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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anzan Jan 08. 2019

겨울을 맞이하는 방법

: 사랑하는 벗, 조촐한 자리 그리고 차


낮과 밤의 경계가 모호한 계절들이 가고, 겨울이 왔다. 겨울에는 함께 모이기 위해 사전에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 만날 수 있는 정확한 장소, 목도리와 장갑으로 중무장하는 채비, 집 밖을 나갈 용기까지도 말이다. 그렇게 만나서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어쩔 수 없이 밖을 나가야 하는 직장의 하루를 묻는 게 아니라 각자의 진짜 안부 말이다.


지독한 감기에 걸려서 한동안 누워 지냈다는 이야기, 수강받던 클래스를 마무리하고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는 이야기, 새로 만난 연인에 대한 설렘들까지도. 서로의 이야기를 오롯이 몰두할 수 있는 이 시간이 참 행복하다. 우리는 될 수 있는 한 이 자리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낯선 사람으로부터의 경계가 심해서 몇 년을 함께 해도 마음의 문을 여는 게 참 힘들다. 물론 가장 순수할 때 만나 내 모든 걸 나눈 친구들을 제외하고 말이다. 인간관계도 환경의 변화에 따라 자연스러운 흐름을 타기 때문에 그것을 거역하지 못하고 멀어지는 관계가 있는 반면, 내가 놓인 환경에 마음이 맞는 새 친구가 생기기도 한다. 자연스레 내 곁을 지키고 있는 그 사람이 나의 사랑스러운 친구이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쓰는 시간은 1분도 아깝더니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함께하는 시간이란 흘러가는 시간을 부여잡고 싶을 만큼 행복하다.


스마트폰을 잠시 꺼두고 서로를 마주할 때면 지금의 내가 생각하는 신념과 원칙에 큰 영향을 미치곤 한다. 결단코 나는 세상의 중심이 아니며, 다른 사람들은 어떤 즐거움과 괴로움을 겪는지 또는 그런 상황을 어떻게 대처하는지 귀 기울여 듣는다. 배울 것이 참 많다는 생각을 한다. 내게 없는 장점들을 하나씩은 갖고 있는 사람들일 테니 말이다. 결국 나는 이런 조촐한 자리를 사랑한다. 맛있는 음식과 은은한 향이 나는 차, 진솔한 대화가 오가는 자리라면 장소가 어디가 됐든 사랑, 인생, 희망, 꿈... 긍정적인 대화들로 가득 채울 것이다.


하루 종일 시간을 함께 하고도 저물어가는 저녁을 아쉬워하며 마지막 커피 한 모금을 마신다. 다음 주말에도 차를 마시자고 가볍게 말하지만 우리는 어떤 강추위가 와도 차를 마시며 밤을 맞이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나는 행복한 순간에 아 행복하다!라고 외치는 사람이다. 표현하지 않으면 분명히 행복했는데 기억하지 못할까 봐, 이기적인 생각이지만 나와 함께 쓰는 시간을 그들도 행복해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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