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잘한 월급에 젖어버렸다.

내 월급은 다 어디로 갔을까

by 박미피

처음에 공무원이 되었을 때는 대학생 티를 못벗었을 때였기때문에 월급이 꽤 크게 느껴졌고, 내가 돈을 그렇게 많이 쓸수 있는지 모르던 상태였다. 한달에 삼십만원이라는 용돈을 가지고 쓰던 대학생에게 백사십정도 되는 돈이 얼마나 큰 돈이었겠는가.


하지만 이런 마음가짐은 이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것 = 소비라는 세상의 이치로 순식간에 변한다. 공무원이 되었다는 기쁨, 그리고 지금 생각하면 참 하찮은 품위유지를 위해 돈을 마구잡이로 쓰고 만다.

이때도 계획은 참 잘세웠던 나여서 돈이 들어오는 날짜에 맞춰 어디에 쓸까 10원 한장까지 쓸 계획을 세웠다.


다른 곳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의 직장은 월급이 한달에 세번 나눠서 입금이 된다.

안그래도 작디작은 월급이 3번에 걸쳐서 들어온다는 것은, 정말 경제관념이 세워지지 않은 사회초년생에게는 최악의 조건이다.


1일에는 30만원, 10일에는 10만원 20일에는 백만원.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그냥 돈들어오는 날만 바라보며 있는 돈을 쫄딱쫄딱 쓰기 딱 좋은 금액이다. 신용카드값으로 본봉 전체를 날리지 않으면 참 다행이다.


나는 약 4년간은 나의 젊은 나이와 공무원이라는 직업에 취해있지 않았나 싶다. 20대 초반에 남들보다 빠른 나이로 공무원이 되었기에 아직은 괜찮다라는 마음가짐과 무슨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뭐라도 되는 것 처럼 '이 정도는 뭐, 열흘 뒤에 돈이 들어올 텐데'라는 마음으로 쓰고 또 쓰고를 반복했다. 참 계획도 세워가며 열심히도 썼다.


그렇게 4년이 지났다. 어느새 이십대 후반의 나이에 들어섰다. 9급 나부랭이는 8급 나부랭이로 어느정도 월급값은 하고있었다. 여전히 나는 한달벌어 한달 사는 한달살이 인생이었다.

그러던 중 급여명세서를 보게 되었다. 그리고 충격에 휩싸였다.

적디 적은 월급이라고 생각했던, 살아가는 것만으로 기적이야라고 생각했던 나의 작은 연봉은1.5배가 되어있었다. (물론 사기업이랑 비교할 수준이 전혀 되지 않으며, 아직도 작고 소중한 금액이라는 사실을 염두해두어야 한다.)


신입이었을때, 선배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었다. '5년까지만 버텨, 5년 이후에는 좀 살만해'

5년을 앞두고 있었던 그때까지, 난 항상 '우리 월급으로는 쪼달리는건 당연해'라고 생각했었고, 호봉이 올라갈때 늘어나는 6만원, 새로운 한해가 되었을 때 2만원이 인상되는 걸 보며 '에이 올라가봤자 고작 이거야? 치킨 몇마리 더 시켜먹을 수 있겠네'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5년간의 직장생활, 깨닫지 못한 연봉의 상승, 하지만 더 커져버린 나의 소비습관.

어쩐지 다음달에 이대로가다간 파산인데..하다가 늘어난 6만원으로 안도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늘어난 월급을 저축해도 모자랄 판에 마이너스를 메꾸고 있었던 나란 애란 참..


하지만, 역시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이런 중대한 사실을 깨닫고도 5년동안 커버린 나의 소비습관은 줄어들을 생각을 하지않았다. 아니, 오히려 소비에 명분과 핑계가 더 붙을 뿐이었다. '이건 이래서 사야해, 저건 저래서 사야해' 유명한 짤처럼 어머 저건 사야해! 를 외치며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던 나였다.


그러던 중, 생각치도 못한 과정에서 나의 소비형태가 180도 바뀌게 된다.

참 모순적이게도 자동차를 구입하면서 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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