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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명 할매

by 호랑
순명 할매 그림.jpg


외로워 죽자고 달겨들면 찬찬히 쓸어주고

쪼께 살만하다 싶으면

시퍼런 파도 퍼붓는 통에

바다는 당최 알다가도 모를 인생이여


바다는 내 밥줄이고 목숨이지

송사리 같은 새끼들 젖 물려 키운 평생의 양식

내 갈 곳도 여그 바다여


굴 껍데기 손 쉬지 않고 놀리며

납작 엎드린 바다

허리 굽은 흰섬초롱꽃

해 저물도록 다리 한 번 펴지 못하는 관절의 바다


달빛 흥건한 마당 들어서니 그제야 거기

검푸른 바다

달빛 아래 우윳빛 굴들 살 비비며

끊어질 듯한 허리 해감한다


시퍼렇게 물어뜯으며 보채던 바다

고단했던 달빛

갯내 풀고, 다리 뻗으며 쌕쌕 잠든다

달빛 부서져 하얀, 순명 할매

바다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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