafe) 등 2개 하이브리드 서점이 그 주인공들이다.


츠타야 티사이트는 한국의 청담동과 비견되는 동네인 다이칸야마에 약 3천 7백 평 규모의 넓은 공간을 확보하고 서점과 카페, 식당, 편의점 및 각종 생활용품 관련 판매점을 한데 모은 복합 문화공간이다. 이곳은 도쿄를 방문하는 관광객이라면 한 번은 꼭 가봐야 할 이색 명소이자, 한국을 비롯한 각국의 매체에서도 집중 조명하고 있는 곳이다.


티사이트에서 드러난 ‘고객 중심’ 운영 사례는 익히 세간에 알려져 있다. 중⋅노년 세대를 배려해 매장 바로 앞으로 정류장의 위치를 조정한 것이다. 또 영업시간도 다른 곳과 달리 오전 7시로 앞당겼다. 게다가 서점 최초로 컨시어지 서비스, 즉 고객의 요청에 따라 책이나 음반, 영화를 추천하는 서비스를 도입해 30명이 넘는 직원을 배치한 점도 꼽을 수 있다.


한편 트라이던트 북 셀러즈 앤 카페는 보스턴의 대표적인 상류층 지역인 백 베이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은 약 2천 평 규모로 지난 2018년 화재로 인해 잠시 문을 닫은 적이 있지만, 1984년 이후 지금까지 약 40년 간 지역민과 인근의 대학생, 관광객 등을 상대로 책과 커피, 맥주, 와인, 식사, 그 밖에 다양한 이벤트를 제공하고 있다.


트라이던트의 ‘고객 중심’사고를 보여주는 백미는 이벤트에 있다. 이곳의 이벤트는 이벤트 매니저가 직접 기획하는데 퀴즈대회의 밤, 요리 시연, 분재 체험, 시 낭송 등 참여형 이벤트가 매달 25회 이상 꾸준히 개최된다. 또 서점 내부에서 판매하는 음식과 소품 등은 보스턴을 소개하는 요소로 갖춰져 지역 홍보 수단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들이 보여주는 ‘고객 중심’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매장을 판매 장소(賣場)로 보지 않고 구입 장소(買場)(으)로 보는 것이다. 실제로 티사이트와 트라이던트의 창업자들은 고객을 우선적으로 생각해 매장을 구성하고, 제공하는 서비스와 제품에 고객이 만족한다면 스스로 재방문하여 이들의 일부가 된다고 믿고 있다. 고객이 이곳을 방문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사람들을 만나고, 교류하며, 최고의 순간을 경험할 수 있는 ‘제 3의 공간(Your Third Place)'꿈꾸기 때문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고객 감소, 차세대 기술이 활용되면서 디지털화가 가속된 온라인 시장의 성장 속에서도 오프라인 매장이 성공적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온라인 기업은 결코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것이다. 바로 ‘고객 중심’, 한 마디로 ‘진심’을 전하는 일이다. 고객이 구입하는 책은 그저 제3의 공간을 기념하기 위한 기념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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