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말들은 주로 원하던 결과가 아니거나 누군가 책임져야 할 일이 있을 때 하는 말이다. 어렸을 때 선생님께 벌을 받게 될 때나 집에서 여러 자매들 중 누군가 총대를 메야 할 때 반은 고자질 겸 반은 빠져나갈 요량으로 던졌던 말이다. 유치하지만, 다 자라서도 이런 말들을 전혀 안 하는 건 아니다. 살면서 감당해야 할 수많은 일들이 있다. 이렇게 떠넘기는 말들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삶은 우리가 내린 모든 결정의 총합"이라는 멋진 표현으로 내놓지는 못했지만, 녹록지만은 않은 삶 속에서 내 삶은 내 책임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비겁하지 않으려고 했다. 가끔은 도망쳐도 괜찮은 상황에서도 그것과 마주하며 내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려 했다.
그나마 조금의 융통성(?)은 생겨서 잘못에 대한 빠른 사과를 하거나 감당하기 힘들 오지랖은 자제하고 있으니 다행이다.
옆에서 누가 꼬드겼건, 남이 하는 걸 따라 했건 그 또한 그렇게 하기로 내가 결정한 것이니 겸허히 받아들이거나, 결정에 신중해지거나.
다산의 여러 인생 문장 중에, 유독 마음에 와닿는 문장은 '여유당전서'에 많이 있다.
"위기는 맞닥뜨려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시작하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라는 여유당전서의 한 문장이 오늘 필사한 보도섀퍼의 "삶은 우리가 내린 모든 결정의 총합"이라는 글귀와 맥을 같이하는 것 같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관련 뉴스를 접할 때, 비슷한 또래의 군복 입은 청년들을 볼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