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유배문학관은 뭐랄까, 그 이름만큼 황량했다. 마감시간이 다가와서였을지도 모른다. 마치 현실과 동떨어진 것 같은 그 공간에 우리만 서있었다. 오직 발걸음을 옮기는 소리와 그 뒤로 누군가 버튼을 눌러놓은 구슬픈 상여소리가 배경음처럼 들려올 뿐이었다. 유배문학관 안에는 여러 유배 문인들의 작품과 유배지 등이 소개되고 있었다.
남해유배문학관에서는 유배 체험을 할 수 있었다. 곤장이나 목에 칼을 차는 체험도구뿐만 아니라 VR을 이용한 유배 체험도 있었다.
VR로 만나는 유배 체험이 무척이나 신선했는데 직접 유배를 온 것 같은 체험도 할 수 있었다. 나는 서포 김만중이 되어 유배 체험을 했는데 조그만 방에 갇혀 글을 쓰는 체험이었다. 이 체험을 하니 확실히 유배라는 형벌에 대해 조금 더 느낄 수 있었다. 방은 생각보다 좁았고, 사람도 없고, 현대와 같이 스마트폰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유배는 지루한 생활의 연속이었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왜 유독 유배 문인들이 충신연군지사를 이야기한 것인지 이 체험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유배를 보낸 것도 임금이지만, 이 상황에서 자신을 구출해줄 구원자 또한 임금이었던 것이다.
직접 판결을 내리는 VR 체험도 있었다. 이 체험을 해본 일행의 말에 의하면 자신이 가볍게 사형이라고 말하거나 혹은 장형이라고 이야기할 때 판결을 받은 당사자와 주위 사람의 반응이 생생했다.
문학관에서 유배에 대한 정보와 간접적 체험을 해 보았다면 이제는 유배의 삶을 직접 마주하기 위해, 김만중의 유배지이자 우리의 마지막 목적지인 '노도'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