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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평

계간 《창작과 비평》 프롤로그 9주차 과제

by 문장강화

-윤은희, <소생하는 계절에 멈춰버린 삶과 기억>


수 많은 촌평이 있었다. 그럼에도 이 촌평에 눈길이 갔던 이유는 첫 째는 첫문장 때문이었다. '순환하는 계절 속에 멈춰버린 생명이 있다.' 이 문장은 내가 풀이하고 싶은 시인의 뜻이었다. 그걸 명쾌히 긁어준 촌평에 선뜻 마음이 갔던 것이다.

두 번째로는 일본의 정서와 한국의 정서가 함께 섞여있다는 말때문이었다. 개인적으로 일본문학의 특유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어서 잘 읽어보지 않았다. 다만, 저 한마디로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다름과 같음, 그 오묘함을 겪어 보고싶어졌다.

마지막으로는 김동리 시인이라서였다. 나는 내가 겪어보지 못한 과거세대의 문학을 좋아한다. 그 중에 여러 것들이 함축되어있는 시를 제일 좋아한다. 전쟁과 폭력 그러나 의지와 정들로 점칠된 그들에게는 지금 우리에게서 나올 수 없는 무언가가 존재해서이다. 고통의 크기를 어떻게 타인이 재단할 수 있으리라만은, 난 그 질 다르다 단언할 것이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수많은 교훈들과 문장, 감정들은 잊히지 않아 가슴 한 편이 모아져 있는 기분이다. 해당 촌평을 쓴 작가분은 시의 전문을 보여주지 않고도 이 느낌을 느끼게해주었다.



-김소영, <나는 장난감 병정과 결혼했다>


이 촌평은 이상의 시에 집중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엮은이인 박상순의 편집에 대해 탐구한다.
이상의 많은 시들은 이미 연구가 되어 많은 판본들이 존재한다. 그 차이들은 나의 경우 미묘해서 알아채기 힘들었다. 때문에 어떤 판본들이 나와도 '저작권 끝났다고 또 찍어내는군'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이번 민음사판도 그러했다.
신형철은 독자가 알기 힘들었던 편집의 핵심을 정확하게 집어내어 이번 판본이 가진 큰 특징을 설명한다. 그리고 그 선별에 대한 근거를 제시한다. 동시에 그의 장점과 단점을 알려주면서 객관성을 확보한다.




-김유진, <반박하는 여자들>


이야기가 좋아서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이야기를 찾아다닌 날이 있었다. 그런 나를 보고서 L은 “물론 재밌지. 그런데 그게 어떤 의미가 있는데?” 라고 얘기하였다. 정보는 더 이상 입으로 전해지지 않고, 예전에 동그랗게 모여 삼삼오오 했을 얘기들은, 쓰레기통에 더 이상 들어가지도 못해 바닥에 나뒹굴어 며칠 째 수거되지 못하는 무언가 정도로 여겨지고 있다.
단지 살갗에 멍드는 폭력이 아니더라도, 어쩌면 더 고통스러울, 가슴 속에 깊게 몇 번이고 난도질 했을 칼질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가해자는 없는데 피해자만 있는 상황에서 누군가는 더 이상 자신의 상황마저 이야기하지 못 할 순간이 왔다. 이야기는 의미라거나 인류학적 유산에 관한 것이 아니다. 고통 받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서사이다.
누군가가 그랬다더라 하는 이야기는 관심받고 싶어 안달난 사람의 허황이 되었고, ‘너도 그랬어?’ 하는 공감은 자신 역시 그런 적 있다는 자랑으로 번역되어 세간에 날려졌다. 그 사이에 누군가의 이야기는 어디가서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모르는, 개인의 꿈속에서나 몇 번이고 되풀이 될 순간이 되었다. 더 이상 그러지 않도록 간절히, 고통은 이야기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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