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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어 Jul 19. 2020

결혼식과 코로나, 그리고 인간관계


결혼식을 하면 인간관계가 정리된다고(축소) 하던데 나는 오히려 인간관계가 확대되었다. 나는 부단히 노력해왔다. 사람들을 많이 사귀지 않으려고. 내가 신경쓰지 못하는 친구들은 서서히 멀어지려고. 내가 수용할수 있는 인원의 사람들만 내 주변에 남기려고. 즉 나는 꾸준히 인간관계를 축소해왔다.


결혼식을 앞둔 나는 누구를 초대하고 누구를 초대하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다. 한동안 연락이 뜸했던 친구들, 앞으로 관계를 이어나갈 생각이 없는 친구들은 초대하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나의 생각과는 다르게 한동안 연락이 뜸했던 친구들에겐 먼저 연락이 왔고 (심지어 웨딩홀 계약하러 간 날 친구의 남편을 우연히 만나게 되어 지인 할인 혜택까지 받았다) 별로 친하지 않아서 초대할 생각이 없던 사람에게도 먼저 연락이 와 결혼식에 오고 싶다고 했다. 


좋은 날이니 좋게 좋게 생각해서 모두 다 오라고 했다. 내 결혼식에 오겠다는 사람을 오지 말라고 하는 건 무례하니까. 어찌저찌 결혼식은 기분 좋게 잘 치뤘다. 회사를 다니지 않으니 직장동료가 없었음에도 많은 친구들이 하객으로 와주었다. 직장을 그만둔지 얼마 안되었기 때문에 이전 직장의 사람들을 초대할수도 있었지만 퇴사 직후 연락을 모두와 끊었다. 모든 인간관계가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되기만 한다면 참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 


결혼을 한지 5개월이 지났다. 워낙에 집순이 체질이라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또한 무난하게 이어가고 있다. 먼저 연락하진 않지만 연락 오는 친구들과의 만남에는 응하려고 하는 편이다. 한달에 한두번은 나에게 만나자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나에게 외출은 한달에 두번 정도가 되었다. 나에겐 적당한 외출이다. 


먼저 연락해서 만나자고 하는 친구들에게 고마워해야 하는데 늘 그렇지가 않다. 이런 나를 두고 남편은 못됐다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만 만나고 싶지만 날 좋아해주는 사람도 만나야 하는 것이다. 어렸을 적부터 느낀 것인데 따로 노력하지 않아도 내 주변에는 사람들이 항상 있다. 사람들이 알아서 모인다고 할까나. 혼자 있고 싶어 하는 나의 성향과는 다르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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