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그 날의 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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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오사카'라는 단어에서도
느낄 수 있는 그 습함
여름에 일본을 여행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매일 아침 "오늘도 더위에게 지지 말고 힘내자"로 시작했던 하루들이었다. 숙소에서 지하철로 나가는 2-3분 거리 동안 땀을 낼 수 있고, 그 습한 공기에 끈적거리는 피부를 느낄 수 있었다. 오사카 - 교토 - 고베로 다녔던 여행을 간략히 소개하려 한다.
나는 일본 특유의 정갈함 속에 따뜻함을 좋아한다. 정갈함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작은 디테일로 그 작은 디테일이 평온함과 안정감을 만들어 따뜻한 느낌을 만들곤 한다. 그런 일본에 도착하면 항상 먼저 하는 일이 있다. 공항 편의점에 들려 복숭아 물을 마시는 것, 맛은 이프로 부족과 비슷하지만 그 물에서만 나는 맛이 있다.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아! 할 것이다.
교토역에 내려 10분 정도 길 따라 걷다 보면 로컬 맛집이 나온다. 알쓸신잡에서 김영하 작가님이 외국에서 맛집을 고르는 기준에 대해서 설명했었는데 들어가서 다 나를 적대적인 눈빛으로 쳐다보는 그곳이 맛집이라 하였다. 확실히 한국인들이 많을 법한 관광명소임에도 불구하고 현지인들만 있었고, 안의 분위기는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그곳에 들어서자 노부부가 나를 반겼다. 내게 미나리 우동을 추천했고, 생전 처음 먹는 음식에 동공이 커졌다. 미나리향 가득한 우동이 내 앞에 놓였을 때 꾸덕한 국물을 보고서 짐작했다.
아, 내 인생 우동이 되겠구나.
어쩌다 잘 잡은 예쁜 숙소는 집에 들어올 때마다 기쁘게 했고, 일본의 보편적인 숙소에 비해 넓은 편이라 동선의 불편함 없이 머무르는 내내 조용히 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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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하면 떠오르는 글리코 상, 각 나라 및 도시의 랜드마크를 볼 때면 사진으로만 보던 이 곳에 내가 와있음을 실감하곤 한다.
일본 고유의 습한 무더위 속에서 45분가량 기다렸다. 인내하고 인내해야만 단 열매를 먹을 수 있다는 걸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더위를 많이 타는 내 여행 메이트가 더위라도 먹을까 걱정했다. 여행 메이트를 위해 여행 갈 때마다 항상 챙겨 다니는 얼음물 가득한 보온병을 건네며 조금만 견디자!라고 서로를 응원했다.
유형 문화재 스타벅스
그 나라에만 파는 스타벅스 음료와 우리나라엔 없는 오렌지 파운드케이크를 먹을 생각에 매장이 보이면 들리곤 하는데, 여기는 찾아서 갔던 곳이다. 고베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은 오래된 2층 주택 건물로 유형 문화재에 등록된 곳이다. 밖은 청록색 컬러를 포인트로 화이트와 조화를 이루었다면 건물 안은 주황색 컬러로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너무 더운 날이라 사실 시원한 어떤 것이든 상관이 없었지만 한국이 생각나던 순간이었다. 문화연수로 만난 일본인 친구는 우리나라 설빙 빙수를 그렇게 좋아했는데 이유를 알 것만 같다. 혜자스러운 한국 빙수가 생각나는 맛-
여기저기 알아온 도톤보리 맛집들을 기웃거리며 어느 곳을 가야 하나 행복한 고민들을 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느 곳에 들어가도 앉을자리가 있는 음식점에 감사해야 할 정도였다. 내가 알아온 맛집들이 무소용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저 자리 있는 곳에 들어가 새로운 맛에 흡족해했다.
나중에 나중에 하다가 스시는 맛도 보지 못하고 돌아온 후쿠오카 여행을 추억하며 그때의 허무함을 반복하지 않고자 하나만 먹더라도 우리 1일 1스시 꼭 하자고.
철학의 길을 지나 도착한 끝, 그곳엔 요지야 커피가 있었다. 정원이 예뻤던 그곳에서 목을 축이고, 더위를 식혔다. 가장 교토다웠던 요지야 카페는 일본 전통 가옥 다다미방에 앉아 정원을 바라보며 마시는 진한 말차라떼에 교토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었다.
요지야는 일본 화장품 브랜드이면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데, 2000년도 초반에 요지야 화장품이 인기를 끌었고, 교토 기념품으로 기름종이 및 종이비누 등을 사기 위해 방문객들로 늘 줄이 길었다고 한다. 손님들이 기다리는 동안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뜻에서 카페를 오픈했고, 가장 교토스러운 카페가 탄생하게 되었다.
그릇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안다. 내 취향에 맞는 그릇을 발견했을 때의 설렘을. 기온 거리를 거닐며 눈에 들어왔던 밥그릇을 끝끝내 돌아가서 사고야 말았다. 계속 생각이 날 것만 같았다. 마치 파리에서 사 오지 못한 메르시 에코백처럼, 나고야에서 사 오지 못한 키키 에코백처럼... 사실 이런 핑계는 만들라면 수 십 개도 만들 수 있지만(?) 후회하지 않기 위해 돌아갔다.
여행 메이트와 함께 할 날을 꿈 꾸며, 밥그릇 2개를 소중히 안았다.
갑자기 쏟아지던 소나기를 피하려고 들어갔던 집인데 바로 앞에서 구워주던 오꼬노미야끼랑 야끼소바 맛은 잊을 수가 없다. 지금까지도 그 맛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비 내리는 날 오꼬노미야끼라니, 습도 높은 그 날의 분위기를 시원한 맥주로 찝찝함을 한 방에 날렸다. 다시 찾아갈 수 있을까.
여우신을 모시는 후시미 이나리 신사
여행 가기 전에 그 나라의 그 도시의 영화를 찾아보곤 하는데 게이샤의 추억이 그중 하나였다. 게이샤의 추억을 본 사람들이라면 뛰어가는 소녀의 장면을 떠올리며 걸어가는 장면을 찍어달라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워낙 많은 인파로 예쁜 사진 찍기란 하늘의 별 따기이므로 미련 버리고 숲 속의 맑은 공기에 집중하며 걸었다.
호빵맨 빵 사진 한 장에 마음 홀려 고베까지 온 우리는 다양한 구경거리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거워했다. 항상 일본에 가면 느끼는 것 중 하나는 브랜드 스토리가 정말 탄탄하다. 일관성 있는 다양한 굿즈를 통해 소비자는 브랜드 경험을 한다.
계속해서 흘려 나오는 BGM "우리 우리 호빵맨"
빵아저씨가 빵을 만들어 나오는 과정을 빵집에서 재연시켜 둔 덕분에 어린 시절 추억이 추가됐고, 아이처럼 들떴다. 세심하게도 빵의 맛은 다 달랐고, 총 6개의 빵을 사서 다음 날 아침으로 먹었다. 정말 후회했다. 6개 더 안산 것을, 먹는 내내 어떻게 하면 고베 일정을 추가할 수 있을까 혼자 생각했다. 이게 다 식빵맨 때문이다.(제일 맛있었음)
오사카의 습도로 기억하는 여행, 비슷한 끈적함이 피부로 느껴질때면 그날의 우리를 생각한다. 집에서 지하철로 가는 길부터 이미 땀으로 젖었던 그와 그런 그를 안쓰럽게 바라보며 응원하던 내가 지금은 추억의 장면으로 기억되어 일상의 힘이 된다. 우리는 그 힘으로 한동안 또 살아갈 수 있겠다.
*무더운 오사카 여행을 간접 경험한 시간이었기를 모든 독자들에게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