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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희 Dec 30. 2022

엄마의 병영일기 4

2022년 12월 29일 목요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눈 온 풍경을 차 안에서 보니 좋다.

남편의, 그야말로 번개 제안에 나 또한 이런저런 할 일들에 매이지 않고 따라나섰다.


매일 등을 보이며

읽거나 쓰거나 그리거나 하던 아내가 토를 달지 않고 순순히 따라나서니 제법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그렇게 시작된 번개 여행의 목적지는 경산.

지난주 "허영만의 백반기행"을 보고서 꼭 함께 와보고 싶었단다.


가볍게 시작한 외출이, 퇴근 시간 늘어난 차들이 합류하니 구시렁대는 짜증으로 바뀔 즈음 목적지에 도착했다.


우리가 주문한 메뉴는 한우 뭉티기,육회,육전인데, 나는 밑반찬으로 나온 등골을 처음 먹어보고는 반해버렸다.

맛있는 밥을 먹으면서도 또 아들 얘기.

아들은 음식에 진심인 녀석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해 모은 돈으로, 시간이 나면 녀석만의 백반기행을 할 정도로.

여름휴가를 녀석과 함께 '대프리카'에서 보냈을 때도 다른 메뉴에 밀려 오늘 먹은 메뉴를 함께 먹지 못했는데, 녀석이 전역을 하면 꼭 함께 와야겠다고 다짐하는 부부다.


선뜻 사케도 한 잔!

선뜻 따라나섰던 것처럼,

아주 오랜만에 알코올에 걸어두었던 빗장도 해제한 날,

마음을 먹었다고 해서 술도 잘 마셔지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은 왠지 술도 술~술 잘 들어간다.


안쓰럽건, 그립건, 기특하건...

그런 감정들을 끌어안은 채로, 이렇게 시간은 흘러가는가 보다.

국방부 시계와 함께 엄마의 시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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