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도로 들어가는 배를 타기 위해 우리는 벽련항으로 향했다. 벽련(碧蓮)이라는 이름은 푸른 연꽃이라는 말이다. 원래 벽련항이 있는 마을이 연꽃의 모양이어서 연화마을이라 불리다가 벽련으로 바뀌었다. 푸른 연꽃이라는 말에 걸맞게 바다의 푸르름이 한눈에 보이는 마을이었다. 짙은 바다와 눈부신 햇살이 강렬하게 시선을 이끈다. 바다냄새가 나지 않는 바람이 스쳐지나가면 지금 서 있는 이곳이 과연 현실에 존재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된다. 인적 드문 벽련항에서는 페이지를 넘기기 직전의 고요함이 흐른다. 현실과 이상의 경계 그 어딘가에 서서 헤매고 있는 듯한 착각이 넘실거린다.
방파제를 둘러싸고 있는 테라포트 사이로 보이는 섬이 바로 노도이다. 노도의 이름은 다소 특이하다. 노도(櫓島), 우리가 알고 있는 배를 젓는 노, 혹은 방패나 망루를 일컫는 단어이다. 망노대 관련 일화와 노를 저어 가지 못했다는 일화들을 살펴보면 이 섬에 왜 그런 이름이 붙은 것인지 알 것 같기도 한다. 벽련항과 노도는 사실 매우 근접해 있기 때문에 ‘수영을 해서 갈 수 있을만한 거리’라고 누군가는 이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노를 저어서도 못 도착했다고 하는 섬에 수영을 해서 갈 사람이 몇이나 있을지는 모르겠다. 저 멀리서 배 한척이 다가오고 있다. 바로 우리가 탈 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