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돈 안 쓸수 있었네?
차 구입과 동시에 내 소비생활에 강제적으로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하필 차를 구입하는 당시, 12개월 무이자 할부가 된다기에 내가 한달에 이정도는 낼 수 있겠지? 라는 안일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결제를 해버렸고 나는 그렇게 포승줄에 묶여버렸다.
처음에는 이게 사실인가 했다.
내가 한달에 쓸 수 있는 돈이 이정도 밖에 안된다고? 이게 사실이야?
으악 이번달에 쓸돈이 이것밖에 남지 않았다니, 나 앞으로 어떻게 살지?
여행가는 일이 아니면 한달에 30만원 저축도 힘들던 나에게 한달에 70만원 가까이 되는 큰 고정지출의 나비효과는 어마어마했다. 점심시간 커피를 밥먹듯이 쏘던 나에서 더치페이를 자진했고, 주 7회 약속으로 외식을 밥먹듯이 하던 나를 강제 집순이로 만들었다. 차 할부값은 마트에 가면 뭐라도 잔뜩 사오던 나를 그냥 손가락만 빨면서 나오게 만들어버렸다.
정말 갑갑했다. 포승줄로 내 몸이 묶인 기분, 딱 그거다. 그냥 신용대출로 이걸 갚아버릴까? 엄마한테 빌려달라고 할까? 하루에도 수십번씩 왔다갔다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신용대출은 집 대출금으로 막혀있었고, 우리엄마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다. 불행중 다행이다.
그렇게 12개월 중에 3개월 쯤 지났을까? 한달 생활비 50만원 남짓쓰는 강제 짠순이 생활을 하면서,
방앗간처럼 드나들었던 올리브영에서 '이걸 바르면 피부가 좋아지겠지?'라며 온갖 화장품은 다 구입하던 내가
'에이 뭐야 별로 살 건 없네'라며 빈손으로 나오는 낯선 나를 발견하게 된다.
백화점이나 아울렛에서 뭐라도 사고 가려고 기를 쓰던 나에게서 '이걸 잘쓸까?'하는 새로운 생각을 하는 나를 발견한다.
8평 남짓한 원룸에서 새로운 물건들이 줄어들고 있었다. 그리고 필요없는 물건들을 버리면서 내가 몰랐던 여유 공간이 생기고있었다. 이유없이 꽉찼던 화장대가 널널해지고 냉장고에는 맨날 제때 먹지 못한 식재료와 흥미를 잃어버린 냉동식품들이 사라지고 있었다.
강제짠순이 생활이 나에게 '안 사는 재미'를 선사해주었다.
나는 이제 더이상 못사는 게 아니라 안 사는 사람이 된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