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을 나설 즈음 갸웃, 고개를 내미는 낙자
마루 밑에서 꼼짝하지 않다가 이제야 털끝 보인다
마루로 방으로 부엌으로 무람없이 드나들다
일요일만 되면 나 죽었소, 몸을 사린다
두 번 사는 낙자
지붕에서 떨어진 새끼 고양이 세 마리중
살아남아 붙여진 이름
한 번 정 주면 끝까지 가는 게 사람의 도리
가끔 오는 자식보다 매일 보는 낙자가 피붙이 같다고
어루만지는 손길 지극하다
털 날린다고, 부엌에는 들이지 말라고, 온 집안 배설물이라고,
늘어놓는 잔소리 잠자코 듣다 슬그머니 마루 밑으로 들어가는 낙자
꾸중 듣는 아이처럼, 반성하는 인간처럼,
일요일은 존재를 숨기는 눈치 구단
낄 곳 안 낄 곳 아는 낙자
엎드려야 할 때를 아는 낙자
저 높은 곳에서 분간 못 하고 사는 사람들보다 나은 낙자
그 낙자
아버지 안 계신 집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