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워 죽자고 달겨들면 찬찬히 쓸어주고
쪼께 살만하다 싶으면
시퍼런 파도 퍼붓는 통에
바다는 당최 알다가도 모를 인생이여
바다는 내 밥줄이고 목숨이지
송사리 같은 새끼들 젖 물려 키운 평생의 양식
내 갈 곳도 여그 바다여
굴 껍데기 손 쉬지 않고 놀리며
납작 엎드린 바다
허리 굽은 흰섬초롱꽃
해 저물도록 다리 한 번 펴지 못하는 관절의 바다
달빛 흥건한 마당 들어서니 그제야 거기
검푸른 바다
달빛 아래 우윳빛 굴들 살 비비며
끊어질 듯한 허리 해감한다
시퍼렇게 물어뜯으며 보채던 바다
고단했던 달빛
갯내 풀고, 다리 뻗으며 쌕쌕 잠든다
달빛 부서져 하얀, 순명 할매
바다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