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자로 태어났습니다.

4화 최기사의 희생.

by 무딘식칼



제4화. 최기사의 희생

그때 저쪽 구석에서 튕겨져 나갔던 최기사가 벌떡 일어났다.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좀비의 모습처럼 보였다.

부러진 다리를 질질 끌며 걸어왔다. 그의 입에서는 중얼거림이 끊이지 않았다.

"시발놈의 늙은이가… 나를 한평생 기사로 부려먹고… 이제는 내 목숨도 바치라고 하네… 너희들은 귀하고 나는 헌신짝처럼 갖다 버리려 들다니… 다 죽여버리겠다…"

최기사가 할아버지를 향해 달려들었다.

할아버지는 결계를 유지하느라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아버지!"

아빠가 몸을 던져 최기사를 밀쳐냈다.

'안 돼!'

나는 소리치고 싶었다.

하지만 내 입에서 나온 것은 "응... 으..." 하는 무력한 신음뿐이었다.

물결이 격렬하게 출렁였다. 엄마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엄마도 보고 있었다. 저 밖에서 벌어지는 일을.

하지만 엄마는 보호막을 풀 수 없었다. 나를 지켜야 했으니까.

나 때문에.

나를 지키기 위해.

엄마도, 아빠도, 할아버지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최기사는 바닥에 나가떨어졌지만 다시 벌떡 일어났다.

"내 평생을… 너희들을 태우고 다녔어… 웅얼웅얼…"

최기사가 다시 할아버지에게 달려들려던 순간, 할아버지가 소리쳤다.

"이 사람아! 정신을 차리게! 균형을 유지해야 하네!"

그때 아빠가 최기사를 막아섰다.

최기사가 아빠의 어깨를 양손으로 부둥켜 잡았다. 최기사의 힘에 의해 아빠는 넘어지고 말았다.

얼굴의 반이 으깨진 상태에서 피를 뚝뚝 흘리며 최기사의 얼굴이 누워있는 아빠의 얼굴 위로 겹쳐졌다.

아빠는 그런 최기사의 얼굴을 피하지 않았다.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아빠의 뺨 위로 최기사의 피와 눈물이 같이 흘러내렸다. 마치 아빠가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울음을 간신히 멈추고 아빠가 말했다.

"아저씨… 아니 삼촌, 저예요. 결이! 아직 결이의 삼촌으로 계신 거 전 느껴져요. 죄송해요. 삼촌은 제게 아빠 같은 분이셨어요. 늘 받기만 했는데… 지켜 드리지 못해서 너무 죄송해요. 그리고 사랑해요~ 삼촌…"

물결을 통해 아빠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떨리고, 울먹이고, 절규하는 목소리.

"사랑해요~ 삼촌..."

'아빠...'

나도 말하고 싶었다.

사랑한다고.

삼촌도 사랑한다고.

제발 아무도 다치지 말라고.

하지만 내 입에서는 "응... 애..." 하는 소리만 새어 나왔다.

무력했다.

너무나 무력했다.

무섭게 노려보던 최기사의 눈빛에서 한순간 빛이 나왔다. 입으로 무언가 말하고 있었는데 알아듣기 힘들었다.

아빠는 그런 최기사의 입 모양을 봤다. 정확하진 않았지만 최기사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내가 미 안 하 다. 사 랑 한 다."

최기사는 잠시 멈춰 섰다. 눈에 인간의 빛이 돌아왔고, 흔들리는 입술로 마지막 말을 남겼다.

그리고, 마치 무언가를 결심한 듯 허공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가 향한 곳은 아자젤이었다.

아자젤의 검은 기운이 물처럼 최기사의 몸으로 흘러들어 갔다.

최기사의 눈이 시뻘겋게 충혈되더니 얼굴 전체가 붉어졌다. 마치 터지기 일보직전의 풍선처럼 팽창했다.

"삼촌!"

아빠가 소리쳤지만 이미 늦었다.

펑!

최기사의 얼굴이 터져버렸다.

"안 돼에에에!"

물결이 요동쳤다.

폭발의 충격파가 양막 보호막까지 전해졌다.

엄마가 나를 더 꽉 안았다.

나는 울었다.

"응애... 응애애..."

하지만 그 울음은 아무것도 바꿀 수 없었다.

삼촌은 이미...

'내 잘못이야... 내가... 내가 저것을 깨웠어...'

죄책감이 밀려왔다.

태어난 지 몇 시간도 안 됐지만, 나는 명확히 알고 있었다.

이 모든 게 내 울음 때문이라는 것을.

아빠의 절규가 터널에 메아리쳤다. 뺨으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어렸을 때부터 바쁜 할아버지를 대신해서 자신을 자식처럼 돌봐 주셨던 분이었다. 그런 분이 눈앞에서 이렇게 처참하게…

할아버지가 아빠에게 급히 말했다.

"어서 피해라! 미모와 아기를 데리고 여기서 나가라! 여긴 내가 맡겠다!"

"안 됩니다! 아버지 혼자서는 무리예요! 같이 도망가요!"

아빠가 울먹이며 말했지만, 할아버지는 고개를 저었다.

"결아, 우리 손자 이름은 한이헌이다."

이헌.

내 이름이었다.

물결을 통해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전해졌다.

"그 아이의 울음소리에 저 녀석이 깨어난 것 같구나."

할아버지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있었다.

"우리의 능력을 뛰어넘는 아이가 이헌이다. 그러니 잘 돌봐야 한다. 그게 네가 해야 할 사명이다. 잊지 마라. 어서 가라!"

'아니야...'

나는 알 수 있었다. 할아버지가 무엇을 하려는지.

'할아버지... 안 돼...'

아빠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자신에게는 저 괴물을 상대할 기술도 힘도 없었다. 그렇다고 할아버지를 사지에 몰아넣고 가족을 위해 도망간다면, 평생 자신을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런 고민의 찰나였다.

뒤에서 우렁찬 함성이 울려 퍼졌다.

"피해라아아! 이놈은 내가 상대해주겠다!"

장군 복장을 한 거대한 영혼이 한 손에 장팔사모를 들고 날아오고 있었다. 시뻘건 얼굴에 거친 수염이 온 얼굴을 뒤덮은, 얼핏 보기에는 흉측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장수령이 장팔사모를 하늘 높이 치켜들며 아자젤을 향해 돌진했다.

창끝이 아자젤의 검은 기운을 꿰뚫었다.

콰아아앙!

큰 굉음과 함께 불꽃이 터널을 가득 메웠다.

충격파가 물결을 타고 전해졌다.

양막이 출렁거렸다. 엄마가 나를 더 꽉 안았다.

밖에서 누군가 싸우고 있었다.

강한 기운이었다. 정의로운 기운.

하지만... 충분하지 않았다.

아자젤의 기운이 너무 강했다.

물결을 통해 느껴지는 그 압도적인 악의.

'이길 수 없어... 저 장수령도...'

"이제야 제대로 된 상대가 나타났구나."

아자젤의 목소리에 처음으로 흥미가 섞여 있었다.

장수령의 우렁찬 목소리가 폐터널 안을 쩌렁쩌렁 울렸다.

"이걸 보고도 나를 못 알아본다고? 하! 이런 무식한 놈 같으니!"

장수령이 어깨를 으쓱하며 외쳤다.

"나는! 후한 말, 유비 현덕과 술잔을 나눈 사내!

적벽에서 백만 대군 앞에 고함을 질렀고,

하비성에선 단칼에 성문을 날린 자!

삼국이 나뉘기 전부터 피와 전장 속에서 일어선 자!

천하 무쌍! 장비, 장익덕(張飛 翼德)이다!"

그 외침에 터널의 석벽이 마치 심장처럼 떨렸다.

물결까지 떨렸다.

장비.

그 이름을 나는 알고 있었다.

역사 속 영웅.

하지만...

'저것으로는 부족해...'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아자젤과 장비의 힘의 차이를.

어둠 속에서, 아자젤의 미묘하게 흥미로운 웃음이 흘러나왔다.

"장비… 하하, 아주 유명하더군. 성질이 급하고 힘만 세서 부하들이 너를 싫어했다지? 오죽하면 부하에게 목이 잘려 죽었을까? 하하… 그 부하 이름이… 아, 장강이었나?"

그 순간, 아자젤은 누군가를 '불러낸' 듯했다.

장비와 비슷한 장수 복장을 한 혼령이 허공에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과거 장비를 배신한 부하, 장강의 모습이었다.

장수령의 붉은 얼굴은 순간적으로 검붉게 변했다.

"네 이놈…!"

분노가 장비의 몸을 통째로 감쌌다.

'안 돼...'

물결을 통해 느껴지는 장비의 기운.

균형이 무너지고 있었다.

분노에 휩싸이고 있었다.

'장비... 균형을 잃으면 안 돼...'

나는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내 마음은 전해지지 않았다.

장팔사모가 불덩이처럼 휘둘러졌고, 연기처럼 피하는 아자젤의 형체를 연이어 내리쳤다.

그러나 아자젤은 타격을 입는 대신, 그 기운 사이를 빠져나가며 계속해서 속삭였다.

"그렇게 화만 내고서야 누굴 지키겠느냐…

너는 죽어서도 그 화를 버리지 못했구나.

누군가를 돕는 척하면서도, 결국은 복수심에 사로잡혀 떠도는 혼령일 뿐."

장수령은 이를 악물고 외쳤다.

"그래, 나는 아직 성불하지 못했다.

그러니 그 죗값, 여기서 갚아 가겠다!

내 손으로 저 악귀를 베어—할아버지와 그 가족을 지켜내리라!"

하지만 장비의 연타 속에서도 아자젤은 갈라진 틈 속을 유유히 미끄러져 나갔다.

그의 검은 백은 천천히, 그리고 명확히—할아버지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할아버지!'

나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하지만 "응... 응..." 하는 소리만 새어 나왔다.

물결이 격렬하게 출렁였다.

엄마의 팔이 나를 더 꽉 안았다. 엄마도 보고 있었다.

할아버지를 향해 다가가는 검은손을.

[5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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