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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자가 살아가는 방식

by 호랑
낙자가 살아가는방식 그림.jpg

대문을 나설 즈음 갸웃, 고개를 내미는 낙자

마루 밑에서 꼼짝하지 않다가 이제야 털끝 보인다

마루로 방으로 부엌으로 무람없이 드나들다

일요일만 되면 나 죽었소, 몸을 사린다


두 번 사는 낙자

지붕에서 떨어진 새끼 고양이 세 마리중

살아남아 붙여진 이름


한 번 정 주면 끝까지 가는 게 사람의 도리

가끔 오는 자식보다 매일 보는 낙자가 피붙이 같다고

어루만지는 손길 지극하다


털 날린다고, 부엌에는 들이지 말라고, 온 집안 배설물이라고,

늘어놓는 잔소리 잠자코 듣다 슬그머니 마루 밑으로 들어가는 낙자

꾸중 듣는 아이처럼, 반성하는 인간처럼,

일요일은 존재를 숨기는 눈치 구단


낄 곳 안 낄 곳 아는 낙자

엎드려야 할 때를 아는 낙자

저 높은 곳에서 분간 못 하고 사는 사람들보다 나은 낙자


그 낙자

아버지 안 계신 집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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