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삼덩굴 잎에 긁힌 상처 쓰리다
며칠째 가시지 않는 흔적
바닥을 기어가는 줄기 슬쩍 들추면
햇살 거머쥔 갈퀴 같은 손 땅을 뒤덮고
옥수숫대 감아올린다
그악스럽기가 환삼덩굴인 그녀
톱니 두르고 뾰족 가시 버텨낸 터널 통과 하느라
낮과 밤 가리지 않은 지문(指紋)
종잇장으로 얇아져 뜨거운 것 쥐지 못한다
쐐기처럼 내뱉는 세상의 말에 치여
상처 덧나도 아랑곳없이
환삼덩굴 끌고 감으며 질긴 여름을 산다
억센 줄기 툭, 끊어 놓으면
초록으로 엉켜 붐비던 공중(空中), 일시에 시들고
비로소 여름을 거두는 환삼덩굴
그녀의 여름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