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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nematic Oct 17. 2021

<여성 전용 객차에서> 색채를 없애고 얻은 영화적 힘

제 26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 부문 선정작 리뷰

인도 출신 감독 레바나 리즈 존의 영화 <여성 전용 객차에서>는 기차에 탄 소녀와 중년, 노년 등 다양한 연령대의 인도 여성들을 인터뷰해 개개인의 자유의지를 지닌 여성으로 조명한다. 영화는 기차 소리와 함께 이동하려는 여성 행렬의 모습으로 시작해 기차 공간의 활력을 프레임에 채운다. 당당한 주체로서 카메라 앞에 선 그들의 얼굴과 더 나은 삶을 열망하는 그들의 목소리를 기차에 함께 실어 보낸다.



<여성 전용 객차에서> (출처 = 네이버 영화)

<여성 전용 객차에서>는 여느 다큐멘터리처럼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강하게 드러내지 않는다. 카메라 뒤 질문을 하는 감독과 눈을 맞추어 자신의 생생한 경험을 노련하게 말하는 여성들의 모습에서 영화의 메시지를 엿보게 한다.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그들의 눈에는 강한 연대감도 서려 있다. <여성 전용 객차에서>는 억압의 잔존 안에서 살아가는 인도 여성들의 실감 나는 이야기를 놓치지 않으면서, 영화가 줄 수 있는 감각도 흑백의 화면 안에 완전히 녹아낸다. 영화는 흑백의 색을 선택함으로써 현실을 닮으려 노력했던 다큐멘터리와 멀어져 외려 더 영화 같은, 영화만이 낼 수 있는 느낌을 자아낸다.



<여성 전용 객차에서> (출처 : 네이버 영화)

 <여성 전용 객차에서>는 서사의 측면에서 한 도시의 일상을 기록하고 있고, 형식은 기차 안과 밖 풍경을 잘게 쪼개 이어 붙이는 몽타주를 선보이는 점 등에서 영화의 정수를 담은 지가 베르토프의 <카메라를 든 사나이>와 닮아 있다. 또 두 영화는 기차라는 공간을 흑백으로 담아내 강렬한 영화의 힘을 배어나게 하는 부분에서도 유사하다. 흑과 백도 아닌 무한한 회탁의 세계를 내달리는 기차의 역동성은 자칫 비슷한 장면이 반복되는 이 다큐멘터리의 지루함도 상쇄시켜준다. 영화의 사운드는 기차 소리와 인적이 붐비는 소리, 영화의 음악이 섞여 빈틈을 허용하지 않는다. 또 이 모든 소리는 짧은 숏들의 연속에서 절묘하게 어우러져 묘한 긴장감마저 형성하고, 시네마틱한 순간을 만들어 모든 감각을 동하게 한다.


<여성 전용 객차에서> (출처 : 네이버 영화)

 흔들리는 기차 안에서 강인하게 서 있는 여성들의 모습은 훗날 인도 여성의 주체적인 삶을 그리는 미래를 나타낸 도상처럼 보인다. 나아가 영화는 인도의 강렬한 색채를 배제하고 흑백의 시공간에서 보편성을 얻어 내 전 세계 여성들의 더 나아질 삶 역시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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