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파 호수 공원 벚나무 아래
누군가 밤새워 비비고 뭉갠 소주병과 종이컵
라면 한 개가 투명한 물집 매달고 뒹군다
보이지 않는 끝과 시작의 무게였을까
미처 끌고 가지 못한 곡진함 벗어 놓고
공원을 빠져나간 흔적
반쪽 남은 생라면 부스러기로 흩어진다
목울대 오르내렸을 별빛 추스르며
안간힘 썼을 어둠 물리고 서둘러
햇살 풀리는데,
종이컵에 헝클어지던 취기
또박또박 받아적었을 분홍낮달맞이꽃이
햇살과 대치하며
쓰러지고 젖은 아침 일으킨다
시를 쓰며 에세이와 그림일기를 통해 나를 만나고 있습니다. . . 그림에세이 '지금이야, 무엇이든 괜찮아' , '누구나의 계절'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