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글뽀글한 머리의 마스크 여자가 대뜸 따라붙는다
느닷없는 동행
눌러쓴 모자에 입도, 코도, 하물며 눈도 옳게 못 본 여자
내 아줌마 머리 만만했나, 추측하는 사이
조금 전 목격한 개싸움 얘기 십여 분
못된 시누이 년 싸가지에 대하여 십오 분
시부모 모신 지 삼십 년째라며
이래저래 마음 안 맞는 인간 몇 번 더 씹다가
휙, 몸을 꺾는데,
아무라도 붙잡고 맘껏 내뱉고 싶은 분노 있었을까
그제야 이해되는 듯 훅, 들어오는
남의 집 훤한 가정사를 엿듣다가 문득
사장의 갑질 때마다
사무실 책상 탁상달력 뒷장에
‘사장 새끼’라고 적어 놓는다는 조카의 소심한 복수가
맞물려 떠올라 하하하,
덩달아 시원하고 즐거운 산책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