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우리가 본 것은 바람이었을까
얇게 입은 치마 뒤집히곤 했지
먼지를 일으키며 버스는 떠났고
끝없이 이어지는 풋마늘밭 끼고 오래 걸었지
몸 바꿀 때 마늘잎 뒷면이 온통 하얗다는 거
처음 안 날, 지루함이 내려앉은 구두코 버석거렸다
얼핏, 들녘에 퍼지던 불 냄새 맡았던가
이별은 문득, 오는 것
마늘밭 일렁이는 바람으로
더 호명呼名할 수 없는 이름으로
버리고 싶은 건 네가 아니라 나였으니
날카로운 바람 끝 어디쯤에 토요일 오후를 버렸다
너는 아직 계절로 남아
오랜 들녘의 바람으로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