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어~‼️

살얼음 위를 걷는 기분으로

by 오리궁뎅E

주말인데 혼자일 때.


설 연휴가 길었지만 딱히 쉬었다는 느낌은 없어서, 마음 가는 대로 몸이 원하는 대로 하기로 했다.


그렇게 쉬고 있는 동안에도 몸속의 장기들은 쉬지 않고 열일을 해대는지, 오전을 견디지 못하고 배고픔이 찾아왔다.


명절 연휴 끝나고 하루 출근한 뒤의 주말이라, 집에 먹을 건 많았다. 전이나 과일, 나무새들은 내가 좋아하는 먹거리다. 그런데 오늘은 햄버거에 코카콜라가 땡기는 건 보상심리일까!


마침 유효기간이 일주일 남은 햄버거 쿠폰과 선물함에 담겨 있는 음료가 여러 개 있어, 그것들을 사용하고 북클럽에서 다음 주에 함께 읽을 책을 빌리러 가기로 했다. 머릿속으로 동선을 그리며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으니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일정이 되었다.


첫눈이 엄청나게 오더니, 겨울 끝무렵에 폭설이 왔다. 시의 대구도 아니고 시작과 끝을 맞추려는 건지...

골목의 빙판이 서걱거리며 아직 좀 미끄럽다.

작은 도시이지만, 골목을 모두 꿰고 있지는 않으니 오늘은 질주본능을 자제해야지.


머릿속에 그린 동선대로 먼저 드라이브 쓰루로 딸기라테 주문 완료! 주차장을 빠져나와 유턴해서 3분 만에 도서관 도착! 눈과 얼음을 밟은 신발에 물기가 남아 있다. 넘어지지 않게 조심해야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리면서도 조심해야지.

물러설 곳 없는 오십이 되어가니 다치지 않는 게 우선이다. 얼마 전까지도 넘어지면 창피할까 봐 걱정하는 게 우선이었는데...


10분도 안되어 다섯 권의 책을 빌려 햄버거까지 사가지고 오니 한 시간이 채 안 걸렸다.

눈길에 나도 차도 미끄러지지 않고 무사히 도착한 것이 감사하다.


문득 중학교 때 사회와 도덕을 가르쳤던 별명이'의자왕'이었던 여자 쌤이 생각난다. 단발 파마머리를 이대 팔쯤 가르마를 하고 수시로 안경을 추켜올렸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살얼음'이라고 하는 것을, 꼭'살 얼음'이라고 띄어 읽곤 하던 여자. 늘 조심하며 살라고 강조하고 싶었던 걸까?


별것 아닌 주말 한 시간 동안 단출한 미션을 클리어하며 나름의 쾌감이 있었던 것은, 나이 들며 시나브로 쫄보가 되어있던 내가 무사함에 대한 마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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