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노 이니오
어린 시절 발견했던 당신의 행성은 쏟아지는 유성우가 되었다. 그 속에서 어떤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묘한 아쉬움을 느끼며 집으로 돌아간다면 아마 당신은 뿡뿡이 가장 되고 싶었던(혹은 되고 싶지 않았던) 사람일 것이다. 이 책은 나의 행성이 부서졌다고, 혹은 부서질 거라고 생각하는 이들을 위한 만화다.
작중 새 비슷한 모습으로 그려지는 푼푼은 여느 아이보다 살짝 순수한 평범한 아이다. 살짝 더 순수한 만큼 ‘하느님’과는 더 가까이 있다. 하지만 이 도움 안 되는 하느님은 푼푼의 소원을 얼렁뚱땅 넘기기 부기지수다. 어느 날, 전학 온 아이코에게 첫눈에 반해버린다. 지구가 멸망한다는 어려운 말을 하는 예쁜 아이코. 아주, 오래, 매일 자신만을 생각하라는 아이코.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죽이겠다는 아이코. 그런 아이코와 자신만의 행성 푼푸니아로 이주할 계획을 세우기도, 카고시마에 가기로 약속도 하는 푼푼. 하지만 멀디 먼 가고시마는 가지 못하고 그 길이만큼 아이코와 멀어진다. 푼푼은 그런 아이코를 잊지 못하고 비켜난 중학생이 된다.
결국,『잘 자, 푼푼』은 푼푼이 도피하면서 좌충우돌하는 이야기다. 상대의 마음도, 자신의 삶도 푼푼에게는 모두 도피의 대상이다. 5권의“알면서 모르는 척 하는 게 어른”이라는 푼푼의 말처럼 어른에는 앎이 전제되어있다. 자신의 우울함도, 거짓말, 진짜 마음도 모르는 푼푼은 그래서 아이다. 아사노 이니오는 푼푼을 “자신이 무슨 일을 하면 끝까지 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성격이에요. 회색 영역이 없어요.”라고 말한 바있다. 앞으로 다가올 격류 속에서 푼푼은 비극을 온몸으로 맞을 것이다.
하지만 만화는 비극만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멸망을 막는다는, 삶의 목표를 인지하고 있는 사이비 종교단체 ‘굿 바이브레이션’이 만들어내는 엇박 속에서 푼푼의 친구들인 하루미와 세키, 시미즈, 사치는 뿡뿡과 직간접적으로 얽힌다. 각자 모두 내면의 상처를 가지고 있지만, 이들은 삶을 마주볼 줄 아는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자신을 견디는 일임을 안다. 도망치지 않는 아이들 사이에서 뿡뿡의 운명도 움직인다. 살아있어서 만들어지는 세계, 이것이 『잘자 뿡뿡』의 세계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인지, 어쩌면 나는 껍질이 아닐까? 살점이 붙어버린 가면을 쓰고, 결국 나는 여러 날의 내가 겹쳐지기만 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살아간다는 것은 원치 않아도 세상을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희망도, 불행도, 종말도, 내가 만들고 내가 죽인다. 그때야 당신의 이야기가 된다.
+ 동화같은 내레이션과 괴팍한 유머, 데포르메와 극화가 적절히 섞인 그림 등은 이 만화가 사실적이라고 생각들게 하지만 실상을 그렇지 않다. 『잘 자, 푼푼』속 세상은 철저히 푼푼의 것이다. 이 만화를 이끄는 1인칭 나레이션은 오로지 푼푼의 생각이고(그 와중에도 푼푼은 자신이 스스로 말을 한 적은 없다), 애당초 우리는 진짜 푼푼의 얼굴도 모른다. (추가) 푼푼의 세상은 왜곡되어 있다.
문단을 어떻게 이어갈지 모르겠어서 따로 빼둔다... 문학동네 자소서 내면서 썼던 건데 이 글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썼던 글들에 허세가 많다. 머리에 든 건 없고 남은 건 이제 본능인 가오잡기밖에 없어서 그런 것 같다~!!! 젠장~~~ 정신차려서 허세랑 설명충 기질 좀 빼야지! 정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