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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시간: 쿠바기행 #3

-늘 그래왔듯 이어지는 이야기: 임미남

by 문장강화
임미남의 문신

임미남은 자신을 '카를로스 에스네르토 임'이 아닌 '임미남'으로 소개한다. 그의 팔뚝에는 한국어로 된 ‘임미남’이 새겨져 있는데, 종종 모르는 이에게 말을 걸때 그는 자신의 팔뚝을 보여준다. 그의 모든 sns 계정은 Minam Lim으로 되어있다. 그런 그에게는 딸이 한 명 있다. 어느 날, 임미남의 딸은 자신은 왜 다른 애들과 다른지 물어봤다.
임미남은 자신을 이민 3세대라고 소개했다. 원래대로 센다면 그는 4세대이다. 아마도 실질적으로 나고 자란 이민 세대가 시작된 때를 기준으로 삼은 듯했다. 그런 그의 얼굴에는 한국과 쿠바, 두 나라의 인종적 특징이 그대로 나타나있다.
임미남의 할아버지는 헤르니모 임, 우리에게는 임은조로 더 많이 알려진 사람이다. 그의 누이동생은 마르타 림 킴, 임은희이다. 그들은 한국인이었던 자신의 아버지 임천택의 얼을 이어받으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임은조는 한인회를 설립하기 위해 노력했고, 임은희는 그들의 선조의 역사를 담은 『쿠바의 한인들(코레아노스 엔 쿠바)』를 썼다.
임미남은 윗세대의 영향을 받아 한국적인 것에 대해 많이 안다.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 임은조는 한국적인 것을 가르쳤다. 그래서 미남은 아리랑을 부를 수 있고, 쿠바 태권도 유소년부 선수로 활약했다.
재작년 임미남은 한-쿠바 교류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의 한 대학교를 다녔다. 그곳에서 그는 종종 이런 말을 들었다. "넌 한국인처럼 생겼는데 왜 한국어를 못해?". 그의 한국어 실력은 숫자세기나 간단한 인사만 구사할수 있는 정도이다. 한국어를 5, 6살때까지는 배웠으나, 이후 한국어 선생님이 병이 나 이후로는 배우지 못했다고 한다. 이후로 한국어를 배워보려 했으나 잘 안 됐다면서 어깨를 으쓱거렸다.
임미남의 모국어는 스페인어다. 그 자신이 모국어로 생각하는 언어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자신이 나고 자라면서 쓴 언어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임미남은 쿠바에서 나고 자랐다. 쿠바는 스페인어를 쓰고 우리와 14시간의 시차를 가지고 있다. 겨울에는 반팔에 구아바와 파파야를 먹는다. 그의 고향의 봄에서는 복숭아꽃과 살구꽃은 찾을 수 없다.
그런데도 왜 임미남은 자신을 카를로스가 아닌 임미남이라고 하는가?임미남은 그 이름이 좋아서라고 했다.

한국어인 ‘미남’은 쿠바에서는 이질적이다. 그들은 ‘미남’이 한국어로 어떤 뜻인지 모를 것이다. 그러나 ‘임미남’이 자신을 소개함으로써 ‘미남’의 뜻을 몰라도 ‘미남’이라는 사람은 알 수 있다. 크립키는 이름은 기술적 지식이 아니라 인과-역사적 쌓아지는 것이라 했다. 임은조는 그의 손자가 안팎으로 아름다운 사람이 되길 바랐다. 그렇게 부른 ‘미남’은 임미남을 지칭하면서, 그로부터 시작된 자신의 고민, 타인에게는 공동체망을 형성했다. 그러므로 이때의 '미남'은 단순히 한국어 '미남'을 가리키지 않는다. 요컨대 그 이름은 한국과 쿠바 중간자의 삶이 인과적으로, 역사적으로 쌓여 만들어진 것이다.
"타향 위에 고향을 건설하지 못하는 한 당신들은 영원히 고아이며 실향민인 것이다.(김훈, 2008)" 임미남은 반대이다. 디아스포라인 그는 고향 위에 타향을 건설한다. 한국과 쿠바는 그에게 계속해서 물어볼 것이다. 어느 하나를 포기하면 되겠지만, 임미남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가 상처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한국과 쿠바라는 두 존재를 인정하고 굳건히 서있다. 그에 따라 '미남'이라는 한국어 이름은 쿠바에서 살아가는 그의 생을 통해 새로운 의미들이 덧붙여진다. 그래서 임미남은 자신의 이름의 유래를 말하며 "마음이 든다"면서 호탕하게 웃을 수 있다. 자신의 이름을 자신이 쌓아 올린 사람만이 지을 수 있는 웃음이다.
그렇기에 임미남은 비다에게 정체성을 정해주지 않는다. 자신들이 왜 다른지 물어보는 비다에게, 그는 자신들의 선조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한다. 한 이야기가 의미를 가졌을 때, 다른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으로, 부모에게서 자식으로 전해져 내려올 때, 우리는 사람으로, 부모에게서 자식으로 전해져 내려올 때, 우리는 그것을 설화라 부른다. 4세대를 내려오는 미남이 할아버지께, 비다가 미남에게 듣게 되는 이야기는 비로소 설화가 된다.
오늘도 비다의 세계는 만들어진다. 한국과 쿠바라는, 다른 두 존재는 끊임없이 비다에게 캐물을 것이다. 하나를 선택하라고. 비다는 그 사이에서 계속 고민할 것이다. 두 존재를 인정할지, 버릴지, 아니면 둘에서 비롯된 새로운 무언가일지, 그것은 비다의 손에 있다.
오늘도 설화는 거대한 역사와 정체성의 고민을 안은 인간의 형태를 하며 비다, 생명을 타고 흐르며 끊임없이 물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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