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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를 징수하라

짧은 소설 소재 (1)

by 김뭉탱


웃음으로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법은 2098년 제정됐다. 우리는 21세기 초반 혐오와 양극화로 들끓던 세계 속 GDP 대신 행복 지수를 사용해야 한다는 움직임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생체 기술과 뇌과학의 발전, 인간 본성에 관한 빅데이터, AI발달로 인한 노동 및 화폐 가치의 변화는 웃음 세금법까지 꽃피워 냈다. 많은 연구 결과에서도 인간의 웃음은 양질의 사회적 참여에서 나타났기에 일정 수준 이상의 웃음은 시민의 의무가 되었다. 웃음은 인간에게 주인 된 감정을 고양시켰고, 진리에 경도되어 나타났던 혐오에서 한 발자국 물러날 수 있게 만들었다.

하지만 22세기 초반, 풀다이브 가상현실 붐이 일어나면서 웃음 세금법에 약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 시간을 가상현실에서 보내자 납부하는 웃음의 질이 지극히 개인적인 성질로 변한 것이다. 그들의 웃음은 교류와 연대의 웃음이 아닌, 먼발치에서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웃음이 되었다. 결국 2150년 세계 정부는 분노 세금법을 결정한다. 인간이 무언가에 분노한다는 것은 그것과 밀접한 관련성을 느껴야만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제 집행권을 잃고 단지 권장할 뿐인 세계 정부의 분노 세금법은, 점점 현실을 벗어나 개인의 세계로만 침잠하려는 인류를 끌어내기 위한 마지막 발악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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