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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를 먹으며

by 호랑
박대를 먹으며 그림.jpg

노릇하게 구운 박대 발라 먹고 나니

머리부터 꼬리까지 뼈만 남는다


얇은 몸 납작한 내장을 거느리고

서해 거슬렀을 것


뼈 이룬 것들 치고

옆구리 결리지 않은 물결 있을까

온몸 휘어본 물결만이 흐름을 탈 줄 안다


물결의 질서는 파도

천번 만번 일렁이는 물결의 각

바위의 뺨을 친다

무수한 반복이 뼈를 세웠을 것


고스란히 드러난 박대 뼈

곧은 것이든

굽은 것이든

뼈는 이렇듯 증언하는 일

헤쳐 온 물결의 기록 낱낱이 쓰는 일


내 뼈의 안부 묻기 위해

등 곧추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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