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욱, 유지원
두 저자 김상욱과 유지원은 책 제목을 아인슈타인도, 호킹도 아닌 ‘뉴턴’의 아틀리에라고 칭했다. 『뉴턴의 아틀리에』인 데에는 이 책이 과학과 예술을 함께 다루고 있다는 것도 있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인문학적 사랑에 기인한다. 물론 과학 이나 예술이 인문학이나 사랑의 영역에 속한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둘이 연결되면서 만들어지는 융합공간이 인간을 향해 열려있다면 이것은 분명 인문학의 것, 그리고 인간을 따스하게 바라보는 사랑의 시선의 것이다.
이 책은 서로 다른 두 저자-물리학자 김상욱, 그래픽 디자이너 유지원이 한 주제에 대해서 각자의 시선으로 이야기하는 간단한 구성을 취한다. 그런데도 독특한 느낌을 주는 것은 일차적으로 두 작가의 시선에 있다. 이 부분이 가장 잘 드러 나는 「감각」의 한 대목을 보자. 둘 다 다른 작품을 보고 남긴 첫 평이다.
파빌리온에 들어서니 탁 트인 단순한 시야에 시원하게 뻗은 직선, 직사각형 연못의 물, 벽과 기둥의 청량한 질감에 마음이 깨끗하게 뚫리는 것 같았다. -유지원, ‘눈으로도 만져지는 감각, 재질의 촉감’, p147.
하지만 터너가 그린 역사화 「눈보라: 알프스를 넘는 한니발과 군대」의 주인공은 눈보라다. 눈보라는 기호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 전체를 지배하며 실제로 눈보 라를 겪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김상욱, ‘인간의 감각을 믿지 말지어다’, p157.
위처럼 유지원의 시선이 예술적 감각에 기반한다면, 김상욱의 시선은 과학적 지각에 기반을 둔다. 그들의 직업상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이들이 이야기하는 소재는 시선과는 사뭇 다르다. 「감각」 내에서 유지원은 건축이라는 공학의 영역을, 김상욱은 회화의 영역을 다룬다. 다른 편에서도 마찬가지다. 서로의 영역을 교차하는 작가들에 의해 『뉴턴의 아틀리에』의 단순한 구조는 확장된다. 여기서이 책의 가장 큰 매력, 상호연결이 발생한다.
이때의 상호연결은 과학과 예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사회, 문학, 나아가 독자 로까지 이어져 있다. 이들이 이야기하는 소재는 다양하지만 말하고자 하는 것은 삶의 현장에 기초한다. 원활한 이야기를 위해 다양한 장르들을 인용하기도 했거 니와, 책의 많은 부분이 작가 본인들이 겪은 경험 혹은 고민하는 부분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극대화된 부분은 ‘물리의 시, 시의 물리’(김상욱, p94-97)일 것이다. 죽음과 모순을 이야기하는 이 장은 여러 시와 물리학 이론이 엉켜있다. 그 장은 묘한 허무함을 자아낸다. 엔트로피는 증가는 죽음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그 안에서 사랑이라는 명목으로 자기 위안을 하고 있는가, 라는 의문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글의 마지막 단락에서 이 글은 반전된다.
이런 우주에서 생명은 돌연변이이자 이단아다. 그래서 우주도 중요하지만 생명은 소중 하다. 소중한 존재는 그 자체가 궁극이지만 중요한 존재는 궁극에 도달하기 위한 방편이 다. (김상욱, p97)
역설적으로 살아있는 우리의 삶을 조명하면서 다가올 죽음에서 생생한 숨소리를 느끼게 해준다. 이러한 인간, 나아가 인문학적인 보편적 삶의 연결로 독자와 작가들은 같은 울림 속에 놓이게 된다.
삶의 연결은 사랑이 기반된다. 두 작가들은 자신이 몸담은 학문을 사랑하고 그것 으로 세상을 본다. 그리고 우리에게 말을 건다. 우리는 서로 대화를 통해 자신을 확인한다. 그리고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하게 한다. “언어로 모든 것을 다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은 왜 수학과 예술이 존재하는지 설명해준다.”처럼 말은 불완전하다. 그러나 말걸기의 본질은 다른 이를 궁금해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 작업은 사랑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21세기의 인문학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여기에 있다. 인공지능과 달리 우리는 서로를 궁금해 하는 몇 없는 종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왜 인문학을 하는가? 왜 간학문을 추구하는가. 이 둘은 우리의 세상을 당장 변화시키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인문학으로 사고하고 예술을 통해 표현하고 과학을 통해 분석한다. 그렇게 나를 이루는 요소는 책에서 다뤘던 세상 모든 것이 된다. 상대도 마찬가지이다. 인문학과 간학문이 아름다운 이유는 나를, 상대를, 세계를 이어주기 때문이다. 그 기반에 사랑이 있게 김상욱과 유지원은 『뉴턴의 아틀리에』를 통해 보여준다.
+이건 민음사 자소서와 함께 쓴 내용이다. 늘 그렇듯 마지막은 급발진인데, 이번 경우는 사연있는 급발진이었다. 출판사랑 나랑 견해가 똑같아서 별 수 없었다. 내가 생각해도 사랑으로 나가는 건 오바지만 최대한 둘을 엮어봤다. 나는 결혼해듀오이다. 하지만 매칭실패해서 광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